나는 초등학생일 때부터 이따금 심령체험을 하거나 예지몽을 꿧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5년 전 어느 여름날 있었던 일이다.
나는 남친과, 현재 남편이다, 친구 커플 4명이서 그 친구 아파트에 갔다. 당시 우리는 저주 받은 비디오에 심취해 있어서 그 날도 불을 끄고 흥분해하며 비디오를 보았다.
소문에 따르면 정말로 위험한 비디오가 있다고 한다. 그 비디오는 현재 대여점에 없었지만 우연히 비디오 가게에 있어서 내 친구 여친이 잽싸게 빌려왔다.
딱히 그렇게 무서운 비디오도 아니어서 평범하게 잘 본 다음에 이제부터 뭘 할 건지 이야기했다. 결국 그 분위기를 타고 지방에서 유명한 심령 스팟에 가기로 결정했다. 차는 친구 여친이 몰았다.
그곳은 산길로 자주 드라이버들이 드리프트를 감행하는 곳이었다. 그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탁 트인 곳에 주차장이 있고, 전망대처럼 꾸며놓았다.
오르막길 입구까지 와서 천천히 올라갔다. 그리고 첫 번째 사건이 일어났다. 올라가던 도중 도로 오른쪽에 볼록거울들이 띄엄띄엄 설치되어 있었는데, 세 번째 볼록거울을 지나갈 때 묘하게 신경 쓰여 거울에 비친 우리 차를 보았다. 그러자 차 뒤에 뭔가 하얀 것이 따라오는 게 보였다. 친구 커플이랑 남친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오르막길 도중에는 폐허 러브호텔이 몇 개 있었고 거기를 지나면 잡목림이 이어진다. 잡목림을 지날 때 또 뭔가에 홀린 듯 가로등도 없는 숲 속을 주시했다. 거기에는 사람 실루엣이 보였다. 가로등도 없고 달도 없어서 달빛에 비친 것도 아닌데 실루엣이 보이는 것이다. 기묘했다.
오르막길을 다 올라가 정상에 있는 주차장에서 유턴을 해서 이번에는 내리막길이 나왔다. 나는 아까 본 곳이 신경쓰여서 흘끗흘끗 살펴보았지만 이번에는 새까매서 아무것도 안 보였다.
그리고 그 폐허가 된 러브호텔을 지나가는 순간, 목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다른 사람들도 들었는지 당황했다. 콧노래 같았다. 아마 여자였을 것이다. 무서워져서 서둘러 그 자리를 벗어났다.
이걸로 끝났어야 했다. 그러나 다음날부터 기묘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차 주인인 친구 여친에게서 말이다. 아무도 없는 방이나 베란다에서 빈번하게 소리가 들리고, 우연히 임신 중인 친구 집에 놀러갔더니 그 친구가 유산해서 입원하게 되었다.
하지만 가장 무서운 건 지금부터였다. 앞서 적었던 저주 받은 비디오를 반납한 다음날이었다. 그 비디오점이 전화를 걸어 왔다. 그리고 그 가게 점원이 이상한 말을 하는 것이다.
"반납일이 지났으니까 반납해주세요."
그녀는 어제 반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점원은 반납하지 않았고 그 비디오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녀는 틀림없이 반납했으니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점원이 물었다.
"어떤 점원이었습니까?"
그녀가 대답했다.
"긴 흑발을 하나로 묶어 넘긴, 안경 쓴 여자였어요."
그러자 점원이 한 순간 움찔하더니 잠시 기다려달라고 말하고 어디론가 갔다. 잠시 후 아까 전 점원이 다시 전화했다.
"확인했지만 저희 가게에서는 그런 종업원은 없습니다."
그녀는 혼란스럽기도 하고 무서워져서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진정해진 후 그 비디오를 빌리러 갔을 때 상황을 짚어보았다.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이상했다. 보통 대여 비디오는 진열되어 있을 때 되감아져 있다. 그러나 비디오는 감겨 있지 않았고 그 곳, 카운터에서 다시 감으려고 덱에 넣는 순간 비디오가 튀어나왔다. 덱이 3개 있었는데 두 번째 덱에 넣어도 다시 튀어나와서 마지막 세 번째 덱에 넣어보니 이번에는 괜찮았는지 무사히 되감고 빌릴 수 있었다.
그때, 빌리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녀는 덜컥 겁이 나서 아는 영매사에게 불제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이후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사실 더 있다 심령 스팟에서 본 하얀 물체. 그건 어쩌면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 그 무렵 남친과 자주 다투었고, 남친은 다른 여자와 만나고 있었다. 남친을 너무 사랑했던 나는 절대로 그걸 두고볼 수 없었고, 급기야 생령이 되어 나타났던 것이다.
내가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유가 있다.
남친 상태가 이상해져서 몸도 망가지고 남친 가족까지 건강이 악화되어 뭔가 이상하다싶어 조금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믿을 수 있는 영매사에게 상담하러 갔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그건 생령이라는 말을 들었다. 곱씹어보면 기억이 날아가거나, 깨닫고보니 소파에 앉은 채로 어느샌가 밤을 지새웠다는 일들이 있었다.
그 차에 따라오던 하얀 물체는 실은 차가 아니라 남친에 매달렸던 내가 아니었을까.
원본 : http://nazolog.com/blog-entry-507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