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일서정(秋日抒情) : 김광균 시
낙엽은 폴 - 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포화(砲火)에 이즈러진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게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연기를 내어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열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 나무의 근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내인 채
한가닥 꾸부러진 철책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우에 셀로판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 - 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호올로 황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우러진 풍경의 장막 저쪽에
고독한 반원을 긋고 잠기어 간다.
* 감상 : 가을날의 쓸쓸한 풍경과 고독감을 시각적 비유와 감각적 시어로 표출한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