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집 하나 짓고 싶다 - 김명순
작은 집 하나 짓고 싶다.
비록
커다란 마당이 없다 해도
비싼 것들로 치장된 가구들이 없다 해도
그저
내 가슴속에 담아둘 수 있는
그런 작은 집 하나 갖고 싶다.
길을 걷다가 문득
햇살이 너무 고와서 눈물이 날 때
공원 앞 작은 벤치에 앉아 책을 읽다가
문득 올려다본 하늘이 너무 파래서 괜시리 눈물이 날 때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할머니의 모습에서
홀로 계실 어머니의 모습에 눈시울이 뜨거워질 때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일상사에 치여 허우적거릴 때
잠시 찾아들어가 머무를 수 있는
그런 작은 집 하나 갖고 싶다.
작은 그리움 하나 꼭꼭 숨겨둘 수 있는
그런 작은 집 하나 갖고 싶다.
아무도 찾아들 수 없는
나만의 집
내 마음속 어느 한 곳에
그런 작은 집 하나 짓고 싶다.
행여
그러다가
내 가슴속 모조리 다 들켜버려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될 그런 나그네가 찾아온다면
붉어진 뺨 애써 감추고
따뜻한 차 한 잔
대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