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규 감옥연대기
"수용번호 6974! 면회다."
번호가 불리자 수감실 내부에
이상한 긴장감이 흐른다.
곧이어 음란한 느낌이 드는
수용번호를 지닌 사내가
면회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다.
키는 180쯤 되어보이고
말끔한 행색을 하고 있다.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설마...?"
그가 면회실에 들어서자
반가운 얼굴이 건너편에 앉아있었다.
"태수형!!"
"그래 민규야.. 네가 고생이 많았다."
두 사내는 한동안 말 없이
서로를 바라 보고 있었다.
"네 편지는 잘 받아보았다.
태철이형 마지막을 곁에서 지키지 못한
내 자신이 원망스럽더라."
"태수형.. 형 잘못이 아닙니다."
"이정우라는 사내..
진짜 대단하다 싶어.
네 입에서 복기조차 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줄이야."
"모두 사실입니다."
민규는 평온한 얼굴로 대답하지만,
그의 눈에는 분노가 서려있었다.
"민규야. 이제 내게 맡기도록 해라.
지금의 두현을 무너뜨리려면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난 정치권의 힘을 빌어 볼 생각이야."
-면회시간 종료되었습니다.
면회객은 그만 나가주십시오-
"민규 네가 나올 때까지
내가 있는 힘껏 노력해보마.
넌 몸조심히 나오기만 하면 된다."
"네 알겠습니다 태수형. 몸조심하시길..."
면회가 종료되고 민규는 수감실로 돌아왔다.
현태철의 죽음 이후 계속 되었던 우울감이
태수를 만남으로써 어느 정도
해소가 된 것 같았다.
수감실에 있던 사람들 중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사내가 말을 건다.
"저.. 민규씨 오늘 작업이 있다고..."
"존칭 쓰지 않아도 됩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제가 불편해서 그럽니다."
잠시후 수감실의 모든 인원이 줄지어 나와
작업을 하러 이동한다.
이들은 목공반으로 나무를 잘라
가구를 만드는 기술을 배우고,
할당량을 채워야 하는 작업이었다.
민규의 뒷 쪽에 자리 잡은 사내 둘이
수근수근 떠들기 시작한다.
"야 야 얘기 들었어?
내일 엄청난 놈이 이감 온대!"
"아 도대체 누구길래 그래?
(소근거리며) 저기 김민규 저사람보다
더 엄청날라고?"
"그래 임마! 박강환이라고 들어봤어?"
"바...박..강환이면 우리 ㅈ된거 아냐?"
"내가 그래서 얘기하는거잖아 임마!
분명 오면 저기 저...사람이랑
(소근거리며) 한바탕 할 수도 있다고."
"둘 중 누가 이길지
미리 줄 서야 되는거 아냐?"
민규는 소근거리는 소리까지
전부 다 들었다.
박강환이라는 이름은
생전 처음 들었다.
근데 민규 자신과 비교할 정도라니..
조금의 호기심이 생겨난 민규가 묻는다.
"저기 실례합니다.
그쪽 대화에 제 이름이 나와서..
박강환이라는 이름은 처음 듣습니다만."
"아.. 죄.. 죄송합니다!!"
"아 그저 궁금해서 그런 것 뿐이니
긴장 안하셔도 됩니다."
"네...네넵! 박강환은 하종화 이전
최고이자 최악의 칼잡이로
불렸던 인물입니다.
수십의 사상자를 내고
잡혀들어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하종화 이전의...?
그럼 하종화보다 강하다는 얘긴가요?"
"저...저저저는 잘 모릅니다....만...
들리는 소문으로는 못해도
비등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하종화와 맞먹는 혹은 더 강할지도 모르는
이전 세대를 주름잡던 칼잡이.
설명을 들은 민규의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주호 형님만으로 하종화를 상대하는 건
무리가 있긴 했었다.
하종화와 비슷한급의 칼잡이라면
미리 포섭하여 태수형님께
큰 전력을 만들어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민규는 생각에 잠긴 채 작업을 모두 마치고
수감실로 돌아왔다.
골똘히 생각하는 민규의 모습에
같은 수감실 인원들은 안절부절 못해하며
무릎을 꿇고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까의 연장자가 나서서 묻는다.
"저...혹시 심기가 불편하신게 있으십니까?"
"아 아닙니다.
제가 실례를 범했군요. 죄송합니다."
"아이고 아닙니다 아닙니다.
그렇다면 참 다행입니다."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고보니 우리 같은 수감실인 것도
인연인데 통성명이나 할까요?"
연장자가 가장 먼저 이름과 나이를 밝힌다.
"저는 58세 모두정리 라고 합니다."
"성함이 특이하시군요."
-1부 끝-
저는 진지하게 쓸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