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은하계(銀河系)가 거대하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일부러 여긴 사진을 안넣었다.
한번 머릿속으로 떠올려 봐라.
소용돌이 같은 막대 나선.
지름 15~20만광년. 1000억~1조개의 별들.
대략적인 형태와 모습은 상상할 수 있어도 1조개의 별을 우리 머리로 상상하긴 매우 힘들거다.
어찌나 큰지 태양계가 우리 은하를 한번 공전하는데만 2억 3000만년이 걸릴 정도다.
그런데 사실 위에서 쓴, 또 우리가 흔히 아는 은하계는 전체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오해하지 마라.
내 말은 단순히 우리의 과학이 아직 덜 발달해서 은하계의 일부분만 탐사했다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옛날 옛날에 어떤 과학자가 있었다.
그는 은하계 내에서의 별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던 중 희한한 걸 발견했다.
케플러 법칙에 따라 중심부에서 멀어지면 공전 속도가 느려지고, 중심부에 가까워지면 공전 속도가 빨라져야 한다.
예를 들면 태양계가 그렇지.
태양에 가까운 수성, 금성, 지구보다 저 멀리 있는 천왕성, 해왕성의 공전속도가 훨씬 느리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은하계는 그렇지 않았다.
은하계 중심부에서 먼 별들이 중심부에서 가까운 별들에 비해 공전 속도가 같거나 더 빨랐다.
이는 매우 충격적인 일이었다.
이것은 오로지 두 개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기존의 중력 이론이 틀렸거나, 아니면 '보이지 않는 질량'이 은하 외곽에 있거나.
이 사건을 시발점으로 수많은 '보이지 않는 질량'의 존재 근거가 나오기 시작했다.
무엇이 '은하'를 유지할까?
무엇이 이 수천억개의 별들을 밖으로 튀어나가게 하지 않고 한 곳에 묶어둘까?
별들과 별들간의 중력일까? 아니면 중심부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일까?
이후 과학이 더 발전함에 따라 이것을 계산해보니 별과 블랙홀 가지고는 택도 없다는 결론이 나왔고, 이는 '보이지 않는 질량'이 존재하여 은하가 붕괴되지 않도록 지탱하고 있다는 핵심적인 근거중 하나가 되었다.
훗날 이것은 보이지 않는 물질이라는 뜻으로 암흑 물질(暗黑物質, Dark matter)이라고 이름 붙여진다.
이후에도 과학자들은 점점 이 미지의 물질을 다각도로 바라보곤 은하단의 구성, 중력 렌즈 등 수많은 존재 근거와 WIMPs, 수정 뉴턴 역학 등 암흑 물질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들을 엄청나게 쏟아냈으나 아직까지도 이를 완벽히 증명해내지 못했다.
그렇지만 분명한건, 매우 높은 확률로 암흑물질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 은하 내에 암흑 물질이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 예상해보면,
대략 이런 모습이 된다.
암흑 물질은 우리 은하 질량의 무려 95%를 차지한다.
약 태양 질량의 3조배 가량이다.
그 지름만 150만~230만 광년에 달한다고 한다.
암흑 물질의 분포 형태가 가스나 별들과는 달리 둥그렇게 멀리 퍼져 있는 이유는 물리학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암흑 물질은 오로지 중력 이외에는 다른것과 거의 상호작용을 하지 않으나, 가스는 중력뿐만 아니라 압력에 의해 서로 붙고 뭉쳐지기 때문이다.
원래는 가스와 암흑 물질 모두 여기저기 퍼져 있었으나 전술한 특성 때문에 가스는 더 똘똘 뭉치고, 거기서 태어난 별들또한 당연히 그 자리에 밀집되어진 반면에 암흑 물질은 여전히 바깥에 있었기에 마치 헤일로와 같은 지금의 형상을 띄게 되었다.
간단하다. 그래서 암흑 헤일로(Dark Halo)라고 불리게 되었다.
흔히들 아는 우리 은하의 이 모습은
우리 은하의 5%도 안되는 아주 일부, 어찌보면 중심부 혹은 핵에 불과했던 거다.
읽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