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래잡기가 끝나던 화 세밑
우리는 오후 열두시에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키보드 두들기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작붕과는 전혀 관계없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덕질하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채팅을 끝낸 밤
고픈 배를 위해서 야식를 먹으며
라헬과 차후 예상과 시험 문제 때문에
우리는 때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추측을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추측을
저마다 목청껏 해냈다
좋아요를 받지 않고 써내는 추측은
겨울밤 하늘로 올라가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
그로부터 12년 후 오랜만에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되어
라헬이 두려운 기성독자가 되어
스맛폰을 들고 다시 모였다
글을 하나씩 쓰고
다른 글들에 댓글을 나누고
적당한 가설에 오 그런듯 오 그런듯함
안나오는 엔류를 걱정하며
즐겁게 작붕을 개탄하고
익숙하게 키보드를 낮추어
오늘 나온 베댓들을 감상하였다
모두가 습관적으로 보고 있었다
아무도 이젠 추측을 하지 않았다
적잖은 글과 댓글을 남긴 채
우리는 달라진 작화를 보고 헤어졌다
몇이서는 작붕을 까러 갔고
몇이서는 문학을 쓰러 갔고
몇이서는 허전하게 1부를 정주행 했다
최신형 갤럭시를 소중하게 옆에 끼고
오랜 방황 끝에 되돌아온 곳
우리의 옛 동굴밤이 피 흘린 곳에
낯선 베댓들 수상하게 들어섰고
떨어지는 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아직도 남아 있는 몇 개의 이쁜 작화 흔들며 우리의 고개를 떨구게 했다
그립지 않은가
그립지 않은가
바람의 속삭임 귓전으로 흘리며
우리는 짐짓 2부의 작화를 이야기했고
또 한 발짝 깊숙이 지옥의층으로 발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