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살다가 복상사했습니다

화련은 마지막 남은 용언사의 후예입니다
하지만 부락의 모든 어른들이 죽었기때문에 화련은 어떤 용언도 배우지 못했습니다
용의 말을 이해하고 몸에 비늘이 돋은 화련은 마을사람에게 핍박받아 음울한 성격이 됩니다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왕국이 비룡을 사육하기 시작하고
전쟁의 승패는 각국 용기사의 기량으로 결정됩니다
앰생 히키코모리였던 화련은 특채(강제)되어
왕국에서 용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마룡 파프닐이 토벌되었습니다
그의 시신을 방부하는 작업을 하던 도중
남아있던 파프닐의 미약한 정신에 간섭하게되고 화련은 미쳐버립니다
내장이 찢어질때까지 금은보화를 삼켜 죽습니다

후미즈키쇼토는 정령사입니다
신앙과 마나가 메인스트림인 시대에 정령사는 대우받지 못하는 구닥다리 직업입니다
의뢰도 들어오지 않아
일용직을 전전하며 하루벌어 하루사는 아슬아슬한 인생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마법 자체를 사랑하여
범부의 재능으로 매일매일 마나해석을 연찬합니다

마나는 사실 에너지의 파동이나 입자 따위가 아니었습니다
마나 알갱이 하나하나가
서로 언어와 감정이 존재하는 지성체였습니다
원래는 강력한 군체였던 것이 고대에 모종의 이유로 파쇄되어
뿔뿔이 흩어져 있는것을
인간에 편의를 위해 연료로써 소모되고 있었습니다
마법사의 파이어 볼 딸깍 한번에 수억의 인격체가 사라집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일수 없었던 후미즈키쇼토는
분광생물학이라는 학파를 만들어 대대적인 마나사용 금지 시위를 벌입니다
처음에는 미치광이 취급을 받았지만
점점 도가 세지는 극단적인 테러리즘을 감행하는 후미즈키쇼토는
왕국 저잣거리에서 화형당해 고통스럽게 사망합니다

신바람오박사는 부모도 없고 종족도 없는 고아로 태어났습니다
특이사항은 머리에 뿔이 두개 달려있었습니다
악마 취급으로 박해받고 고문받다가 야생에 내던져졌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눈앞의 작은 적들부터 제압하며 하루의 양식으로 삼았습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수 년이 지나고
끈질기게 생존하여 제법 강해졌습니다
맹수 취급을 받는 마물에게도 기세좋게 덤볐습니다
몇 년이 더 지나 토벌을 위해 왕국의 실력좋은 기사 수 십명이 필요한 비룡도 혼자 제압했습니다
시간이 더 지나 머리 여섯개 닮은 용이나 재앙신 취급을 받는 마녀도 그의 손에 죽었습니다
수 세기가 지나고 세상에는 신바람오박사의 적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딱히 악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그를 마왕이라 부르며 두려워했습니다

신바람오박사와 맞딜이 되는 생물이 남아있지 않았기에
그는 묵시록적인 무료함을 견디며 죽음만을 기다렸습니다
왕국에서 마왕을 토벌하기 위해 용사를 양성한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신바람오박사는 수 세기만에 대등한 승부를 기대하며 아무 제재도 가하지 않았습니다
몇십 년이 지나 마왕을 목도한 용사는
한 합만에 허리가 잘려 죽었습니다
절망한 신바람오박사는 용사의 시체를 골똘히 보다 한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그는 용사의 가죽껍질을 벗겨 그 인두겁을 자신이 쓰고
왕국으로 돌아가 유세있게 자신이 마왕을 토벌했다고 외칩니다
모두가 그를 환대하고
이후 인간들의 왕이 되었습니다
그가 낳은 자식들은 모두 강대해서 위대한 용사가 되었지만
청년기가 지나면서 점점 미쳐가 사형당하거나 어디론가 도망가 행적이 묘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이마에 자라기 시작한 뿔을 가리기 위함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