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가 된 도시.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라곤 전혀 남아있지 않은 그곳에 한 소녀와 소년이 쓰러져 있었다.
검은 색의 무언가로 범벅이 된 건물 잔해에서 소녀가 눈을 떳다.
"으... 머리야. 여긴...? 뭐가 어떻게 된거지? 바닥은 왜 이렇게 축축해. 난 분명히 유타랑 쇼핑갔다가 갑자기 하늘이 밝아지더니... 헉!"
그제서야 떠오른 기억.
그녀는 갑작스럽게 노란빛과 연녹색으로 바뀐 하늘에 놀랐다.
마치 자신의 마을을 통째로 날려버린 그 희고 붉은 새가 나타났을 때와 같지 않은가?
순식간에 깨진 결계에 패닉에 빠진 사람들. 다들 대피하라는 방송을 듣고 가까이 있던 마법조합으로 유타를 데리고 도망가려는 찰나.
밝은 금발에 녹안, 그리고 한쌍의 날개를 가진 한 미녀가 하늘에서 내려왔다.
희고 붉은 새와 같은 종족이 들어 자신이 목적이라는 생각에 유타라도 도망치게 하려 했던 순간 강한 충격에 의식을 잃었었다.
"아, 맞아. 유타! 유타 어ㄷ..."
심하게 난도질 당해 움직이지 않는 몸.
나를 바라봤을 것이라 생각되는 눈이 있던 자리.
대지를 온통 검은 색으로 물들인...
유타의...
누가봐도 괴롭히기 위한 끔찍한 고문 끝에 살해당했음을 알 수 있었다.
"안 돼."
"..."
"아... 아, 안 돼. 이러지마, 이러지마, 제발... 안 돼! 일어나, 일어나! 장난치는 거지? 재미없으니까 그만해, 제바알..."
그럴리가 없다는 걸 앎에도 미친듯이 중얼거리길 몇시간.
현실을 부정하며 그저 장난이라고. 그럴리가 없다고. 아샤가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도시를 날려가며 자신을 놀리기 위한 장난이라 여기려고 노력하나.
현실은 그럴리가 없으니.
아아아악!
비통한 울음소리.
제발 일어나 달라고 애원하나 조금의 미동도 없다.
"제발, 일어나! 안 떠나겠다고... 너만은 가라할 때까지 곁에 있겠다고 약속했잖아! 왜 약속 안 지켜! 내 곁에 있어주겠다고 약속..."
죽은 소년의 잘려나간 손을 붙들고 몸을 수그린 채 흐느끼며 신음처럼 속삭인다.
"사랑해. 난 너 없으면 안 돼. 단 하루도 안 되니까. 그러니까 내게 돌아와. 제발 내게 돌아와. 내가 너 없이 어떻게 살아..."
"단 하루도 안 돼. 네가 없으면 안 돼. 제발 돌아와줘."
선연히 느껴지는 절망.
N16년 3월 XX일
어쩌면 혼란하고 불완전한 세상을 바로잡고 군림할 수 있었던, 영웅이 될 수 있었던 소녀가 무너지기 시작한 날이었다.
리즈가 시간에게 기회를 받고 과거를 바꿨던 첫번째를 생각하며 써봤어요
제가 보는 소설의 일부도 참고해서 씀
일단 유타가 죽고 리즈가 무너져가다가 흑화한다는 내용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