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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t Fear Your Own World - 번역(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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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 | 2020-03-07 20:40:14 | 343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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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에 미학을 추구하지 마라.
죽음에 미덕을 추구하지 마라.
자신 혼자만의 목숨이라고 생각지 마라.
지켜야 할 자를 지키고자 한다면, 쓰러트려야 할 적은 등 뒤에서부터 베어라.>

 

―진앙영술원 교본 사신소양대감 발췌

 

 

 

<서장 - 첫째>

 

하나의 전쟁이 있었다.

 

죽음을 관장하는 신이라 칭하는 자들과, 악한 영혼을 멸각시켜 온 자들 간의 대전쟁.
천년에 걸친 불화의 끝에, 서로의 왕을 잃어버리는 형태로 전란은 종식되었다.
사신과 퀸시의 관계는 이 커다란 상실을 계기삼아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쌍방의 왕을 벤 것은 동일인물이자 사신도 퀸시도 아닌 존재였지만, 그 사실을 아는 것은 극히 일부다.
소울 소사이어티에 침공해 온 패군 <반덴라이히>의 수괴를, 호정 13대의 객인인 사신 대행 소년이 쳐부수었다――그 일부의 사실만이 <호정 13대, 영왕궁을 방위하였도다>라는 보고와 함께 소울 소사이어티에 퍼져갈 뿐이다.

 

다시 말해, 소울 소사이어티의 근간이 되는 <영왕> 그 자체의 죽음은 혼란을 억누를 목적으로 영구적으로 은폐되는 결과에 이르렀다.
일반 대원들을 필두로 한 소울 소사이어티의 주민들 대부분은 지금도 영왕궁에서 영왕이 군림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사실을 아는 것은 대장급이나 상위 석관 같은 일부의 사신들, 혹은 정령정에서 요직을 맡고 있는 자들에 한정되어 있으며, 그들도 굳이 그 사실을 폭로해서 사람들의 안도감을 무너뜨리려고는 하지 않았다.
이제부터 철저히 파괴된 정령정의 부흥이 시작된다.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를 빼앗는 일을 좋게 보지 않았던 상층부의 판단이 과연 옳았는지 어떤지――그것은 10년, 100년 후의 역사가 판단하게 될 것이다.

 

그러한 형태로 결말에 맞이하여, 이후에 <영왕호신대전(靈王護神大全)>이라 불리게 된 일련의 전란.
때는 그 전란이 종결된 직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

 

 

- 영왕궁 본전 영왕대내리 -

 

일찍이 영왕이 군림하고 있던 장소에서 영왕궁의 신병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다.
그 중앙에 있는 <무언가>를, 0번대의 일원인 눈망울 스님――효스베 이치베가 자신의 시커먼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그의 뒤에서 나긋나긋한 어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야… 그분께서 새 영왕님이신가, 스님.”

 

스님이 뒤돌아보니 거기에는 오른쪽 눈에 안대를 걸친 남자――쿄라쿠 슌스이가 서 있었다.

 

“어이구, 벌써 움직일 수 있게 됐나? 음음, 호정 13대의 총대장 되는 자이니 그 정도의 여력은 있어야지.”

 

쾌활한 웃음과 함께 말을 받아치는 스님.
그는 쿄라쿠의 시선이 자신이 아니라 신병들이 작업하고 있는 공간 중심에 향해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상대의 물음에 답했다.

 

“자네라면 이미 알고 있겠지. 영왕님께는 새로움도 낡음도 상관없어. 우리가 영왕님이라 칭해드리는 분께서 이곳에 계속 존재해간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걸세.”

 

“이름에는 모든 힘이 깃들어 있다…… 뭐 그런 이치인가요.”

 

복잡한 표정을 지은 채, 쿄라쿠는 존댓말로 전환하고서 말을 이어갔다.

 

“…최악의 경우, 이치고 군이 그 <이름> 속에 갇힐 수도 있었다는 말이로군요.”

 

“그리 되지 않아 다행 아닌가?”

 

경우에 따라서는 이치고가 <영왕>이라 불리는 존재가 될 가능성도 있었다며, 아무렇지도 않게 답하는 스님. 다만 그 말에 감정이라 불릴 만한 것은 섞여 있지 않다.
그러고서는 이빨이 다 보이게 씨익 하고 웃으면서 쿠로사키 이치고에 대해 입에 담았다.

 

“천만다행이죠 뭐. 이로써 저도 이치고 군의 친구들로부터 원망받지 않고 넘어갈 수 있겠네요.”

 

“암, 소울 티겟을 건네준 모양이구먼. 46실하고 귀족 녀석들에게는 발설 않도록 하겠네.”

 

“……이거 정말, 어디까지 꿰뚫어 보고 계신 겁니까, 스님.”

 

영왕의 자리. 그것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닐 뿐더러, 쿠로사키 이치고에게 있어서는 최악의 결말 중 하나라고 쿄라쿠는 생각하고 있었다.
시선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보며 쿄라쿠는 그것을 새삼 마음에 아로새긴다.
그런 최악의 사태를 대비하여 쿄라쿠는 현세에 있는 쿠로사키 이치고의 관계자들에게 소울 티켓이라 불리는 특수한 영(靈) 도구를 건넨 적이 있다.
현세와 소울 소사이어티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하는 부적이며, 이전에 소울 소사이어티에 카라쿠라 마을의 인간을 산 채로 전송시킨 기술을 기반으로 개량이 진행되어, 실용화에 이른 상품이다.
쿄라쿠는 조용히 눈을 내리뜨며, 쿠로사키 이치고의 친구들에게 <힘의 종류에 따라서는 현세로 돌려보낼 수는 없다.>라는 한 가지 가능성을 전하러 갔을 때의 광경을 마음 속에 떠올렸다.
우스갯소리를 하러 온 게 아니라고 한 자신을 향해, <…우스갯소리도 아니면서 그리 간단히 이별이네 어쩌네 지껄이는 겁니까?> 하고 말했던 소년. 진심으로 이치고를 위해 분노를 보인 그와는 대조적으로, 냉정한 눈동자를 유지한 채 이치고를 계속 강하게 믿어주었던 검은 머리 소년, 그리고 자신보다도 이치고의 가족들을 신경쓰면서도 이치고의 안위를 걱정하며 깊은 우려를 품고 있었던 소녀.


――사도 군도 그렇고 오리히메 짱도 그렇고, 이치고 군은 축복받은 친구관계를 맺고 있네.
――아니, 이치고 군이기에 비로소 그 아이들을 끌어들인 건가…….


현세의 소년들을 생각하며 쿄라쿠는 이 전쟁을 끝낸 중심인물인 쿠로사키 이치고의 무사함에 안도하고서, 눈을 가늘게 뜨고 스님에게 말했다.

 

“무엇보다, <이치고 군이 스님 일행에게 베이지 않아 다행이에요>.”

 

선뜻 기묘한 말을 입에 담는 쿄라쿠.
스님은 그걸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자신의 대머리를 툭툭 두드리며 쾌활히 웃었다.

 

“나야 뭐 유하바하가 아니니까. 미래를 내다보는 것 따윈 불가능하다 이걸세. ……아니, 본래대로라면 쿠로사키 이치고는 유하바하 녀석에게 이기지 못했어. 오히려 <져줘야만 했는데> 말일세.”

 

“스님…….”

 

“헌데, 꼬마 녀석에게 있어선 참으로 다행히도, 유하바하는 완전히 영왕의 힘을 손에 넣어버렸지 뭔가. 그로 인하여, 쿠로사키 이치고가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소울 소사이어티는 이렇게 붕괴를 면하고 있는 걸세.”

 

그렇게 말하면서 대내리의 중앙에 놓인 <무언가>와 빵, 하고 손을 맞대는 스님.
맑고 투명한 손벽소리와 함께 눈을 감는 스님의 뒤에서 쿄라쿠는 질문을 더하려고 했다.

 

“스님, 그것은 영왕님의 의사입니까?”

 

“흐음…….”

 

“아니면…… 5대 귀족의 시조들의 <유지>인 건가?”

 

말끝에서 존댓말이 사라진 쿄라쿠에게 스님은 나긋나긋하게 답한다.

 

“이거이거, 시조의 역사에는 경의를 표하지 않는다는 겐가. 적의가 미처 다 감춰지질 않는구먼. 쿠치키 뱌쿠야나 시호인 요루이치도 그런 눈으로 보는 것인고?”

 

“그들에게는 별 생각 없어. 같은 호정 13대의 동지이자 나의 소중한 동료들이야.”

 

쓴웃음과 함께 고개를 젓고서, 쿄라쿠는 어조를 무너뜨린 채로 말을 이어간다.

 

“선조의 행동은 그들과는 관계없지만, 거꾸로 그들이 시조의 죄를 없었던 것으로 치는 것도 아니지. 그렇지 않아, 스님?”

 

“그렇다고는 하지만, 애당초 5대 귀족의 시조는 이미 누구도 남아 있지……”

 

스님이 거끼까지 이야기했을 때, 둔중한 폭발음이 대내리에 울려퍼졌다.

 

“!”

 

쿄라쿠가 소리 난 방향을 바라보자, 그쪽에서 사신과는 다른 농후한 영압이 느껴졌다.
시선의 끝에는 아직도 <반덴라이히>의 건축물과 융합되어 있는 구획이 있었으며, 그 벽의 일부가 파괴되어 흰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벽의 안쪽에서 흰 연기보다도 더욱 흰 사람의 그림자가 몇 개 나타난다.
대내리를 경계하고 있던 신병들이 일제히 검을 뽑으며 자세를 잡았으나, 스님은 그들을 목소리 하나로 제지했다.

 

“아― 신경 끄게, 신경 꺼. 자네들이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구먼.”

 

그러자, 이미 이쪽으로 도약해 온 하얀 그림자 중 한 명이, 독기가 빠진 듯이 혀를 찬다.

 

“칫…… 뭐야. 한 판 벌이는 거 아니었어?”

 

야생의 짐승을 연상케하는 흰 그림자――그림죠 재거잭은 착지함과 동시에 날카로운 눈빛으로 스님과 쿄라쿠를 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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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게이 2020-03-07 20:40:47
조금씩이나마 꾸준히 올리고자 합니다.

주기는 약속 못하겠습니다만..... 일단은 최선을 다하기로 ㅎㅎ;;
셜록홈즈 2020-03-07 20:57:43
블게의 이국종이십니다
번역하느라 고생많으셨습니다!!
오리가미 [L:38/A:661] 2020-03-07 22:01:03
굿 정말 감사합니다

추천!
먼지청소 2020-03-07 22:19:31
ㅊㅊ
그레미투뮤 2020-03-07 22:56:01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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