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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뜯맛즐-문학] 야크샤와 아수라
JesusChrist | L:0/A:0 | LV30 | Ex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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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 | 2017-09-25 17:41:43 | 20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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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비가 쏟아지는 행성 뤼난의 숲 속.

그 곳에서 얼마인지도 모를 세월을 살아온 나스티카가 있었다.

수라도의 삭막함이 싫어, 모든 종류의 다툼을 피해 숨어버린-태어났을 때부터 늙어 지쳐버린 어린아이.

시초신들은 그에게 야크샤라는 이름을 주었다.

 

"피곤하구나...하여튼, 꼬맹이 녀석들하곤."

 

비가 오는 와중에도 초월기로 빗방울을 보호한 채, 담뱃대를 입에 머금은 야크샤는 장난감을 정리하고 있었다.

때때로 그가 사는 곳까지 놀러오는 어린아이들이 남겨놓고 간 물건이었다.

아이들은 금방 자라 어른이 되고 죽지만, 이런 물건들은 때때로 그 아이보다도 훨씬 오랜 세월을 견디며 추억이 되어주곤 했다.

모든 장난감을 돌 아래로 정리해 넣고 다시 앉아 담배를 즐기려던 야크샤의 육감에 강렬한 기척이 걸려들었다.

적어도 나스티카들의 왕에게나 어울릴 힘을 가진 검은 그림자가 나무 위에 있었다.

 

"여기 있었구나, 야크샤? 잘도 숨었네. 찾는 데 만 년이나 걸렸어."

 

그런 야크샤를 나무 위에서 내려다보는 이는 십대 중후반 정도로 보이는 소년이었다.

검은 갑옷을 입은 아수라족의 왕은 경박하게 웃고 있었지만, 그 눈에 담긴 살의(殺意)를 읽지 못하기엔 야크샤가 살아온 세월이 너무 길었다.

설령 신과 같은 통찰이 없다 해도.

비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꺼지지 않는 담뱃대를 들고 담배를 피우던 야크샤가 천천히 그것을 옆에 내려놓았다.

초월기의 보호에서 벗어난 담뱃대가 비에 젖으며 불이 꺼졌다.

 

"무슨 일이냐, 아수라? 내게는 더 이상 볼일이 없다고 생각했건만."

 

과거 수라도에서 일어났던 분쟁에서 야크샤는 아수라를 꺾었다.

둘의 힘은 거의 호각이었지만 몇 가지 이유로 승부는 야크샤 쪽이 훨씬 유리했기에 그는 비교적 수월하게 아수라를 꺾을 수 있었다.

당시 종족간의 균형과 같은 문제로 그를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야크샤는 충분히 자비를 배풀었노라 생각했지만, 벌레의 왕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패배의 원한을 만 년 이상 묵혀가며 그를 찾아온 것이다.

 

"볼일이 없는 건 네 쪽이고, 내게는 있거든."

 

건들거리며 나무에서 내려온 아수라가 천천히 야크샤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야크샤는 당혹스런 상황에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아수라를 응시했다.

인간형, 근접한 거리, 모든 요소에서 아수라가 불리하건만 그는 아랑곳않고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한 판 더 붙자, 야크샤. 저기서 말이지."

 

하늘, 정확히는 우주공간을 지목하는 아수라를 보며 야크샤는 재빨리 생각했다.

싸움의 이유, 승산, 부작용.

인간으로 치면 1초도 되지 않는 시간동안 계산이 끝났다.

 

"굳이 인간계에서 싸울 이유가 있느냐? 수라도야말로 우리의 힘을 가장 잘 펼칠 수 있는 곳일진데, 다시 그 곳에서 싸우긴 겁이 나는 게냐?"

 

인간계, 특히 이 행성 위에서는 싸우고 싶지 않았던 야크샤였기에 침착하게 날린 도발이었다.

진짜로 싸우려면 수라도로 가지? 왜, 거기서 싸웠다가 져서 겁나냐?

그에 대한 아수라의 대답은 차가운 비웃음이었다.

 

"물론 겁나지. 위-대하신 야크샤 왕과 수라도에서 싸우면 승산이 없단 건 뼈저리게 느꼈거든...전장을 고르는 것도 능력이잖아?"

 

아수라의 손에 검보랏빛 구체가 떠올랐다.

야크샤는 그것이 아수라족 나스티카들이 즐겨 쓰는 어둠 속성 초월기임을 알고 있었으며, 동시에 그것이 행성을 일격에 멸하는 것도 가능함 역시 알고 있었다.

의도는 말할 것도 없이 협박이었다.

 

"선택해, 야크샤. 위로 올라가서 싸울래? 아니면 이 곳을 우주로 만들어 줄..."

 

"-좋다."

 

대답과 동시에 야크샤가 빛처럼 빠른 속도로 아수라에게 덤벼들었다.

압도적인 육체능력의 차이 덕분에 아수라가 인식하기도 전 멱살을 움켜쥐었지만 그 자리에서 아수라를 조각내는 것은 불가능.

그 역시 한 종족의 왕이었기에, 아수라를 박살낼 정도의 힘을 행사했다간 적어도 지금 있는 이 대륙이 끝장날 것이다.

이미 덤벼들기 전 계산을 마친 야크샤는 초월기로 자신이 있는 대지를 보호하고 아수라와 자신의 중력을 조작, 대기압력을 조작해 머리 위쪽부터 우주공간까지 존재하는 모든 공기층을 갈라 공기저항을 없앴다.

이후, 온 힘을 다해 도약-대륙 전체에 퍼질 듯 거대한 굉음과 함께 두 수라의 몸이 솟구쳤다.

 

"큭! 이 자식이...!"

 

그제서야 반응한 아수라가 초월기를 시전해 몸을 그림자와 같은 형태로 바꾸며 야크샤의 손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한 번의 도약만으로도 이미 둘은 방금 있던 행성에서 벗어나 우주공간에 안착한 상태.

초월기를 이용했다지만 인간형으로 행성 대기층을 뚫어버리는 도약은 그야말로 왕 중에서도 압도적인 육체능력을 가진 야크샤, 혹은 아난타나 가능할 신기(神技)였다.

그러나 야크샤는 단순히 올라오기만 한 게 아니라 우주로 오는 것과 동시에 차원의 장벽을 허무는 나스티카 전용 초월기 '만월의 문'을 시전했지만, 어째서인지 초월기가 발동되지 않았다.

 

[만월의 문은 안 통해, 야크샤! 이 인근 성계에선 우리 종족 나스티카들이 차원을 통제하고 있거든!]

 

공기가 없어 육성이 전해지지 않기에 수라의 언어로 외치며 아수라의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갑옷처럼 탄탄한 갑각으로 뒤덮인 흑색 동체, 세 개의 손톱이 칼날처럼 뻗은 6개의 팔, 앞과 좌우를 모두 보는 뿔 달린 세 개의 머리.

거미를 연상시키는 여덟 다리의 하반신을 가진 거대한 수라는 이 성계의 중심축인 항성 메르칼보다도 몇 배나 거대했다.

 

그에 맞서는 야크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수라와 동시에 수라화를 시작하고 마친 그는 하얀 머리칼의 소년이 아닌, 거대한 백색 야수로 변한 상태였다.

상대보다 반 배쯤 작은 체구였지만 더욱 강한 힘을 내포한 근육이 역동적으로 꿈틀거리며 전투태세를 갖췄다.

그 모습은 일견 호랑이 같기도, 사자 같기도, 늑대 같기도 했다.

뿔이나 날개 등으로 화려한 외관을 가진 다른 나스티카들에 비해 소박한 외향이지만, 뭔가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이 있었다.

 

[이번엔 말릴 사람이 없을 게다, 아수라. 날 원망하지 말거라.]

 

맑은 청색이던 야크샤의 눈이 붉게 타오름과 동시에 금색으로 빛났다.

화안금정(火眼金睛), 모든 정신계 초월기나 환상을 꿰뚫어보는 야크샤의 고유초월기가 발동된 것이다.

이전 둘의 싸움에서 아수라의 패배를 결정지었던 기술이기도 했다.

어둠속성 특유의 은신과 정신계 초월기에 능한 아수라에게 있어,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야크샤는 그야말로 천적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내가 그 기술에 대한 해결책도 없이 왔을 줄 알았어?]

 

그와 동시에 아수라를 향해 덤벼들려는 야크샤의 앞에 수 없이 많은 환상이 나타났다.

물론 야크샤의 눈은 진실을 꿰뚫어보지만 그렇다고 환영이 아예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기에, 제대로 속이기보단 눈을 어지럽히는 용도로 쓰는 것이다.

짜증스럽게 앞발을 휘저어 환영 몇 개를 분쇄한 야크샤는 온 힘을 담아 포효했다.

 

[꺼-져-라-!]

 

육성언어처럼 물리적으로 작용하지 않는 것이 수라의 언어지만, 야크샤의 고유초월기 사자후(獅子吼)가 담긴 포효는 초월적 힘이 담겨 인근 성계 전체를 울렸다.

방금 전까지 야크샤가 거주하고 있던 행성 뤼난은 이미 그에게 보호받고 있었기에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인근에 존재하는 십 수개 행성의 인간과 수라, 그 외 모든 생물들은 포효에 담긴 힘을 견디지 못해 떼죽음을 당해야 했다. 몇몇 강력한 라크샤사나 신을 제외한, 인근 8개 항성계의 모든 생명체가 말살된 것이다.

그 중 인간만 세어도 물경 10억 명은 넘을 것이다.

인간계에서 힘을 행사하는 데 능숙하지 못했기에 저지른 치명적인 실수에 야크샤는 이를 악물었지만, 지금은 실수를 자책할 때가 아니었다.

 

[빈틈이군.]

 

강력한 포효를 통해 환영을 모두 물리치자 그 빈틈을 이용해 아수라가 공격을 가해왔다.

여섯 개의 손에서 뻗어나온 손톱이 은빛으로 빛나는 야크샤의 등을 노렸지만 야크샤는 마치 고무처럼 탄력있게 몸을 비틀어 공격을 피하며 오히려 역공을 가했다.

둘의 격돌은 그 충격파만으로도 근처에 있던 행성 하나가 공전축에서 벗어나게 만들었으며, 아마 야크샤가 보호하지 않았더라면 그가 있었던 행성 뤼난 역시 충격의 여파로 거의 멸망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왕들의 싸움은 그 자체가 우주적 재앙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역시...육탄전은 안 되겠는걸.]

 

빈틈을 노려 덤벼들었음에도 팔 두 개가 잘려나가고 몸통이 덜렁거리는 중상을 입은 아수라가 씹어뱉듯 말하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방금 전 싸움을 통해 공략법을 확정했기에 그의 목소리는 낭패한 사람답지 않게 밝았다.

아수라의 머리 위로 검은 구체가 떠올라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야크샤를 향해 발사됐다.

 

[그럼 이런 건 어때?]

 

'검은 태양의 폭격'이라 불리는 이 초월기가 아수라의 주력기 중 하나라는 사실은 이전 싸움에서 충분히 느꼈기에 야크샤는 굳이 받아치려 하지 않고 초월기를 이용, 날렵하게 몸을 움직여 피했다.

그를 피해 지나간 초월기는 형태를 잃으며 파동만으로도 행성 네 개와 항성 하나를 분쇄했다.

 

 

 

 

"대피해라, 대피해!"

 

마을 장로의 호통에 사람들이 일제히 산 정상을 향해 달렸다.

하지만 열심히 달리는 노력이 무색하게도 파도는 거침없이 달려들어 마을을 집어삼키고 산을 오르던 마을 사람들마저 집어삼켰다.

딸만은 구해보고자 딸을 위쪽으로 있는 힘껏 던지는 어머니, 무력하게 던져진 딸, 아들이라도 살아 도망가라고 윽박지르던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의 말을 무시하고 업어 올라가던 아들까지.

파도는 누구 하나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휩쓸어 죽음을 선사했다.

하지만 이들은 결코 깨닫지 못하리라.

방금 전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파도가 수십 광년 너머에서 날아온 초월기의 간접적 충격 때문이라는 사실을.

아수라의 초월기는 직격한 것만으로도 1억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이러한 간접적 충격으로 5천만 명 이상을 죽였다.

 

그들 외에도 많은 행성의 사람들이 이 천재지변 앞에 신을 찾으며 절규하고 울부짖었지만 구원은 없었다.

야크샤가 은신처로 골랐을 정도로 변방인 이 은하계에는 4선급 신이 두 명밖에 없으며, 그들마저 방해받기 싫었던 아수라의 지시로 나스티카들에 의해 강제로 귀환당한 상태.

신들이 보호해주지 못하는 영역에서 일어나는 왕들의 전투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수준의 피해를 야기했다.

 

특히 이 사태를 가장 가까이서 목격하고 있는 행성 뤼난의 주민들에게 있어 하늘을 흑백으로 수놓는 빛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야크샤의 초월기로 보호받기에 죽는 이는 없었지만 공포와 혼란이 뒤따랐고, 미쳐 날뛰며 다른 사람들을 죽이는 이가 속출하기까지 했다.

강력한 나스티카의 존재감이 예민한 감각을 지닌 이들을 자극한 것이다.

 

 

 

[대단한데, 야크샤. 전엔 나보고 인간을 어쩌고저쩌고 훈계조로 말하더니, 방금 네가 나보다 인간을 더 많이 죽인 거 알아?]

 

야크샤는 다시 초월기를 응용, 비아냥거리는 아수라를 향해 도약하며 앞발을 내질렀다.

항성보다 거대한, 심지어 그 육체조차 작게 느껴질 정도로 압도적인 힘을 갖춘 존재의 일격은 공간을 일그러트리며 압력만으로도 근처에 있던 행성 하나를 분쇄하고도 수십 광년의 거리를 뻗어나가-사자후의 영향 밖에 있던 행성을 강타해 수천만 명을 죽였다.

하지만 정작 목표인 아수라가 능숙하게 몸을 그림자로 바꾸며 공격을 회피해 버렸기에 야크샤는 낭패감에 내심 혀를 찼다.

상대가 전장을 수라도가 아닌, 인간계로 고른 이유를 하나 더 깨달은 것이다.

 

'이동이 자유롭지 않구나.'

 

강력한 중력이 작용하며 대지 역시 굳건한 수라도에서라면 모를까, 인간계의 우주는 야크샤가 싸우기에 적합한 환경이 아니었다.

하다못해 주변의 행성을 이용하면 도약하며 싸울 수 있겠지만 그는 행성 하나를 보호하는 처지, 아무리 초월기로 보호한다 해도 도약하기 위해 발로 밟는 순간 그 곳에 있는 인간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것까진 막을 수 없기에 발판으로도 이용할 수 없다.

심지어 멀리 떨어질 수도 없으니 육탄전에 능한 그의 장점이 모두 봉쇄된 셈이었다.

 

[왜 그래? 수라도로 가고 싶어? 가도 좋아. 그 행성은 내가 심심풀이로 부숴볼지도 모르지만.]

 

다시 한번 공격하고자 그에게 별로 친숙하지 않은 숨결(Breath)계열 초월기를 쏘았지만 역시 명중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수라를 지나쳐 끝없이 뻗어나가, 항성 일레딘을 부수며 그 항성계에 있던 네 개 행성이 공전축을 이탈하게 만들었다.

안타깝게도 그 항성계는 유난히 인간이 살기 좋은 환경이었기에 각각 행성에 수천만 명, 1억 명에 달하는 인간들이 있었고 그들은 갑작스런 지각변동과 환경변동을 이겨내지 못하고 모두 몰살당했다.

하급수라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몰랐는데 공격형 초월기는 정말 젬병이군? 위력이야 제법이다만...라크샤사들도 그런 건 안 맞아주겠는걸.]

 

가볍게 움직여 다시 야크샤와 거리를 벌린 아수라가 초월기를 구현하기 시작했다.

상대의 여섯 눈동자가 모두 야크샤가 보호하고 있는 행성을 향해 집중됐음을 깨달은 순간 야크샤는 피가 식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일격 일격이 행성을 멸하기 충분한 초월기가 수십 발, 신체강화형 초월기로 내구도를 향상시켜 날아온 초월기를 튕겨내는 데 성공한 야크샤가 아수라를 향해 외쳤다.

 

[이런 식으로 이기면 기쁘냐, 아수라? 이게 네가 원한 승리냐?]

 

준엄하기 그지없는, 마치 꾸짖는 듯한 야크샤의 힐난에 아수라가 아주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그저 그뿐, 그것은 오히려 아수라를 불쾌하게 만들 뿐이었다.

 

[그래, 난 그게 싫었다고. 넌 내 윗사람도 뭣도 아냐. 그런 식으로 훈계하듯 말하는 게 불쾌할 수 있단 걸 알아야지.]

 

여기까지 울림이 느껴질 정도로 강력한 초월기의 파동에 야크샤의 털이 쭈뼛 섰다.

대처는 간단하다. 지금 보호하고 있는 행성을 디뎌 회피한 후 즉시 만월의 문을 열고 수라도로 넘어가버리는 것. 아수라족 나스티카들이 차원을 통제한다지만 본래 그런 식의 관리는 신들의 특기다. 아직까지 그것을 유지하긴 힘들 터.

아직 치명적인 공격을 당하지 않은 상황이기에, 그것만으로도 위기를 회피할 수 있다.

초월기가 취약한 야크샤에게 있어 행성 하나를 보호하며 아수라와 초월기 싸움을 하는 것은 그야말로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겠지.'

 

저 행성에 있는 아주 작은 마을, 그 곳의 사람들은 모두 그의 자식과 손자 손녀같은 존재였다.

어려서는 놀아주고 키우며, 커서는 조언하고 훈계하며 아버지처럼, 할아버지처럼 함께 수백 년을 살아온 인간들.

우주적 존재인 나스티카에게 있어 한 줌 모래알만도 못한 존재들이건만, 야크샤는 차마 그들을 버릴 수 없었다.

 

[이제 그만 죽어, 야크샤.]

 

지난 번 싸움에서 맞추지 못했던 가장 강력한 고유초월기, '검은 거미의 송곳니'가 야크샤를 향해 내리꽂혔다.

 

 

 

 

[후우...드디어 끝났나.]

 

마침내 몇 번이고 초월기를 얻어맞은 끝에 완전히 박살나버린 야크샤를 두고 아수라는 인간형으로 되돌아갔다.

거의 샌드백이나 다름없는 상대를 일방적으로 공격해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기력이 고갈되기 직전이었다.

아마 이런 수법을 쓰지 않았으면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였으리라.

야크샤의 시체를 내려다보던 중 고개를 드니 그가 보호하려고 애쓰던 행성이 보였다.

인근 항성계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그곳을 향해 손을 뻗고, 인간형에서 쓸 수 있는 쓸만한 초월기 하나를 발동시켰다.

행성은 마치 방금 전 죽은 야크샤처럼 빵 터져버려 순식간에 흔적도 남지 않게 되었다.

폭발해 흩날리는 행성의 잔해를 보며 그는 미친듯이 광소했다.

 

잠시 후, 아수라는 정체모를 자괴감이 가슴 속을 쿡쿡 찌르는 것을 느끼며 웃음을 멈췄다.

그제서야 그는, 자신이 비겁한 방법으로 야크샤를 죽임으로서 영원히 야크샤를 이길 기회를 잃었음을 깨달았다.

언제 웃었냐는 듯 통곡하고 싶은 슬픔이 죄어들었다.

 

[성공했네? 축하해! 드디어 야크샤 녀석을 죽여버렸구나!]

 

벌떼가 웅웅거리는 듯한 소음과 함께 나스티카 라바나가 그의 옆에 나타났다.

만 년이 넘게 준비해온 일을 성공했을 아수라를 축하해주려고 온 것이었건만, 정작 아수라의 표정이 어두워 당황해야 했다.

때문에 그는 재빨리 기분을 환기시키려고 주제를 돌려보았다.

 

[아마 신 녀석들도 지금쯤 거의 돌아버렸을걸. 2선급부터는 말할 것도 없고 3선급 신도 서른 마리 정도 없어졌다는 거 같아. 대충 야크샤족 책임으로 떠넘기면 그만이지만.]

 

[기분이...더러워.]

 

[응? 뭐라고 했어, 아수라?]

 

[...아니, 아무것도 아냐, 라바나. 돌아가자.]

 

아수라의 말에 라바나가 웃으며 '만월의 문'을 열었다.

문득 아수라가 뒤를 돌아보자 야크샤족의 2인자인 슈리를 필두로 한 야크샤족 나스티카 몇 명이 증오 어린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격전 후라고 해도 왕인 아수라와 라바나, 그 외 수 많은 아수라족 나스티카들을 상대로는 싸울 수 없기에 보내줄 뿐.

야크샤족 나스티카들의 등 뒤에는 항성보다도 거대한, 하지만 지금은 온 몸이 산산조각나고 만 거대한 은빛 짐승이 있었다.

그것은 한 때 야크샤라 불렸던 존재였다.

 

[그만 좀 째려봐, 슈리. 덕분에 넌 왕이 돼서 좋잖아? 다음에 또 봐. 그 때는 나랑 재밌게 놀자고.]

 

라바나가 슈리를 향해 음탕한 손짓을 보냄과 함께 문이 닫혔다.

 

그리고 머지 않아, 전 우주에 야크샤족의 초대 왕인 야크샤가 살해당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또한 하프들에게 있어 악몽과 같은 아이템, '야크샤의 뼛조각'이 탄생했다.

 

 

 

 

처음에 5천자쯤 쓰고 아 이거 너무 길어서 다 안읽을거같은데...했는데

딴사람들이 쓴 거 보니까 7천자 8천자 이러더만 ㅋㅋㅋㅋ

그래서 걱정없이 원래 쓰려던 내용 좀 더 추가해서 늘려씀

근데 내가 봐도 좀 재미없네 ㅅㅂ

상상할땐 재밌었는데

뭐 상상하는대로 재밌게 쓸 능력이 있었으면 소설가를 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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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그니 2017-09-25 18:33:37
음탕한 손짓은 뭔가요?
JesusChrist 2017-09-25 18:45:32
@신아그니
그 왜 그거 있잖아

검지랑 중지 사이로 엄지넣고 까딱까딱 하는거

라바나랑 잘어울리지 않음?
신아그니 2017-09-25 18:51:05
@JesusChrist
중지손가락 까딱까딱 거리면 뭔가 터지는 그 건줄 알았네.
JesusChrist 2017-09-25 21:27:27
@신아그니
그건 뭐지
법규 비슷한건가
장쉐량 2017-09-25 19:09:09
어휴 아수라가 나쁜 놈이네
JesusChrist 2017-09-25 21:28:08
@장쉐량
의외로 착한놈일지도 모른다구
일단 은신벌레 느낌이라 대충 졸렬한 캐릭터성을 줘봤지만
하리보고양 2017-09-25 20:11:40
아수라족은 뭔가 어그로종족같은느낌ㅋㅋㅋ항상 악역으로나와ㅋㅋㅋㅋ
장쉐량 2017-09-25 20:14:10
@하리보고양
좋게 말해서 아수라족이지 걍 벌레들...수라들 중에서 제일 없어보임ㅋㅋㅋ
하리보고양 2017-09-25 20:18:48
@장쉐량
취급ㅠㅜ 없어보이는건ㅇㅈ
장쉐량 2017-09-25 20:21:01
@하리보고양
그래도 현 상황에서는 쟤네가 제일 튼튼하니까..좀 없어보여도 좋은 종족이 아..닐까?...
하리보고양 2017-09-25 20:30:14
@장쉐량
소설보면 아수라 혼자 열심히 캐리하는 느낌ㅋㅋ라바나가 너무 강렬해서그렇지 다른 나스티카들도 괜찮은아이들일수도
신아그니 2017-09-25 20:32:31
@하리보고양
라바나 슈리한테 음탕한손짓 ㄷㄷ
JesusChrist 2017-09-25 21:29:57
@하리보고양
악역이 제일 어울리잖아?
라바나도 나쁜놈이고
tHack [L:33/A:459] 2017-09-25 20:40:45
아수라가 야크샤 죽였을거라는 썰
저도 썰로만 생각하던건데 글로 풀어주셔서 ㄳㄳ 잘봤음 추천누르고감
JesusChrist 2017-09-25 21:31:05
@tHack
부족한 실력 보여주기 쪽팔려서 올릴까말까 했는데 잘봤다니 기쁨 ㅋㅋㅋㅋ
글로 풀어보고 싶은 게 몇 개 더 있었는데 반응이 좋으니 나중에 정리해서 써볼까...
장쉐량 2017-09-25 21:33:00
@JesusChrist
ㅇㅇㅇ나도 재밌게 잘봤으니까 더 해봐 기대된당
JesusChrist 2017-09-25 22:38:56
@장쉐량
기분조타
다음엔 수박바로 얻어맞는 타크사카다!
누가 때리나 했더니 아이라바타!
장쉐량 2017-09-25 22:48:18
@JesusChrist
속보: 용족 2인자 수박바 맞고 사망...
조우텐치 2017-09-25 21:17:05
기분이 더럽다고 하는 걸 보면 아수라 본인도 인질 잡아서 야크샤를 죽인 거에 껄끄러워하는 건가?
JesusChrist 2017-09-25 21:32:37
@조우텐치
ㅇㅇ 언급된 것처럼 비겁하게 죽임으로서 영원히 정정당당하게 꺾을 기회를 잃은거니까
뭐 정확한 감정선을 표현하기엔 내가 미숙하니 대충 시험을 컨닝쳐서 넘어가고 느끼는 자괴감정도로 이해하면 되려나
조우텐치 2017-09-25 21:35:22
@JesusChrist
야크샤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표정 굳어지고 속으로는 자괴감과 후회에 눌려버린 아수라가 상상 되는군.
JesusChrist 2017-09-25 23:34:41
@조우텐치
물론 죄책감은 절대 아니겠지만
루더스 2017-09-25 22:20:01
캬 라바나 샹련인거 너무 좋고요 졸렬한 아수라족들 좋습니다 나스티카들 썰 많이 풀어줘
JesusChrist 2017-09-25 22:43:52
@루더스
사실 썰풀었다가 원작과 충돌 일어나면 슬퍼져버리지만...
근데 뭐기 좋을지 생각이 안나네
전에 몇 개 생각했었는데
프로세르핀 [L:23/A:247] 2017-09-25 22:21:23
꿀잼ㅊㅊ
JesusChrist 2017-09-25 22:44:15
@프로세르핀
ㄱㅅㄱㅅ
아르주나 2017-09-25 23:51:58
졸잼이네 고유초월기 설정도 그럴듯하고 ㅊㅊ
JesusChrist 2017-09-25 23:58:48
@아르주나
ㄱㅅㄱㅅ
사실 화안금정은 손오공 거라 하누만이 더 어울리는 게 함정이지만
전마린 2017-09-26 01:03:43
아수라족 매력bbb
글 잘보고가요ㅊㅊ
JesusChrist 2017-09-26 07:56:35
@전마린
ㄱㅅㄱㅅ
근데 졸렬한게 의외로 인기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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