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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 0-0 | 2020-02-18 14:11:02 | 4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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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비슷한 내용 어디서 본적 없는지 좀...


갑자기 생각나서 쓴건데 왠지 어디서 본거 같은 느낌이라...


 


 나에겐 가장 친하다고 할 수 있는 로버트라는 친구가 한 명 있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공부와는 담을 쌓았던 나와는 달리 항상 전교에서 1, 2위를 다투던 공부벌레였고 커서는 의사가 되어 번듯한 저택에서 살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서 흠이라면 마흔이 다 되어가도록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 해보고 독신으로 살고 있다는 것과 나 같은 별볼일 없는 놈과 둘도 없는 친구 사이라는 것이었다. 별로 접점이 없었을 것 같은 그와 어떻게 이렇게 친한 사이가 됐는지 이젠 잘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그와 친구라는 건 나의 몇 안 되는 자랑거리 중 하나였다. 나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나의 어여쁜 아내 리사와 딸인 엘리였다. 아버지인 내가 말해서 설득력이 떨어질지 몰라도 엘리는 정말 내 딸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귀여운 아이였다. 특출난 것 없지만 이렇게 훌륭한 친구와 화목한 가정을 가진 나는 행복했었고 그 행복이 영원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과분한 욕심일 뿐이었고 엘리가 17살이 되던 해에 나는 완전히 망가져 버리고 말았다.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봐 왔지만, 나에게 있어 언제나 가장 예쁜 여인이었던 아내 리사를 병으로 떠나보냈기 때문이다. 그녀는 엘리가 16살이 되던 봄에 갑자기 몸이 안 좋아졌다. 빈곤한 경제 사정으로 입원할 돈이 모자라던 차에 로버트의 도움으로 그의 지인이 운영하는 병원에 신세 질 수 있게 됐지만, 그의 도움이 무색하게도 리사의 병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결국 그 해를 넘기고 얼마 못 가서 내 곁을 떠나갔다. 그녀의 죽음은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것이었다. 그녀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자신의 남은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는지 딸을 잘 부탁한다며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지만 나는 그녀를 잃고서도 제대로 정신을 차릴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원래도 넉넉지 못했던 내 벌이였지만 아내를 떠나 보낸 뒤 그조차도 내팽개치고 하루하루를 술로 보내는 나날이 이어졌다. 그리고 결국엔 아내가 그렇게 신신당부했던 엘리에게조차도 관심을 놓아버리고 만 것이었다.


 


 그렇게 술에 빠져 허송세월하던 어느 날 나는 나에게 남아있던 모든 것을 빼앗아가는 듯한 말을 듣게 되었다. 로버트가 나에게 진지하게 할 말이 있다며 나를 로버트의 저택으로 불렀고 그곳에서 엘리와 로버트는 내가 상상도 못 했던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의 말을 요약하자면 리사의 죽음과 정신을 놓아버린 나 때문에 힘들어하던 엘리를 자신이 위로해주면서 서로 특별한 감정이 싹트게 되었으며, 서로의 진심을 확인했으니 이젠 나에게 결혼의 허락을 받고 싶다는 말이었다. 나는 한순간 내 귀를 의심했지만 둘의 표정을 보고는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가장 친했던 친구의 갑작스러운 배신에 밑바닥에도 더 밑바닥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비참해졌다. 나는 로버트에게 친구의 어린 딸이랑 붙어먹으려고 그 나이 먹도록 장가도 안 가고 있었냐는 둥 온갖 모욕적인 욕을 했다. 그리고 엘리에게는 그 결혼을 하면 내 딸이 아닌 줄 알라며 엄포를 놓고는 저택을 나가서 항상 마시던 술집에서 진창이 될 때까지 퍼마셨다. 다음날에는 얼마나 퍼마셨는지 전날의 일이 꿈이었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다시 로버트의 저택에 찾아갔지만, 돌아오는 건 둘의 마음은 이미 확고해 결혼은 기정사실이고 단지 나에게 통보하고 싶었을 뿐이라는 말이었다. 나는 다시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못하고 둘에게 "다시는 연락할 생각 말고 방해되는 쓰레기 애비는 사라져 줄 테니 앞으로 보는 일 없도록 하자"는 말을 하고 저택을 나왔다. 그 후엔 정말로 둘에게서 별 연락도 없었고 소문에 의하면 결혼식을 올리지는 않았으나 엘리가 로버트의 저택에 살면서 아내 노릇을 한다는 것 같았다. 나는 내가 못나서 아내와 딸 그리고 믿었던 친구마저 잃었다고 생각해 정말 악착같이 노력했다. 그러한 노력 끝에 생활은 안정, 아니 오히려 이전보다도 경제적으로는 부유해 지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아내 잃은 직후에 그렇게 노력했다면 지금도 사랑스런 딸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었을 텐데라며 후회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그렇게 로버트와 엘리의 결혼 통보를 듣고 난 후 5년이 지나갈 때쯤에 갑작스럽게 나에게 한 여인이 찾아왔다. 그녀를 처음 봤을 때 나는 나의 첫사랑이자 영원한 나의 사랑 리사가 살아 돌아온 것으로 착각했으나 그녀는 5년이 지나 몰라보게 예뻐진 나의 딸 엘리였다. 엘리는 나에게 죄송하다는 한마디를 하고는 한 통의 편지를 건넸다. 편지를 받아든 나는 그 편지가 로버트가 쓴 것을 확인하고는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제임스 자네가 이 편지를 읽을 때쯤이면 자네는 남 부럽지 않게 성공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네. 자네가 성공한 모습을 누구보다 보고 싶었던 나였기에 그 모습을 직접 볼 수 없는 건 아쉽지만 그래도 자네의 딸 엘리는 분명 자네를 자랑스러워 하겠지. 먼저 부득이하게 자네를 속인 것에 대해선 사과하겠네. 그렇지만 리사를 잃은 절망 속에서 자네를 건져 올릴 다른 방도가 요령 없는 나에겐 생각나지 않았다네. 혹시 이 정도 말했으면 이미 알아차린 건 아닌가? 내가 어찌 딸 같은 엘리와 결혼할 생각을 했었겠나. 사실 너에게 엘리와의 결혼을 통보했을 땐 나는 이미 몸 상태가 안 좋아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었다네. 의사라는 작자가 제 몸 하나 제대로 관리 못 해서야 원 부끄럽구만. 하여튼 그래서 나는 내가 죽으면 내 재산을 너에게 모두 주려고 했었다네. 하지만 엘리가 그렇게 해도 그때의 너에게 있어서 돈이란 그저 리사를 잊기 위해 술을 마시기 위한 수단에 불과해 오히려 건강을 해칠까 두렵다고 해서 그런 방법을 쓸 수 밖에 없었다네. 너에겐 엘리와 결혼한다 했지만, 사실 나는 그녀를 내 집에서 머물게하면서 대학을 보내준 것 뿐이라네. 그리고 그녀를 나의 상속인으로 해 내가 죽으면 나의 재산을 모두 그녀에게 물려주도록 했었지. 자네에겐 미안하지만, 자네를 속인 건 나에 대한 배신감으로 노력하게 만들어 자네를 절망에서 꺼내기 위함이었네. 병으로 짧은 인생을 살게 됐지만 자네 같은 친구를 두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 아쉬운 게 있다면 죽기 전 마지막으로 자네를 보고 싶었지만, 자네를 속였다는 죄책감과 미안함 때문에 자네를 못 본채로 죽는 거구만. 그리고 내가 다시 부탁하네만 엘리에게 잘해주게. 리사의 말도 지키지 못했던 너이기에 내 말을 들을지 조금 걱정이 되긴 하지만 이제 예전의 너와는 달라졌을 걸 알기에 믿고 그녀를 맡긴다네. 그동안 내 나름대로 자네 대신 아버지의 역할을 해보려 노력했지만, 그녀에게 있어 자네는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하나뿐인 아버지라네. 그러니 이번에는 친구(아직도 나를 그렇게 생각해 준다면 정말 고맙겠네)인 나의 죽음에 절망하지만 말고 그녀를 잘 지켜 주게나. 나는 자네의 따스한 성품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니... - 로버트 -"


 


 장문의 편지를 읽어내려가던 나는 어느새 눈물범벅이 되어있었고 무심코 잊고 있었던 로버트와 내가 친해지게 된 계기가 생각났다. 그것은 나와 로버트가 초등학생 때의 일이었다. 그는 특유의 샌님 같은 성격으로 종종 불량아들의 괴롭힘의 대상이 되었다. 그때의 나는 공부에 써야 할 체력을 싸움에 쓰는 아이로 그날은 어쩌다가 로버트를 괴롭히던 아이들과 시비가 붙어 3:1로 싸우게 됐다. 싸움에 자신 있던 나였지만 역시 사람 수로 불리한 점은 매꿀 수 없었는지 어느새 내가 일방적으로 맞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그때 갑자기 자기만 괴롭힘을 당할 땐 가만히 있던 로버트가 그들을 막으려 나선 게 아닌가. 그때의 나는 사실 고맙다는 생각보다는 로버트가 매우 약하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저 그가 이후에 더욱 심하게 괴롭힘을 당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됐다. 아니나 다를까 막아서려고 오자마자 내동댕이쳐진 그를 보며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가상하면서도 허무함에 웃음이 나왔고 그것이 상대를 자극했는지 나는 더욱 강하게 맞았다. 


 


 이윽고 그들은 제풀에 지쳤는지 돌아가고 나는 로버트에게 어째서 평소에 무서워하던 놈들에게 대들 생각을 했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딱히 그들을 무서워하지 않았다고 하며 평소에는 그저 그럴 필요를 못 느끼기에 가만히 있었지만, 이번에는 친구가 괴롭힘을 당하기에 참을 수 없었다고 말하며 가방에서 반창고를 꺼내 내 상처에 붙여주었다. 그래서 내가 언제 봤다고 친구냐고 쏘아붙이자 그는 뻘쭘한 듯이 웃어 보일 뿐이었다. 나는 그런 그가 싫지 않았고 네가 싸움에 끼어봤자 도움도 안 되니 내가 대가 싸워줄테니 다치면 치료나 해달라면서 "알겠냐? 의사 친구"라고 말하자 이번엔 그가 언제 봤다고 친구냐고 대꾸하며 웃는 것이었다. 그날을 계기로 로버트와 나는 같이 다니는 시간이 늘어났고 어른이 되어선 가장 친한 친구 사이로 발전한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의사가 된 것도 나 때문이었나? 의사 친구? 이번에는 내 인생을 치료해 주었구만..."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나를 엘리가 위로하면서도 그녀 또한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그날은 둘이서 부둥켜안고 한참 동안 눈물을 흘렸다. 나는 아직까지도 이따금 로버트가 생각나 눈물을 흘리곤 한다. 그는 아마 내 평생의 자랑거리이자 둘도 없는 나의 친구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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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D오 2020-02-19 01:54:53
예전에 고르곤졸라를 때리는 어떤 츄잉 소설 생각난다
찾아봐야징
익명 2020-02-19 08:09:34
@호날D오
혹시 찾으시면 링크좀 ㅎㅎ
호날D오 2020-02-20 03:08:08
@익명
작성자분 소설과 연관 없이
그저 옛 읽었던 츄잉 소설이 생각났어요
곤도르인지 곤졸라인지 나오는 재밌는 소설이 생각나서 그냥 문뜩
호날D오 2020-02-20 03:22:15
소설이든 디자인이든 음식이든 무엇이 됐든
가장 성공적인 것들은 "익숙하지만 새로운 것"이래요. 어디서 주워들은 되게 유용한 말. 출저 책 제목 언띵킹

그리고
거짓 칭찬으로 오해를 심어주느니
다소 상처가 되더라고 진정성 있는 평가가 낫다고 생각하기에
글쓴이분 이번 소설은 재미 없었어요
하지만 뭔가 훌륭한 느낌 뿜뿜.
엄청난 열정을 느껴서.
다음소설 다다음 소설을 기대합니다
익명 2020-02-20 05:39:42
@호날D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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