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 알수없음 생일 : 키/몸무게 :
검은 날개는 세계수가 유배시킨 이종족이다.
태어난 그날부터 자타는 유랑 생활을 했다. 타인의 눈에 비치는 자유나 낭만은 자타에게는 요원한 일이었다. 그의 유년 시절은 끊이지 않는 근심과 배고픔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의 부친인 의지가 강하고 인자한 족장이 마지막 백여 명을 이끌고 성역에 쳐들어가 수년 간 이어진 유랑 생활을 끝내기 전까지는 그런 생활은 줄곧 이어졌다. 하지만 산자락에 위치한 교황청이든 산 정상에 우뚝 솟아 있는 성전이든 검은 날개족에 대한 입장은 세계수와 다르지 않았다.
심연의 힘에 물들어버린 것이 바로 검은 날개족의 원죄였다. 하지만 이 원죄는 그들이 오랫동안 책임져왔던 사명에서 비롯된 것이다. 세계수를 수호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자타의 선조들이 어찌 심연의 틈으로 스며든 힘에 잠식되었겠는가.
병세가 위중한 아버지를 대신하여 새로운 족장이 된 자타는 타협할 수밖에 없었고 그들의 날개에 성전의 족쇄가 채워졌다. 이때부터 그들은 날 수 있는 자유를 잃었다. 성전은 그래야만 심연의 힘이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할 수 있으며, 또 그래야만 검은 날개족이 성전에서 살 수 있도록 허락할 수 있다고 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안정된 생활은 자타에게 전혀 안정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구속된 능력, 빈곤한 물자와 척박한 땅은 부족의 명맥이 완전히 타인의 수중에 떨어졌음을 시시각각 깨닫게 했다.
하지만 자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이미 능력이 미치는 한에서 최선을 다했다. 최소한 힘겨웠던 지난 겨울에 굶어 죽은 아이와 노인은 한 명도 없었다.
아이가 있어야 부족에 미래가 있고, 노인이 있어야 부족의 결속력이 생긴다.
그래서 젊은 자타는 솔선해서 미래의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지기로 한다. 그의 힘은 가장 강하지 않았지만 빠른 몸놀림과 냉정한 두뇌 덕분에 그는 금방 또래 중 두각을 나타내게 된다. 일련의 시험을 거친 뒤 성전 기사단은 그에게 초대장을 보낸다.
서신이 뜻하는 바는 명확했다. 자타의 출신 문제로 영원히 진정한 성전 기사가 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서신에서는 그가 기사단의 훈련을 완수하면 성스러운 성에서 내리는 임무를 받을 자격이 생긴다고 했다. 임무 완수 후 받는 보수는 자타 본인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지만 일족들이 조금 더 풍요롭게 살 수 있게 해주었다.
부족의 일들을 인계한 뒤 자타는 이튿날 새벽에 홀로 성스러운 성으로 향하는 길에 올랐고 그렇게 떠난 뒤 수년이 흘렀다.
이름이 드러나진 않아도 교황청의 고위직과 성전 사람들은 모두 기사단에 뛰어난 암살자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교황청에서 드러내고 해결할 수 없는 골치 아픈 문제는 모두 자타의 개입 덕분에 원만하게 해결되었다.
그래서 교황청은 성전으로부터 소집령을 받은 뒤 가장 먼저 자타를 추천했다.
교황청의 추천은 곧 받아들여졌고 자타는 이 때문에 성전에 들어가 최강의 성자와 직접 얼굴을 맞대며 임무의 상세한 내용에 대해 이야기한다. 투렌 앞에서 자타는 전혀 굽신거리지 않았다. 인사를 한 뒤에는 허리를 곧게 펴고 투렌으로부터 일족이 족쇄를 풀 수 있는 기회를 얻어낸다. 그 전제 조건은 그가 투렌이 만족할 정도로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었다!
뒤돌아 성전을 나서며 자타는 속으로 조용히 맹세했다. “목숨을 거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이번 임무를 완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