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 여성 생일 : 키/몸무게 :
에밀리는 배신자였다.
최종 시험에서 그녀는 다른 3명과 손을 잡고 교관을 포함한 10여 명의 감독관을 살해했다.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배신자들은 그에 따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만 했다. 조직의 수배를 피하기 위해 수라장을 나와 뿔뿔이 흩어졌고, 신분을 숨긴 채 방랑자 신세로 지내야만 했다.
사실 에밀리는 그렇게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냥 조직이 시키는 대로 시험에서 승리하기만 하면 경쟁자의 시체를 밟고 올라 '섀도우 핸드'의 새로운 에이스가 될 수 있었다. 그를 아끼던 퀼렌은 그에게 이름과 권력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명예로운 신분까지 만들어줬을 터였다.
고아인 에밀리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하지만 그는 배신을 선택했다. 자유에 대한 갈망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을 이제까지 살게 한 신념, 어딘가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잃어버린 동생을 찾기 위함이었다. 에밀리는 조직의 힘을 빌려 동생을 찾고 싶지 않았다. 훈련 중 뛰어난 성과로 힘을 빌릴 수 있는 기회까지 얻었지만 바로 포기해 버렸다.
섀도우 핸드는 공익 단체가 아니었다. 그들은 전쟁, 기근, 재난 속에서 고아가 된 아이들을 거둬들여 배고픔을 해결해 주는 대신 혹독한 훈련과 서바이벌 형식의 시험을 거쳐 '씨앗'을 선별한 다음 뛰어나면서도 말 잘 듣는 살육자를 육성하고 있었다.
에밀리의 허리쪽 흉터는 검을 든 자에게 감정은 사치라는 말을 여실히 증명했다. 처음 시험에 참가한 날이었던가, 친구를 위해 앞에 나선 그녀의 등에 무심히도 검이 박혀 버렸다.
우정도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가족 간의 정을 허락할 리 만무했다.
그날 이후 이러한 깨달음을 얻은 그녀는 작은 소망을 마음속에 숨기고 묵묵히 훈련에 매진했다. 그 결과 고위층의 눈에 들었고, 시험 때마다 살아남게 되었다.n그리고 에밀리는 다른 종족에 대한 혐오감을 표현하며 감독관들의 마음을 샀다. 그녀가 이주를 하다가 가족을 모두 잃게 된 것도 다 심연의 악마들 때문이었고, 그들과 싸우던 수인 대군과 배후에 숨어 지시하던 성전의 반신들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극단적 종족주의의 조직인 섀도우 핸드는 인류를 위협하는 다른 종족을 처단하고자 했고, 에밀리 같은 고아들은 조직의 세뇌교육에 아주 적합했다. 에밀리도 조직의 이념 중 받아들이는 부분도 있었지만, 동생에 대한 걱정으로 이성의 끈을 완전히 놓지는 않았다.
"동생을 꼭 찾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죽어가는 부모님 앞에서 에밀리는 맹세했고, 그 말을 들은 부부는 그제서야 안심한 듯 눈을 감았다.
10여 년이 지나고 햇볕이 들지 않는 어둠 속에서 두 손이 동년배의 피로 물들어갔지만, 마음을 더욱 굳게 먹고 자신의 부모에게 한 약속을 되새겼다. 땅속에 묻혀 있는 씨앗처럼 언제나 부모의 죽음에 대한 슬픔과 동생에 대한 걱정을 가슴 속에 품고 있었다. 시험장에서 살아 돌아올 때마다 씨앗은 조금씩 자랐고 마침내 새싹이 돋아났다.
모든 조직원들이 그의 마지막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때 에밀리는 10여 년 동안 쌓은 기술과 인내심으로 피와 시신들로 케이크를 만들어 답례를 보내며, 거칠게 자신을 속박하던 족쇄를 부숴버렸다.
"자유라, 생각보다 괜찮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