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레스
최근수정 2021-06-18 19:2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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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 여성
생일 : 
키/몸무게 : 

"누가 날 소환했는지 볼까?"

매혹적인 목소리가 그림자 속 고요함을 깬다.
이곳은 직사각형의 지하실이다. 출입구는 목재문 하나로, 창문도 방치된 가구도 없다.
흑요석이 깔린 타일 위 마법 부호가 반복적으로 각인되어 있다. 정중앙에 흑요석으로 만든 악마 석상이 놓여있다. 베레스의 피가 마법진을 모두 물들였다. 선홍색 피의 아우라가 굶주린 구렁이가 먹이를 찾는 것 처럼 마법 무늬를 타고 올라간다. 어둠의 에너지가 가득한 마법진을 매개로 혈관에 깃든 힘을 이용해 이를 활성하고 다른 곳의 손님을 맞이한다.
의식 도중 제물자의 생명력이 완강하지 않을 경우 신선한 피를 모두 소모해 바짝 마른 시체가 된다.
의지력이 견고하지 않을 경우 강림한 투영에 의해 타락으로 빠져 심연의 일부가 된다.
이것은 몸과 정신의 이중 시험이다.
지금, 심연의 손님들이 초대에 응해 강림하고 있다.
방 안에 맴도는 목소리의 혼을 빨아들이는 힘이 담겨있다. 하지만 베레스는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고 여전히 피가 흐르는 손목을 붙들고 다른 한 손으로 상처를 감싸기 시작한다. 의식이 반 정도 진행되면 담판이 이어진다.
그녀는 가장 좋은 정신 상태로 응해야 한다.

"왜 말이 없는 것인가? 그대가 날 부른 것이 아닌가?"

모기처럼 얇은 목소리가 뼈를 파고든다.

"노부인이 올 줄은 몰랐어."

베레스가 이에 문 붕대를 뱉고 냉담하게 대답한다.

"아아! 말에 가시가 돋친 아가씨군."

밤의 여왕 베라, 타락자 계획의 창조자, 심연의 군단의 브레인은 교활하기로 유명하다. 비록 만년의 담을 내려놓았다 하더라도 어떤 문제에서는 물처럼 차분할 수 없었다. 베레스의 말에 그녀의 흥이 조금 떨어졌다.

"헛소리는 그만하고 시간이 없으니 바로 거래를 하지!"

베레스가 가슴에서 양피지를 꺼내 붉은 피의 빛이 감도는 석상을 향해 던진다.

"이건 내가 원하는 것이다. 이건 내가 원하는 물건, 그리고 내가 내민 패."

허공에 무형의 손이 있는 것처럼 돌돌 말린 양피지가 천천히 펼쳐진다.

"아주 공평한 거래군. 당신이 내민 물건은 내가 원하는 것이야. 당신이 원하는 것 역시나, 아니 나만 줄 수 있는 것이지."

베라의 목소리가 다시 가벼워진다.

"하지만 도대체 누가 당신에게 이 의식을 가르쳐줬는지 궁금해졌어. 그리고 이 양피지에서 익숙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악마가 왜 이렇게 인간처럼 말이 많아?"

베레스가 입을 삐죽거린다.

"문제가 없으면 이제 계약하자고!"

"하하하. 평생 날 만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너의 혀를 뽑아 다시는 말을 못 하게 해줄 테니."

말을 마친 베레스가 대답하기도 전에 모습을 감춘다.
계약이 성립되었다.
혼자 남은 베레스가 거친 숨을 내뱉는다. 그녀의 오늘 밤 행동은 금속선 위에 춤을 추는 것처럼 조금의 실수로 모든 걸 그르칠 수 있었다. 배후에 숨어있는 "마도사"라 불리는 대인물이 모든 것을 통제하도록 허락했다 하더라도 베레스는 단 한 번도 그 말을 믿지 않았다.

"흥! 수상한 녀석 같으니, 이름을 밝히지 못하면서 누구더러 믿으라는 거야?"

수라장 최고의 살수이니 베레스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스승이자 아버지이니 퀄렌뿐이다. 베레스의 궐기에 의지해 오랜 시간 고요했던 수라장이 다시 한번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고 퀼렌 역시 "그림자의 손"에서 다시 일어났다. 그는 베레스를 마도사에게 보내모든 조직의 파벌과 다른 지도자들에게 자신의 걸출한 성과를 내보였다.
3년 전 에밀리가 일으킨 반란이 수라장의 신생 힘과 퀼렌의 개인 명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조직 상부의 질의와 마주한 퀼렌은 어쩔 수 없이 일부 권력을 내어주고 조용히 새로운 피를 부화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3년이 지난 후 퀼렌은 매일 깊은 고통 속에 살아가며 직접 육성한 베레스로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에밀리에 대한 증오로 바꿨다.

"널 볼 때마다 그녀가 떠올라. 너희들은 너무 닮았어!"

퀼렌은 항상 베레스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시간이 흐르고 마음속에 많은 갈등이 있든 간에 그는 여전히 에밀리에 대한 애증이 있었다.
어린 여자아이는 퀼렌의 말속에 숨은 깊은 의미를 알지 못했다. 그녀는 그저 본능적으로 가장 아끼는 어은이 자신과 그 반역자를 함께 거론하는 것에 반감을 품었다. 특히 퀼렌의 마음 속에 스스로가 에밀리처럼 뛰어나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하여 베레스는 큰 위험을 무릅쓰고 이 거래를 맺었다. 퀼렌을 위해서, 자신을 더 훌륭하게 만들기 위해서, 두 세계의 매개, 대리 계약자로서 심연의 어둠 에너지가 그녀의 혈관에 침투했다.
이것은 그녀에게 새로운 힘을 가져다주었고 그녀의 외모를 영원히 바꿔놓았다.

"나는 그저 스스로가 추악한 타락자로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려던 것 뿐이었다."

베레스의 말에 단호함이 담겨있다. 마도사의 승낙은 그녀의 경계를 내려놓게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퀼렌의 약속 후 그녀에게 한가지 생각만 남았다. 전력을 기울여 이 거래를 완성한 후 새로운 힘을 빌려 반역자에게 그녀가 진 빚을 갚아주자.

"내가 당신보다 강하다는 걸 증명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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