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 여성 생일 : 키/몸무게 :
철로 만든 까만 가위 한 자루가 분홍색 가는 머리카락 두 가닥에 묶여, 흩날리는 촛불과 함께 흔들리고 있었다. 키이라는 자신의 길고 가느다란 머리카락을 한올 한올 잡아당겨 시선을 방해하는 모든 것을 꿰맸다. 조심스럽게 방을 꾸민 후 키이라는 촛불을 끄고, 가볍게 담 모퉁이로 쪼그려 앉았다.
어둠 속에서 그녀의 가느다란 팔은 굽은 다리를 꼭 끌어안고 있고, 얇은 등은 핏자국이 베인 낡은 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욱신거리는 통증이지만 이 순간 키이라는 안심하고 있었다. 어둡고 적막한 지하 동굴에서 고통만이 그녀로 하여금 자신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게 했다. 옅은 만족감을 느끼며, 그녀의 두 눈은 스르륵 감겨 갔다.
딸랑딸랑!
맑고 청량한 방울 소리가 동굴의 고요함을 깨버렸다. 키이라의 뜨거운 피가 순식간에 온몸을 휘감으며 처량한 눈동자 속 두 줄기의 잔혹한 붉은 빛을 내비쳤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방울은 키이라가 소유한 물건 중 하나이다. 은빛 방울이 가늘게 거미줄에 매여 있었고, 이 튼튼한 거미줄은 문틈을 뚫고 문밖의 복도 입구까지 뻗쳐 있었다. 사람들이 동굴에 내려와 거미줄에 닿게 되면 방울을 흔들어 울려 키이라를 깨울 것이었지만, 아직까지 이런 일은 일어난 적이 없었다.
동굴의 문에는 날카로운 가위가 달려 있고 문 밑에는 수십 개의 못이 흙 속에 묻혀 있다. 옆 벽의 천장에는 썩은 막대기가 걸려 있어 문만 열면 중력에 의해 떨어지게 되어있다.
"5, 4, 3, 2, 1!"
키이라는 그것이 나간 지 불과 반나절 만에 몰래 숨겨둔 독사의 이빨과 거미알을 술통에 넣은 것으로 기억한다. 그것이 돌아오면 그녀는 얌전히 술을 따라 잔을 들고 시중을 들었으나, 그의 음흉한 눈빛에는 현기증마저 났다. 다행히도 그것은 그녀를 탓하기는커녕 그녀의 행동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심지어 자비를 베풀어 그녀를 강가에 나가 놀도록 허락하기까지 했다.
키이라는 물속에서 노는 것을 좋아한다. 물속에 들어가면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게 된다. 여러 해가 지났지만, 아직도 어머니를 떠올리곤 한다.
그 늙은 것이 왜 자신을 칭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후에 키이라는 한 번 더 꾸미고 다시 강가로 놀러 갈 기회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더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고리타분한 함정을 꾸며서 늙은 것을 맞이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키이라는 동굴 안에 있는 모든 것에 제한이 있다 해도, 더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 믿었다. 그녀는 심지어 그 늙은 것이 피 흘리는 모습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아프겠지!"
키이라의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침대에 며칠 동안 누워 있게 되면, 그때는 아무도 상관하지 않을 거야.." 키이라의 얼굴은 상기되어 부풀어 올랐다.
"칙칙"
낡은 나무문이 밀렸다.
"안녕?"
부드러운 여자 목소리, 물 푸른 마법을 동반한 빛이 어질어질하여 캄캄한 동굴을 비추었다.
"늙은 것이 아니잖아!"
키이라가 경악하여 고개를 들자, 나무문에 의해 잡아당겨 진 머리카락이 잘려 나갔다.
"이게 네 인사 법이니?"
맨손으로 휘두르니 가위는 허공에 둥둥 떠 있고, 진흙은 어느새 옅은 파란 물로 뒤덮였으며, 천장 꼭대기에 곡선을 그리며 갑자기 습격해온 막대기는 그녀의 팔을 가리고 있었다.
"누구세요?"
키이라의 말투에 놀라움과 동시에 설렘이 감돌았다. 모퉁이에 비추는 그림자가 키이라의 얼굴을 감추고 있었다. 그녀로부터 안정감을 느끼던 키이라는 어머니와 어릴 적 강에서 놀던 시절을 떠올렸다.. 키이라의 시선이 닿은 눈앞에, '어머니'의 아름다운 모습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자연스러운 말투에서 친근감마저 묻어났다.
"나는 세피라, 카레노에서 온 마법사다. 그대 이름은 무엇이지?"
"키이라…. 스승님은 계속 키이라라고 부르셨어요."
키이라가 묵묵히 세피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세피라는 가볍게 이마를 문지르며 눈앞의 이 작은 소녀를 내려다보았고,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한동안 침묵해 있던 세피라는 마침내 키이라의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
"네 스승은 이미 도망갔어. 집에 데려다주지, 주소를 기억해?"
"집? 집은 무엇인가요..?"
다가오는 세피라를 보고 키이라는 두려움과 동시에 기대감을 가졌다. 머리카락 속에 감춰진 뽀록한 귀까지 설레게 말이다.
"요정의 핏줄인가?"
"요정의 핏줄? 키이라는 몰라요."
"이리 와, 자세히 보자고"
세피라는 다시금 손을 내밀었다.
이번에는 키이라가 거절하지 않았다. 그녀는 상처투성이의 팔을 내밀어, 작은 손바닥을 세피라의 손에 살짝 올려놓았다.
"어머나! 로리앙이 대체 너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키이라의 팔에 난 상처를 보고 난 후, 세피라는 그녀를 품에 안았다.
세피라는 몸이 약간 떨리는 것을 느끼며, 달시를 처음 만났던 때를 떠올렸다. 키이라라는 이름의 어린 소녀는 달시와 마찬가지로 로리앙을 스승이라 불렀다.
달시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세피라는 뭔가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키이라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괜찮아, 카레노로 같이 가자. 앞으로 우리 집이 될 것이다. 모든 마법사들의 집이거든!"
키이라는 얼굴을 세피라한테 부비며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핥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순순히 세피라에게 답했다.
"집으로! 세피라와 함께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