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쳐
최근수정 2021-08-01 00: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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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 남성
생일 : 0618
키/몸무게 : 180CM

악마 사냥꾼으로 리쳐와 그의 전우들은 한때 진짜 악마와 전투를 치른 적이 있었다. 심연의 피를 주입해 만들어진 이 특급 전사들은 힘과 지구력이 고도로 향상되어 악마와 정면으로 대항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되었다.
당시는 악마 사냥꾼에게 있어 영광의 시대였다. 수많은 암흑 생물이 미쳐 날뛰는 곳에서 그들의 명성은 영주 소속의 기사단 보다도 훨씬 대단했다. 하지만 흑마법사들이 타락하고 '정화의 전쟁'이 시작되면서 그와 밀접하게 연관된 악마 사냥꾼도 그 여파를 피할 수 없었다. 일련의 마법 검사를 통과하지만, 더렵혀진 명성을 다시 회복할 수 없었다. 이후 모든 악마 사냥꾼이 군대로 편입되어 남부 전선의 무너진 성벽에서 피에 물든 갑옷으로 심연과 공존할 수 없음을 증명한다. 수많은 악마 사냥꾼이 이곳에 묻혔고 리쳐는 전쟁이 끝난 후에도 살아남은 소수의 악마 사냥꾼 중 한 명이었다.
마법 의회의 심사를 거쳐 다시 인간 사회로 돌아온 그의 손에는 몇 년간 군에서 모았던 돈과 이미 세상을 떠난 전우의 명패가 쥐여 있었고 이건 그가 계속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가 살아있는 한 그들이 했던 모든 노력은 이 세상에서 완전히 잊히지 않을 터였다.

"추억은 술보다도 더 사람을 취하게 하는구나!"

정신을 차린 리쳐는 술통을 흔들다 술이 얼마 남지 않은 걸 깨닫고 조심스럽게 술통을 챙겼다. 다음 보급 지점까지는 거리가 꽤 남았기에 남은 밤을 고달프게 보내지 않으려면 하루에 마실 양을 잘 계산해야 했다. 그는 어둠의 장막에 숨어있는 더러운 것들을 빨리 해치워 하루빨리 자신의 '사냥'을 끝낼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랐다.
리쳐의 현재 신분은 자유 용병이다. 일주일 전, 그는 운 나쁘게 일행과 떨어진 사람으로 위장하고 암흑 생물이 며칠째 노리고 있는 상단에 들어갔다. 여덟 마리의 짐승이 겨우 끌고 가는 화물차에는 서부 사막에서 상인들이 구매한 마법 원석이 가득 실려 있었는데 이건 암흑 생물이 가장 좋아하는 먹을거리였다. 상인 무리가 고용한 용병단은 처음엔 이 건방져 보이는 녀석을 별로 반기지 않았지만 리쳐가 은화 주머니를 내놓자 흔쾌히 새 동료를 받아들였다. 용병들에게 최고의 벗은 금화였고 그 다음은 은화였다. 그래서 리쳐가 밤샘 보초를 서겠다고 했을 때 단장은 그의 요청을 완곡하게 거절하며 밤에는 편히 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여기 교역로에서 감히 우리 용병단이 호송하는 상단을 건드릴 자는 없어."

'내가 걱정하는건 인간이 아니라니까!'

어이없는 리쳐는 속으로 욕하며 다시 은화를 꺼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슬쩍 단장에게 자신의 계획을 말했다.

"어쨌든 밤에 조는건 아무도 모를 것이고 다음날엔 또 당당하게 화물차 위에 누워 자면서 걷는 고생은 안 해도 되는거 아닌가."

이렇게 리쳐는 '소중한' 일을 얻었지만 단장은 그에게 '조수' 로 룬(방금 리쳐에게 툴툴대던 녀석)을 붙여주었다. 단장이 보기에 리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외부인이었기에 만약을 위해 그를 감시할 사람이 필요했다. 리쳐는 그런 건 별로 상관없었다. 그의 신경은 모조리 칠흑처럼 어두운 밤의 장막에 쏠려 있었기 때문이다.

"네놈들의 인내심도 거의 바닥이 났을 텐데?"

리쳐는 멍하니 모닥불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리쳐의 말에 답하기라도 하듯 바람결에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텐트 근처의 공기가 갑자기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리쳐는 알 수 있었다. 그가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사냥감이 곧 걸려들기 직전이었다. 급작스럽게 변한 분위기에 한창 잠에 빠져 있던 용병들이 놀라 깨어났다. 아무래도 리쳐보단 암흑 생물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지만 오랫동안 용병일을 하던 자들이다 보니 위험에 대한 후각이 상당히 예민했기 때문이다. 완전 무장하고 텐트 밖으로 나왔을 때, 그들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허풍 떨기 좋아하는 그 리쳐가 검을 들고 무시무시한 암흑 생물과 대치 중이었기 떄문이다. 그의 침착하고 여유만만한 모습에 다들 자신들이 아직 잠이 덜 깬 것 같다고 생각했다.

"더는 존재하지 않는 이름이라 해도 나는 악마 사냥꾼으로서 우리의 영광과 사명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리쳐는 눈앞에 사냥감에 시선을 던지며 혼자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도 그 이름에 뒤따라오는 죽음과 공포의 그림자를 잊지 않았을 거다. 만일 잊었다면 내가 다시 알려주지."

말을 마친 리쳐는 자신의 검을 뽑아 들고 마치 빛의 여신의 손가락처럼 밤의 장막의 어둠을 찣어냈다.

"암흑이 강림한 곳이 바로 나의 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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