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샤
최근수정 2021-08-01 00:3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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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 
생일 : 0201
키/몸무게 : 145CM

"아... 아빠? 여기는 어디예요?"

 이샤가 깨어났을 때 처음 시선에 들어온 것은 친숙한 자신의 아버지였다. 그 덕분에 불안했던 이샤는 마음이 조금 진정되었다.

 "겁낼 것 없다. 이미 집에 돌아왔단다."

 아버지가 자상하게 말했다.

 "침대에 누워서 좀 쉬렴. 집사에게 먹을 걸 준비하라 일러두었으니 이따가 침대에 앉아서 먹거라."

 아버지의 그 말을 듣고 이샤는 뜻밖의 전화위복에 속으로 기뻐했다.

엄한 가정 교육 때문에 이샤는 또래 아이들처럼 침대에서 뭘 먹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 기쁨을 채 만끽하기도 전에 이샤는 다시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몽몽? 몽몽은 어디 있어요?!"

 아샤는 밤낮없이 자신에게 꼭 붙어있는 펫도 함께 위험에 빠졌던 걸 기억했다.

 "쉿!"

 아버지는 진정하라는 손짓을 하며 이샤의 옆쪽을 가리켰다.

 "보거라. 네 옆에 누워있잖니!"

 그 순간 몽몽은 이미 주인이 깨어난 소리를 듣고 신나서 이샤의 어깨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이샤가 뺨으로 자신의 북실북실하고 부드러운 몸을 감싸게 놔두었다.

 "아가야, 대체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지금 너와 그 일을 얘기하고 싶진 않다."

 이미 문 밖으로 몸을 절반은 내민 아버지가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뒤에서 누군가 너에게 묻는다면 너와 네 친구를 위해 네가 조금 더 신중하길 바란다, 때로는 침묵이 가장 좋은 답일 때가 있단다."

 아버지의 자애로운 미소를 보고 이샤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품 안의 몽몽을 더 꽉 끌어안았다.

당사자로서 이샤는 당연히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샤는 오늘 아침 학교에 가던 중 정체를 알 수 없는 납치범들에게 납치되었다. 갑자기 큰 위험에 처한 이샤는 억지로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그래도 그녀는 13살에 불과했다. 여기 '듣기에' 흉포하기 그지없는 악당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납치된 그 순간부터 이샤의 눈은 검은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샤는 지금 이미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벽에 걸린 괘종시계를 보니 이샤가 정신을 잃고 깊이 잠들어 있던 시간까지 더해도 납치된 후부터 이제 막 반나절이 지났을 뿐이었다. 평소라면 이 시간에 이샤는 막 낮잠을 자고 일어나 오후 수업 준비를 시작할 때였다.

지금까지 오늘 일어난 모든 일이 마치 악몽 같았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이샤가 깨어나면서 악몽 속의 모든 것이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품 안의 녀석만이 이미 지나간 과거의 진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분홍빛의 마법 에너지가 쉴 새 없이 몽몽의 몸에서 나와 조금씩 이샤의 몸으로 흘러 들어갔다.

한 사람만 남은 방 안에는 소리 없이 정적만 가득했다.

 의원 후보자 앤드류의 딸인 이샤의 납치 사건을 도시국가 카셀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손님들이 연이어 방문해 이샤의 안부를 물었고 그걸 기회로 앤드류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사건의 조사를 맡은 악마 사냥꾼 반헬싱과 바이올렛 역시 해가 지기 전에 찾아왔지만 침묵하는 이샤에게서 그 어떠한 쓸모있는 정보를 얻지 못했다.

세간에 퍼진 소문 중 이 사건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전해진 또 다른 후보 의원 퀄렌은 이 소란이 끝난 뒤 주말에 선물을 들고 앤드류의 집으로 위문하겠다며 찾아왔다.

 "인사하게. 내 새 보좌관 베레스라네."

 퀼렌은 그를 맞이하는 앤드류 부녀에게 자신의 뒤에서 큰 종이 상자를 안고 있는 아가씨를 점잖게 소개했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그녀 역시 성란 여고를 졸업했다네. 따져보니 이샤의 선배겠군."

 "이샤, 언니가 무슨 선물을 가져왔는지 알겠니?"

 종이 상자 뒤에 있는 새빨간 긴 머리카락 위로 오후의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베레스는 제자리에 멍하게 있는 이샤를 향해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앤드류는 격려하듯 이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언니 데리고 후원에 가서 놀려무나!"

 아버지의 말에 이샤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선생님에게 배웠던 예절대로 몸을 굽혀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퀼렌 아저씨. 고마워요, 베레스 언니."

 "언니 선물은 내려놓으세요. 집사가 잘 정리할 거예요."

 이샤는 한 손으로는 몽몽을 안고 한 손으로는 베레스를 잡아 끌었다. 그 언행에서는 조금의 흠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언니, 언니는 나쁜 사람인가요?"

 따라오는 메이드를 핑계를 대고 따돌린 이샤가 베레스에게 물었다.

 "왜 그런 질문을 하니?"

 베레스는 겉으로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자신이 어디서 허점을 보인 건지 계속 떠올려봤다.

 

"언니를 본 적이 있어요. 납치된 곳에서요."

 

이샤의 어조는 확신으로 가득했다. 베레스는 장담할 수 있었다. 이샤는 분명 들은 것이 아니라 봤다고 말했다. 이샤가 상당히 예민한 청각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가 잠시 의심했지만 아이는 솔직하게 베레스의 의문을 해결해주었고 동시에 베레스를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여긴 손을 쓰기에 좋은 장소는 아니었다.

 

"저는 언니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믿어요."

 

베레스의 답변을 오래 기다리지 못하고 이샤는 계속 말을 이었다.

 

"언니가 얼굴에 칼자국 있는 여자 와 싸우는 걸 봤어요. 언니는 절 구하기 위해 그곳을 찾아간 거고 절 납치한 그 나쁜 사람들과는 한패가 아니었어요."

 

여기까지 듣고 나자 불한에 떨던 베레스는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언니는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좋은 사람이 아니야! 그저 지금 상황에서 널 해칠 수 없는 것 뿐이야."

 

"저도 알아요"

 

이샤는 이렇게 대답하고는 몽몽의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으며 마음속 불안감을 없앴다. 어른들 세계의 아수라장에 말려든 적은 없지만 유명 정치가 집안 출신의 이샤는 이미 이 사건에 음모가 있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몽몽이 그랬어요. 당신에게서 익숙한 감각이 느껴진 대요. 그래서 믿어볼 만한 사람이라고요."

 "어? 이 녀석이 정말 말을 할 줄 알아?"

 베레스는 눈앞에 있는 분홍색 덩어리를 자세히 살폈다.

 "말로 하는게 아니라 일종의 정신 감응 같은 거예요. 당시 제가 눈이 가려진 상태에서 언니를 볼 수 있었던 것도 다 몽몽의 눈을 통해 본 거예요."

 베레스는 신이 나서 물었다.

 "그럼 그 후에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말해주지 않을래? 내가 그 망할 여자와 싸우고 고개를 돌렸을 때 너랑 다른 사람 모두 보이지 않았거든."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이샤는 곰곰이 되새겨보고는 틀림없다는 듯 말했다.

 "계속 절 지키고 있던 아저씨가 옆 사람과 얘기하던 것만 기억나요. 그곳의 위치가 이미 발각되었으니 절 죽이면 다 해결된다고 했어요. 저는 당시에 너무 긴장한 나머지 눈앞이 까매지면서 기절했어요. 나중에 깨어났을 땐 이미 제 침대 위에 누워있었고요."

 "그랬구나."

 베레스는 문득 뭔가를 깨달은 얼굴로 말했다.

 "이걸 다른 사람에게 얘기한 적 있어? 네 아버지라든가?"

 "아니요. 사람들이 몽몽을 어떻게 할까 봐 무서웠어요."

 이샤는 고개를 기울이며 생각했지만 그래도 아버지가 그녀에게 침묵하라고 당부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지 않았다. 눈 앞에 있는 이 언니는 분명 친근한 느낌을 주었지만 그래도 비교하자면 자신에게는 아버지와의 작은 비밀이 더 중요했다.

 "그렇다면 언니가 여기서 제안을 하나 할게......"

 며칠 후, 납치 사건을 당했던 이샤는 결국 교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마음이 안정된' 이샤는 마침내 납치됐던 순간의 자세한 일들이 '떠올라' 납치법이 그녀를 놔두려 했던 소굴을 악마 사냥꾼이 찾을 수 있게 도왔다. 다만 그곳은 벌써 사람들이 떠나 텅 비어 있었고, 반헬싱과 바이올렛이 열심히 조사했지만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했다.

 이샤는 조용히 아버지의 인맥을 통해 통신 교육 방식으로 마법 의회 산하의 아카데미에서 마법 입문 과정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다.

 "몽몽, 네가 가진 비밀은 누구도 답을 주지 못해. 내가 직접 찾는 수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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