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테
최근수정 2021-08-09 04:59:09
대표작
유저평점
마스터평점
랭킹: 336160위 101 인기도: 0 프리미엄: -100 감정가: 0
디비관리는 HELIX팀에게 도움받습니다.
성별 : 남성
생일 : 
키/몸무게 : 

"어떤 놈이 감히 나의 금역에 발을 들였느냐!"

천지를 뒤흔드는 포효성과 두려움이 절로 드는 용의 권능에 하야테의 몸은 제자리에서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촛불에 비쳐 흔들리는 그의 고독한 그림자는 마치 독사 같았다.
포효로 인한 공간의 떨림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고풍스러운 마법룬이 하나씩 떠오르며 뜨거운 빛의 각인에도 불이 붙었다...... 금제를 어긴 하야테는 십여 년간 힘들게 준비했던 자신의 계획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는 걸 깨달았다.
하야테는 안개섬의 닌자로 성년이 된 그날부터 '한조'란 이름을 가진 닌자의 수장을 따르며 충성그럽게 아미온 성산의 해상 입구를 지켰다. 세상에 그들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그들의 노력과 희생 덕분에 이 세상은 아직 어둠에 완전히 잠식되지 않을 수 있었다.

"닌자는 너무 많은 피를 흘렸어...."

선대 한조의 관이 땅에 묻히는 걸 지켜보던 하야테의 마음속에 조용히 증오의 씨앗이 생겨났다.
그는 선배들의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책임과 사명에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고 까나듯히 높은 곳에 있는 빛의 성전은 더더욱 못마땅하게 느껴졌다.
하야테는 용과 성전이 불공평한 계약을 맺었다고 생각했다. 용의 피와 힘을 계승한 닌자는 목숨으로 성전의 명예를 지키고 있었지만 성전은 그들에게 조금의 보답도 하지 않았고 존중조차 하지 않았다.
오만한 신은 높은 곳에서 군림하는데 익숙해졌는데 비펀한 종은 계속 엎드려 있는 게 달갑지 않았다.
용의 계승자로서 하야테는 보통 사람보다 성전의 진정한 힘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었다. 점점 기세가 커져가는 인간의 왕국 연맹이든 어둠의 침략 전쟁 중 눈부신 활약을 보여준 그림자 숲이든 신성한 땅을 지키고 성산을 수호하는 반신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힘의 강약과는 무관하게 차이는 바로는 본질에 있었고, 그건 세계의 근본적인 힘 중 하나였다.
신들의 모습을 감추기 전 그것은 세계를 구성하고 관리하며 수호하는 핵심이었다. 거기서 파생된 마법의 힘은 세계의 의지를 대변하며 세계의 규칙을 실행했다. 빛의 힘을 계승한 피의 계약은 보이지 않는 족쇄처럼 안개섬의 모든 이를 성전의 전함에 옭아맸다.
근본적인 힘을 잘라낼 수 있는 건 근본적인 힘 그 자체밖에 없었다. 그걸 위해 하야테는 어쩔 수 없이 마력심연과 협력하게 된다. 비록 양측은 적대 관계였지만 하야테의 목적은 안개섬이 빛의 성전이 만든 체계에서 떨어져 나와 성전의 수비 세력을 약화시키는 것이었기에 심연의 우두머리들은 망설임 없이 최대한 도움을 주었다.
저주술사 엠가나가 준 약을 먹고 심연의 비술의 도움을 박아 하야테는 자신의 피를 직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는 이런 방법으로 순조롭게 조상들의 사당 밖 금제를 통과했고 곧장 계약을 모셔둔 천룡각에 도착했다. 십여년 동안 방법을 강구하고 또 수많은 동료들을 떠나보낸 하야테는 모진 마음을 먹고 나서야 오늘밤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는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야테는 조심스럽게 계약을 수호하는 법진 앞으로 나가갔다. 그의 허리엔 어둠의 힘이 응축된 약마의 손톱이 달려 있었다. 그거라면 계약과 빛의 성전의 연결을 끊어낼 수 있다. 그런데 안개섬에서 가장 중요한 이곳에 어찌하여 이렇게 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것인가? 입구에서 여기까지 백 보도 되지 않는 거리에서 하야테는 이미 서른 여섯 개의 숨겨진 금제를 해체했다.
하야테는 닌자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지만 한 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그 자신은 직계 혈통이 아니었기에 약과 비수의 힘을 빌리지 않고 그가 가진 용의 피에만 의존했다면 그는 천룡각에 들어올 자격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마지막 금제를 해제했을 때 약의 힘이 약해지기 시작했고 피의 상태도 급격하게 변해 결국 용혼의 포효를 일으키고 말았다.
불타는 각인으로 인해 천룡각의 이변은 성전에 알려졌고 잇달아 달려온 닌자들이 조상의 사당을 겹겹이 포위했다. 오늘밤 작전은 이미 들켜버렸지만 하야테는 이대로 두 손 놓고 잡힐 수는 없었다.
어쨌든 그의 손엔 아직 악마의 손톱이 남아있었고 그건 그가 판을 뒤집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었다.
마치 결심한 듯 움켜진 주먹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하야테는 구부린 매복 자세를 풀고 금제의 힘을 무시한 채 몸을 곧게 펴고 일어섰다. 손바닥으로 전해지는 통증은 솟구치는 어둠의 힘과 함께 하야테의 영혼을 씻어 내렸다.

"오늘밤 이후의 나는 섀도우다. 맹세하건데 나는 빛을 처단하고 말 것이다."

용기를 갖고 하야테는 낯설지만 강력한 어둠의 힘을 손끝에 모아 계약을 향해 날렸다. 그 안에 있던 용혼이 날카로운 비명을 내질렀다. 그 힘이 이미 영혼의 근원까지 상처를 입혔기 때문이다.
하야테가 계약을 더 파괴하려고 준비하는 순간, 한 줄기 신성한 빛의 하늘로 치솟았다.
빛 그림자 속에서 망치를 들고 신성한 갑옷을 걸친 제니엘이 여섯 날개를 펼치고 하늘에서 내려왔다.
하야테의 작전은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때맞춰 강림한 제니엘이 그의 마지막 승부수를 막았다.
그가 이어지는 포위 공격에서 도망칠 수 있었던 건 엠가나의 사전 안배 덕분이었다.

"당신들은 내가 실패할 줄 알고 있었군."

목숨을 구해준 은인 앞에서 하야테는 유감 가득한 목소리라 자조하듯 말했다.

"뭐든 사전에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는 건 현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

엠가나가 웃으며 말했다.

"어쨋든 당신도 알다시피 난 당신들 무리에 들어가지 않을 거야. 내 목적은 안개섬이 곧 일어날 전쟁에 휩쓸리지 않게 하는 거였으니까. 일전에 당신들에게 보답하겠다고 약속한 용의 피는 얻지 못했고 얻을 기회도 없었어... 지금의 난 그저 의지할 곳 없는 떠돌이에 불과해. 아무런 가치도 없는 존재지."

하야테가 낙담한 듯 말했다.

"걱정마라. 여왕님께서는 널 안전하게 데려오기만 하면 된다고 명하셨다. 그분께는 다른 계획이 있다. 그러니까 그렇게 자신을 비하하지 마라. 깨끗한 물 한 주전자는 강과 인접한 도시에서는 별 가치가 없지만 드넓은 사막에서는 천금을 주고도 바꿀 수 없어. 네 가치는 너의 말 한마디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야."

엠가나가 위로하듯 말했다.

"저기.... 너희의 그 여왕님이 내가 숙원을 이룰 수 있게 도와준다면 내가 충성을 다할 지도 모르겠는데.... 예전에 난 안개섬과 나의 일족을 위해서만 충성을 바쳤어. 설사 그들이 날 배신자라고 생각하고 있더라도 말이야!"

하야테는 눈을 감고 팽팽해지니 신경줄을 느슨하게 풀었다. 그는 앞에 놓인 길이 얼마나 고될지 잘 알고 있었다. 그 전에 그는 힘을 더 비축하고 최대한 빨리 완벽한 컨디션을 되찾아야했다.

"남보다 더 인내하면 남보다 더 잘 할 수 있어!"

Copyright CHUING DB Communication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huinghelp@gmail.com | 개인정보취급방침 | 게시물삭제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