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치
최근수정 2022-05-22 17:4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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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란 정도가 정해져 있지 않은 것이 정도이고, 기의 근원은 무한하다는 것이 진리다."

암운의 비가 내리던 밤, 땀으로 흠뻑 젖은 노동자들이 망치와 쇠지레 따위를 들고 무너진 도장 입구에 모여, 문기둥에 박힌 두 개의 간판을 처리할지 논의하고 있었다. 이 도장의 현재 주인은 처리하기 힘든 벽돌담이나 데려갈 수 없는 사람들을 빼고는 모두 옮기라고 했다. 이 간판들은 벽돌은 아닌 데다 오른쪽 문기둥에 박혀 있으니 한나절을 씨름했지만, 도무지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저 간판들은 우리 선조가 장력의 힘으로 넣은 것이다. 손에 든 그것들로는 꿈쩍도 안 할 것이다!"

처마 밑에서 구경거리가 된 치치는 마음속 불쾌함을 억누르며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남자들을 밀치고는 허리를 낮추며 전투태세에서 운기, 축적, 장악 등의 행동을 취했다.
그 모든 과정이 거침없이 흘러갔다. 옆에 있던 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몰랐지만 두 개의 간판은 이미 돌기둥에서 튀어나오고 있었다.

"오! 어린 아가씨가 실력이 좋군!"

보고 있던 남자가 감탄하며 말했다.

"실력이 좋으면 뭘 해? 이 도장이 곧 문을 닫게 생겼는데......"

누군가가 작은 소리로 비아냥댔다. 세상 사암의 비난은 비바람처럼 치치의 귀로 흘러들어왔다.
그녀는 잠자코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떠나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앉아서 쉴 의자도 없는 상태지만,
어쨌든 이곳은 그녀의 집이었다. 이곳은 그녀가 태어나 자라고, 무술 스킬을 익히던 곳이었다.
용의 둥지는 무술을 숭배했다. 때문에 남자 여자 할 거 없이 모두 어릴 때부터 무술을 익혔다.
어째서 치치 일가만 유약했던 것일까, 그것은 몇 대에 걸친 전수가 치치대에 와서 여자아이가 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다행인 것은 그녀에게는 빠르게 무술을 익히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 선조의 무술이 잊히지 않게 치치의 아버지는 다치고 병든 몸을 이끌고 10배는 더 엄격한 훈련을 그의 유일한 딸에게 시켰다. 보다 못한 어머니는 화가 나 친정으로 돌아가 버렸고 몇 안 되는 제자들 역시 부친의 병으로 쫓기듯 나갔다. 결국 텅 빈 도장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것은 부녀 두 사람이었다. 도장 주인이었던 부친은 모든 기대를 치치에게 걸었다.
결국 그는 자신의 몸도 돌보지 않고 선조의 뜻을 좇는 천재 무도를 훈련하였다. 원래는 병을 고치고 상처를 치료하는 데 사용하기 위해 축적해 둔 미약한 힘이었으나 그는 모든 것을 바쳐 치치의 훈련에 필요한 약재와 선물들을 사들였다. 부친의 병이 심해지자 치치는 도장을 물려받아 중임을 맡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부친이 따르는 대로 제자를 늘리고 가문을 빛내기는 커녕 도장의 땅문서를 성의 전당포에 저당 잡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녀는 그 돈으로 부친의 병을 고치려고 하였다. 부친은 화가 나 며칠 동안 그녀와 대화를 하지 않았다. 그래도 치치는 화내지 않고 평소처럼 무술 연습을 하고 밥을 먹고, 부친의 안위를 살폈다.

"다 끝난 영감은 신경 써서 뭐 하게? 돈 낭비에 시간 낭비지!"

"그래요, 아버지 말씀이 옳아요. 자, 입 좀 열어봐요. 약 드셔야죠."

치치는 국자를 내밀어 약을 아버지의 입안에 넣었다.

"퉤.. 쓰군! 이 몸은 말이지, 더 약을 먹어도 이제 안된단 말이야,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제 기억이 닿는 시간부터 저는 아버지와 무예를 익혔죠. 12년간 아버지와 저는 스승과 제자이기 전에 부녀지간이기도 했었지요. 이제 제가 가업을 물려받고 나니 문득 못다 한 부녀간의 정을 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아버지가 얼마나 사실지 알 수 없지만, 가능한 메꾸고 싶어요."

"이런 바보 같으니, 미안하구나!"

흘린 눈물이 검신의 반짝임처럼 얼룩덜룩하고 앙상한 볼을 타고 흘렀다.

"미안할 게 뭐가 있나요? 아버지께선 이어져 온 무공을 전수해 주셨고, 덕분에 제가 재능을 발휘해 근심 없이 살 수 있게 해주셨어요. 이제 제가 당주이니 안심하시고 요양하시면 되어요. 무예와 도장 둘 다 전 놓치지 않을 거예요!"

"허! 그 모습을 보니 내가 젊었을 때와 똑같구나!"

부친은 참지 못하고 웃어버렸다.
그가 웃을수록 치치는 점점 괴로워졌다. 부친이 떠난 그 날, 하늘도 부슬부슬 비를 내렸다.
침대에 누워있던 부친은 기침할 기력도 부족해 보였지만 그 와중에도 치치의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그는 쉰 목소리로 부탁하듯 말했다.

"전수한 무공을, 반드시 발전시켜야 한다!"

치치는 빨간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제 정당한 무인이었다. 약속한 말은 틀림없이 지킬 것이었다. 어쨋든 부친께서 평안히 돌아가셨다는 사실에 치치는 안도했다. 하지만 그녀가 부친의 뒷일을 채 끝내기도 전에, 빚쟁이들이 들이닥쳐 도장을 받아니 식당을 차린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치치가 두 말 않고 연무장 정중간 바닥으로 도약하자 빚쟁이들은 탄성을 내질렀다. 빚진 것은 갚아야 하는 것이 진리이다. 힘을 과시하며 갚을 것을 나몰라라 하는 것은 무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집과 승명 도장의 간판만큼은 남겨두고 싶었다.

"가지고 싶은 것은 다 가져가세요, 개수에 따라 빚을 청산할 겁니다. 남은 것은 제 간판으로 제자가 생기면 원금뿐 아니라 이자까지 쳐서 드릴겁니다!"

장부를 관리하는 자가 제법 사람을 볼 줄 알았던 모양이었다. 치치의 손에 깃든 재능을 알아보고는 주인에게 몇 마리 좋은 말을 건네었다.
결국 3년의 세월을 담보로 허락을 받아 내었다. 어쨋든 치치는 이렇게 위기를 넘겼다. 다음은 어쩐다, 그녀의 마음이 술렁였다.

"꼬르륵..."

여기까지 생각하자, 치치의 배가 눈치없이 요동쳤다.
무인으 기혈이 왕성해 평범한 사람보다 몇 배는 더 식량이 필요하다. 하지만 치치는 며칠째 밥을 먹지 못했다.

"어찌 됐든 배부터 채워야겠군."

치치는 바짝 마른 뱃가죽을 쓰다듬으며 한 발로 방문을 걷어찼다.

"그럼 천하제일이라는 여포를 찾아 나서볼까!"

이곳은 선조 승명께서 지나갔던 오래된 길이다. 출신이 남루했던 그는 그저 강철같은 주먹 하나로 모든 것을 이겨내고 당대를 호령했다.
이제 승명 도장의 미래로 향한 길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자식이 불효하여 천하에 이름을 날릴만한 무인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었다. 그 때문에 영무관의 명성은 점점 쇠퇴해갔다.
역대 선조에게 필적할만한 전승자가 된 치치는 이미 천하 영웅에게 도전할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었다.

"나의 수양과 기운이 강직함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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