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내가 불을 가지고 놀지 못하게 하셨어. 그리고 어머니는 광부의 아이들이랑 놀지 말라고 하셨고. 전 상사한테는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말라는 얘기를 자주 들었고······ 또 많은 사람들이 나더러 감염자들한테 너무 잘해주지 말라고 하더라······.
근데 난 그런 말 한마디도 안 들었어. 옳고 그름은 스스로 판단하는 거니까. 긴가 민가 할 땐 일단 반론하고 봐야 돼. 나는 그런 사람이니까.
어렸을 땐 전쟁놀이에 빠져서 대장군이 되는 게 꿈이었어. 근데 림 빌리턴은 그런 걸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으니까, 결국 민간 경호 회사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지. 지금? 지금은······ 그냥 직원들이 등 따시고 배부르게 지낼 수 있으면 돼.
그리고 대장군이 되겠다는 꿈 말인데······ 옆에 있던 사람이 화살에 맞는 걸 처음 본 순간 싹 사라지더라.
대학에 다닐 땐······ 남들이 내 아버지 얘기를 하는 게 제일 싫었어. 아버지랑 사이가 안 좋았냐고? 그런 건 아니야. 우리 아버지는 상냥하신데다 나도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거든.
근데 아버지 때문에, 날 광산업 부잣집에 세상 물정 모르는 아가씨인 줄 아는 사람이 하도 많아서 말이야. 아버지는 아버지고 난 나라고.
탄약 선택이 전세를 좌우한다. 포격 사수라면 이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거야. 그래서 다들 가방에 유산탄, 섬광탄, 예광탄 등을 넣어두곤 하는데, 정작 상황이 닥치면 어떤 걸 쓰면 좋을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단 말이지.
하지만 난 소이탄 하나면 충분해. 이건 잘만 쓰면 어떤 종류의 탄약이든 다 대체가 가능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