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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하늘에 춤추는 연분홍빛 소나기 제 1장 [Spring/Complex]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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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 | 2013-02-25 12:52:00 | 5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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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거짓말!”

 

그녀의 충격적인 고백을 들은 내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이것이었다.

 

요괴? 뭐야 그게... 사람을 바보 취급해도 정도가 있지. 내가 무슨 대여섯살 짜리 어린애인줄 아나!

 

“거짓말 아냐! 정말이야! 너는 내 모습이 보이잖아? 어떻게 내 모습을 보고도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소녀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소리를 올렸다.

하지만 내 입장으로 봤을 때 그녀는 눈, 코, 입, 사지 멀쩡한, 남 부끄러워할 것 없는 인간이었다. 머리색이나 눈동자 색이 보통과는 많이 다르지만, 그렇다고 요괴라니...

 

그녀는 어떻게든 자신이 요괴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그 방법을 어떻게 해서도 생각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소녀의 그런 모습을 보며 나는 그만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

아마 어제의 복수를 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꾹 누르며 말했다.

 

“그럼 네가 요괴인 걸 증명해봐, 날 충분히 납득시킬 수 있으면 믿어줄게!”

 

증명하지 못할 것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 그런 심술을 부려봤다.

그러자 소녀는 정말 필사적으로 고뇌에 빠지기 시작했다. 미간을 찌푸린 채 무언가를 생각해내려는 듯 고통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소녀의 눈앞에서 한바탕 웃어주려고 생각했던 나도 점점 그 모습이 안쓰러워져서 조금 장난이 지나쳤나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알았어, 네가 요괴인 걸 믿어줄게. 그만 생각해도 돼”

 

나는 소녀를 만류했다.

 

“정말? 다행이다...”

 

소녀는 안심한 듯 했다.

 

“애초에 왜 나한테 요괴라는 걸 일부러 알릴 필요가 있는거야?”

 

그렇다, 왜 그녀는 거기까지 필사적일까? 이건 지나치면 안될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를 위해서도, 그녀를 위해서도.

 

소녀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거짓말을 하는 건 싫었으니까. 미리 알려두고 싶었던 거야. 처음부터 나로부터 도망가는 걸 보는 것이라면, 빠른 편이 덜 마음 아플테니까.”

 

그렇게 말하는 소녀의 눈은 촉촉하고 씁쓸해 보였다.

보는 나도 그 분위기 속으로 빨려들어가, 그녀를 돕고 싶다고 생각했다.

 

소녀가 별안간 빙글 돌아서며 말했다.

 

“가자!”

 

“간다니... 어디에?”

 

“나를 보고 요괴란 걸 못 믿겠다면, 내 친구를 보여줄게!”

 

“그러니까 난 믿는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이제 됐다고!

 

항의를 하려던 나의 말을 그녀의 한마디가 가로막았다.

 

“거짓말!”

 

뒤를 돌아본 그녀는 빙긋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매우 즐거운 듯이.

 


 

좀 더 깊숙한 숲속으로 들어가자 조금 발걸음이 무거워 졌다.

그것은 되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었다.

그러나 앞장서는 소녀의 발걸음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조금 느리긴 하지만 전혀 흐트러짐이 없는 발걸음이었다. 그러던 그녀의 발걸음이 끊어지듯 한순간에 딱 멈췄다.

 

그녀는 내게 등을 향한 채 말했다.

 

“다 왔어”

 

“응? 다 오다니, 아무것도 없잖아.”

 

주위엔 그저 나무와 풀숲 뿐.

주위는 잠잠해서, 동물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숲의 녹색 향기만이 내 코를 간질이려 주위를 떠돌 뿐이었다.

 

그때, 주위에서 돌연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났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는 점점 늘어나는 것 같더니 마치 숲이 웅성거리는 듯이 사방에서 나기 시작했다. 무심코 나는 소녀의 분홍색 겉옷의 소매를 잡았다.

그 불안을 알아챘는지 소녀는 살짝 뒤돌아보며 나에게 말했다.

 

“안심해도 돼, 조금 장난기 많은 요괴지만 본래는 내가 아는 한 가장 착한 요괴니까.”

 

소녀가 그렇게 말하기 무섭게 수풀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냄새는, 인간의 아들이구나! 꽤 맛있는 냄새를 하고 있어”

 

중저음의 그 목소리에 나는 조금 겁에 질려 소녀에게 조금 더 붙었다.

 

소녀는 내가 소매를 잡고 있지 않은 쪽의 팔을 들어올려 입에 가져다 댔다.

 

“휘-익”

 

소녀는 별안간 휘파람을 불었고, 수풀 속의 움직임이 마법처럼 사라졌다.

사라졌다고 하기 보다는 한곳에 집중되었다는 게 맞을 것이다. 마치 동물이 화들짝 놀란 것 같은 떨림이 한 군데의 수풀을 훑고 지나갔다. 소녀는 수풀의 움직임이 집중된 그 곳을 향해 말했다.

 

“이제 나와, 여기 있는 아이는 내 친구니까 겁낼 필요 없어."

 

그러자 슬금슬금 수풀 속에서 누군가가 기어 나왔다.

 

그것은 일곱 살쯤 되 보이는 남자아이였다. 얼굴은 깔끔하게 생겨서, 하얀 피부에 새까만 머리가 대비되었다.

어떻게 봐도 인간이었다.

하지만 수풀에서 완전히 나왔을 땐, 나는 숨을 삼키고 말았다. 전기가 머리를 관통하는 것 같은 순간의 충격이 지나갔다. 수풀에서 나온 그 아이의 다리는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세 갈레로 나누어진 새의 발이었다.

하지만 두려움은 곧 사라지고 뭔가 벅찬 감정이 그것을 치우고 내 마음속에 들어찼다.

 

“우... 우와아아아하하! 진짜 요괴다! 진짜 요괴 처음 봐!”

 

내가 큰 소리를 내자 새의 요괴는 놀랐는지 쏜살같이 다시 수풀 속으로 몸을 감췄다. 얼굴의 반만 빼꼼 내민 채 불안한 듯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옆을 보니 소녀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소녀는 삐쳤는지 한쪽 뺨을 부풀리며 말했다.

 

“진짜 요괴라니... 나도 일단은 진짜 요괴인데... 어쩐지 무시당한 기분이야.”

 

“아하하... 그랬었지...”

 

내가 어색하게 웃으며 수긍하자 소녀는 새의 요괴를 내게 소개하기 시작했다.

 

“ 이 요괴의 이름은 령, 보는 대로 뻐꾸기의 요괴야. 마지막으로 만난 게 꽤 오래전이라 몰라볼 뻔 했어.”

 

“그렇지, 마지막으로 만난 게 20년이나 전이니까. 죽었는 줄 알았다구, 정말로.”

 

20년이라니... 생긴 건 내 또래처럼 보여서 당연히 동갑인 줄 알았는데... 엄청나게 연상이구나.

 

“미안해. 다음에 또 만나러 올게, 오늘은 이 아이에게 너를 소개하려고 온 거야. 지금은 이 아이를 숲 밖까지 데려다 줘야 되.”

 

“에... 그렇게 만나자 마자 헤어져도 되는거야?”

 

“나야말로 이렇게 오랬동안 숲속에 있어도 되는거니?”

 

그제서야 아!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때리고 지나갔다. 할아버지에게는 책을 가지러 간다는 소리만 하고 나간 채였다.

아마 지금쯤 할아버지가 여기저기 나를 찾으러 돌아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안녕”

 

우리는 각각 령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 숲을 나오려 했다. 그때 뒤에서 령이 소녀에게 소리쳤다.

 

“어-이! 연! 조심하라구! 마태령이 엄청 화났었으니까! 인간의 아이를 데리고 여기까지 들어온건 들키지 않는게 좋을거야!”

 

손간 소녀의 발걸음이 살짝 멈췄다.

그러나 소녀는 이내 다시 걷기 시작했다.

 

“너, 이름, 연이라고 하는구나.”

 

조금 걷자 나는 앞장서서 걷던 소녀에게 물어봤다. 방금 전 령의 외침에서 아마 소녀를 지칭하는 것 같은 이름을 들었기에 한번 물어보기로 한 것이다.

 

“응, 들켜버렸네...”

 

“성은 뭐라고 하는데?”

 

“성은.. 없어... 요괴는 원래 그래. 그보다 내 이름을 알았으니 네 이름도 알려줘야 예의겠지?”

 

“아... 응, 나는 민혁이라고 해 장민혁...”

 

“...장민혁 이라고 하는구나...”

 

소녀의 반응은 어딘가 식어있었다.

힘없는 그녀의 발음은 어딘지 할미꽃을 연상시켰다. 아마 마태령인지 뭔지 하는 녀석이 화내고 있었다는 걸 들은 탓이리라. 마태령이 어떤 녀석인지 조차 모르는 나는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나로서는 전혀 짐작도 되지 않지만, 그것이 아마 그것이 원인일 것이라고 나는 확신했다.

 

소녀는 내가 모르는 세계에 있었다.

소녀는 그녀의 말대로 정말로 요괴였고, 알면 알수록 신비스런 베일에 휩싸여 감춰져 버리는 그 소녀를 나는 더욱 알고 싶었다.

 

나는 앞장서는 연에게 내 머릿속에 차오르는 의문을 쏟아내었다.

 

“연은 그럼 무엇의 요괴인거야?”

 

“응? 아... 벚나무야. 그 공터의 벚나무. 그건 꽤 오래된 나무거든... 나 같은게 생겨버릴 정도로...”

 

나 같은 거라니... 조금 걸리는 말투였지만 나는 대화를 계속했다.

 

“그나저나 요괴들의 이름은 다 이상하네...”

 

“이상하다니?”

 

“성씨가 없다는 것도 그렇지만, 령이라든지, 연이라든지 다 비슷하잖아. 겨우 두 명밖에 안봐서 그런지 모르지만...”

 

마지막의 마태령의 이름은 일부러 뺏다. 그 이름을 들으면 아마 그녀의 기분을 더욱 내려앉게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어라? 생각해보니 정말 그러네! 음... 아마 요괴들의 이름은 ‘ㅇ’이나 ‘ㄹ’이 들어간 이름이 대부분이라 그런지도... 왜 그런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헤-에”

 

“게다가 이름은 한 글자인 게 보통이거든”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해서도 이름이 비슷해지고 마는 건 어쩔 수 없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연이 갑자기 빙글 뒤로돌아 나와 마주 보았다.

 

“이제야 내가 요괴라는 걸 믿어줬네!”

 

소녀는 빙긋 웃고 있었다. 그 미소에는 어느새 예전의 상냥함이 돌아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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