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겁(賢劫).]
시간이 극단적으로 느려졌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랬다. 이건 단순히 시간감각이 느려지는 수준이 아니었다. 더더욱 느려져서 세상의 만물이 아예 멈춘 것처럼 뇌가 쪼그라드는 기분이 들었다. 이건 아무리 교주의 기술이라고 하지만 의념절기라고 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나는 이 기술의 본질을 깨닫고 경악했다. 주변공간의 모든 것을 강제적인 정지의 상태로 밀어 넣어버리고, 그 공간에서 자기는 극한으로 가속하는 대신에 상대방을 그 이상으로 약하고 느리게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그렇소. 현겁은 결국 절대지경에서 얻는 의념의 천주로 공간을 지배하는 속성을 극대화시킨 것. 그렇기에 자신의 천주가 견고하며 의지를 의지로 맞상대할 수 있다면 대등하게 싸울 수 있소. 조금 느려지긴 하겠지만 불리하진 않게 되지. 그 증거로 현겁이 무적의 기술 같아도 의외로 절대지경의 고수를 상대로는 자주 펼치지 않잖소? 무공을 모르는 인외의 괴물한테는 잘 먹히겠지만.]
백련교주는 대뜸 처음부터 강력하게 선수를 가져가려고 작정한 듯 현겁을 시전 했다. 이 기술은 상대를 강제로 극미한 시간의 영역으로 몰아넣는 것으로써 시공간을 지배하는 공능이 있었다. 한 번 걸리면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파해하는 게 불가능했다.
심지어 격하의 상대일 경우 현겁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1초 만에 끝장나버릴 가능성이 있었다. 현겁에 걸려서 인식세계가 느려진 상태에서 교주한테 스치는 일격만 맞아도 사망인 것이다. 아무리 고수라도 부지불식간에 현겁에 걸린 상태에서는 반사적으로 호신강기를 두를 수가 없다.
시간을 느리게 하는 무공.
본문에서도 나왓다시피 무공을 모르는 애들한테는 직빵임.
연산속도가 현겁의 적용범위에 완전히 들어가지 않을만큼 ㅈㄴ 빠른게 아닌 이상 파훼가 불가능할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