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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냄새 속에서 - 마종하
에리리 | L:60/A:454 | LV184 | Exp.36%
1,331/3,690
| 0-0 | 2020-01-12 00:38:31 | 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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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사과 궤짝을

우리 마을 아파트 쓰레기통에서 주워다

흙을 담고 빽빽이

파를 심었다. 눈 오는 날

발가벗은 나무들이 흰 깁을 두르던 날

마누라가 우장산 기슭으로

나를 마구 끌고 가서

흙을 담으라고 해서 담았다.

구제받지 못할 나의 긴긴 잠을

불러 흔들어 깨워서

파를 심으라고 해서 심었다.

시퍼렇게 언 파를 흙에다 끼우면서

나는 은빛 깁의 산이 그립다고 했다.

(목숨이야 마음같이

안될지언정, 그 산 속에 한동안

묻혀 있고 싶다고 했다.)

길다란 궤짝에 흙을 담아 왔으면 되었지

검은 흙 가득가득

속살이 하얀 파를 심어 놓았으면 되었지

더 무슨 정신 나간 잠꼬대를 하느냐고

마누라는 치마를

펄럭이며 돌아서 버렸다.

그래 좋다, 푸른 파

뜯어먹자 매운 파

콧날이 얼얼한 우리들의 삶

너무 매워서 눈물 나는 궤짝 속의 삶

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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