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잉~ chuing~
 | 다크모드
 | 로그인유지
멀리 있는 무덤 - 김영태
조커 | L:45/A:549 | LV289 | Exp.98%
5,713/5,790
| 0-0 | 2021-08-05 12:11:47 | 164 |
[숨덕모드설정] 게시판최상단항상설정가능

멀리 있는 무덤
                                                                              - 김영태 -

                                                       

 

 

 

6월 16일 그대 제일(祭日)에

나는 번번이 이유를 달고 가지 못했지

무덤이 있는 언덕으로 가던

좁은 잡초길에 풀꽃들이 그대로 지천으로 피어있겠지

금년에도 나는 생시(生時)와 같이 그대를 만나러

풀꽃 위에 발자국을 남기지 못할 것 같아

대신에 산 아래 사는

아직도 정결하고 착한 누이에게

시집(詩集) 한 권을 등기로 붙였지.

객초(客草)라는 몹쓸 책이지

상소리가 더러 나오는 한심한 글들이지

첫 페이지를 열면

그대에게 보낸 저녁 미사곡이 나오지

표지를 보면 그대는 저절로 웃음이 날거야

나 같은 똥통이 사람돼 간다고

사뭇 반가워할 거야

물에 빠진 사람이 적삼을 입은 채

허우적허우적거리지

말이 그렇지 적삼이랑 어깨는 잠기고

모가지만 달랑 물 위에 솟아나 있거든

머리칼은 겁먹어 오그라붙고

콧잔등엔 기름칠을 했는데

동공 아래 파리똥만한 점도 찍었거든

국적없는 도화사만 그리다가

요즘은 상투머리에 옷고름

댕기, 무명치마, 날 잡아잡수

겹버선 신고 뛴다니까

유치한 단청 색깔로

붓의 힘을 뺀 제자(題字) 보면

그대의 깊은 눈이 어떤 내색을 할지.

나는 무덤에 못가는 멀쩡한 사지(四肢)를 나무라고

침을 뱉고 송곳으로 구멍을 낸다우

간밤에는 바람 소리를 듣고

이렇게 시든다우

꿈이 없어서

꿈조차 동이 나니까

냉수만 퍼마시니 촐랑대다 지레 눕지

머리맡에는 그대의 깊은 슬픈 시선이

 

 

 

 

나를 지켜주고 있더라도 그렇지

싹수가 노랗다고 한마디만 해주면 어떠우.

개추
|
추천
0
반대 0
신고
    
[숨덕모드설정] 게시판최상단항상설정가능
30일 이상 지난 게시물, 로그인을 하시면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츄잉은 가입시 개인정보를 전혀 받지 않습니다.
즐찾추가 규칙 숨덕설정 글15/댓글2
[시 문학] 무등을 보며 - 서정주
조커 | 2021-08-08 [ 241 / 0-0 ]
[시 문학] 묘지송 - 박두진
조커 | 2021-08-08 [ 182 / 0-0 ]
[시 문학] 신식농부 김판돌씨 - 엄원태
크리스 | 2021-08-08 [ 178 / 0-0 ]
[시 문학] 시험준비 기간 - 이상백
크리스 | 2021-08-08 [ 133 / 0-0 ]
[시 문학] 시인(詩人) - 김광섭
크리스 | 2021-08-08 [ 264 / 0-0 ]
[시 문학] 목숨 - 신동집
조커 | 2021-08-07 [ 182 / 0-0 ]
[시 문학] 목숨- 김남조
조커 | 2021-08-07 [ 169 / 0-0 ]
[시 문학] 목마와 숙녀 - 박인환
조커 | 2021-08-07 [ 343 / 0-0 ]
[시 문학] 시인 - 김남주
크리스 | 2021-08-07 [ 172 / 0-0 ]
[시 문학] 시대병 환자(時代病患者) - 박세영
크리스 | 2021-08-07 [ 182 / 0-0 ]
[시 문학] 승무(僧舞) - 조지훈
크리스 | 2021-08-07 [ 317 / 0-0 ]
[시 문학] 목구(木具) - 백석
조커 | 2021-08-06 [ 164 / 0-0 ]
[시 문학] 목계 장터 - 신경림
조커 | 2021-08-06 [ 159 / 0-0 ]
[시 문학]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조커 | 2021-08-06 [ 167 / 0-0 ]
[시 문학] 멸치 - 김기택
조커 | 2021-08-05 [ 160 / 0-0 ]
[시 문학] 멀리 있는 무덤 - 김영태
조커 | 2021-08-05 [ 164 / 0-0 ]
[시 문학] 머슴 대길이 - 고은
조커 | 2021-08-05 [ 167 / 0-0 ]
[시 문학] 만술 아비의 축문(祝文) - 박목월
조커 | 2021-08-04 [ 159 / 0-0 ]
[시 문학] 마음 - 김광섭
조커 | 2021-08-04 [ 196 / 0-0 ]
[시 문학] 마른 풀잎 - 유경환
조커 | 2021-08-04 [ 241 / 0-0 ]
      
<<
<
11
12
13
14
15
>
>>
enFree
공지/이벤 | 다크모드 | 건의사항 | 이미지신고
작품건의 | 캐릭건의 | 기타디비 | 게시판신청
PC버전 | 클론신고 | 정지/패널티문의 | HELIX
Copyright CHUING Communication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huinghelp@gmail.com
개인정보취급방침 | 게시물삭제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