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의 겨울
문혜숙
하늘 끝에서
비가 내리면
씨애틀의 겨울이 온다
겨우 내내
비는 내리고
매서운 바람
무거운 가지 위에 앉는다
사는 것은 가시덤불
현기증 나는 낭떨어지
덧없는 몸짓으로
가난한 영혼
시련과 좌절 속에서
힘겹게 넘는 하루
씨애틀의 겨울 길은
한숨에 젖은 어둠들이
나무 가지와 가지 사이로
빗물 내리며 서럽게 운다
겨울비 그치고
검은 침엽수 가지 마르면
다시 일어서는 새순처럼
씨애틀의 겨울은
젖은 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