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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하늘에 춤추는 연분홍빛 소나기 서장[Read](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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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 | 2013-02-14 21:51:57 | 4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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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의 밖은 수많은 함정이 있어... 그래서 나는 밖에 나갈 수 없어...

 

누가...

 

누군가가 나를 구해줄 그 때까지.

 

탑의 최상층에 갇혀버린 공주는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언젠가 올 왕자님의 도움을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탑의 가까이엔 오지 않았다. 이미 많은 왕자와 기사들이 실패한 것을 사람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기다리다 지친 공주는 후회하기 시작했다.

 

아아... 나갈 수 있을 때 나가면 좋았을걸. 이라며 한탄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처음부터 이 탑을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탑의 함정들은 모두 공주 자신이 설치한 것이니까.

 

자기 자신도 다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많이.

 


서장 [Read]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나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옛날부터 쭉, 공주를 지키는 기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곤란한 상황에 처한 공주님의 앞에 돌연 나타나 멋지게 적들을 소탕하는 그런 기사.

그 꿈은 아마 동경과 같은 것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특기가 없었던, 평범한데다 생긴 것 마저 별 특징 없는 시시한 아이인 나였지만, 언젠간 특별하게 되어 모두의 동경의 대상이 될 날이 올 거라고, 나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뭐, 이제와서 기사가 되려고 해 봤자 이미 시기를 놓쳐버린지 오래지만,

 

나도 무엇인가 특기가 생기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그 어린 시절에 나는 자주 할아버지 댁에 놀러갔다.

부모님과 함께 봄방학이나 여름방학 그리고 겨울방학, 학교의 방학 때마다 한 번씩은 한적한 그곳을 방문했다. 그것은 아마 독자인데다 친구도 별로 없는 외로웠던 나를 심심하지 않도록 부모님이 배려해 준 것일지도 모르지만, 정확한 이유는 지금도 잘 모른다.

다만 학년이 올라가고 친구도 많이 생기는 동시에 내 공부도 바빠지자, 점점 친가에 들르는 횟수는 줄어들었다.

 

그리고 12살이 되던 해, 그 봄방학의 마지막 주,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한 때는 돌연 찾아왔다.

그 날은 처음으로 기차로 할아버지 댁에 가게 된 날이었다.

그 땐 친구가 별로 없어 나의 유일한 친구라 하면 그것은 책이었다. 항상 어딘가 멀리 가게 되면 책을 가지고 갔고, 그 날도 언제나 할아버지 댁에 갈 때면 그러듯이 한 권의 책을 가지고 갔다. 하지만 기차여행은 꽤나 시간이 걸렸고, 나의 시선을 끌던 기차 밖의 풍경도 점점 그 초점을 읽어 단조로운 녹색이 되어갔다.

결국 나는 할아버지 댁에 도착해 읽기로 정한 그 책을 기차 안에서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할아버지 댁에 도착했을 때, 읽을 책도 없고 달리 할 것도 없어진 나는, 한가한 나머지 기차 안에서 읽던 책을 가지고 뒷산으로 향했다.

이유는 그저 책에서 들에 누워 책을 읽는 소년의 이야기가 나오길래 그걸 한번 따라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뿐이었다.

산속을 조금 걷자 기대이상의 무대가 발견되었다.

 

그것은 작은 공터였다.

 

잡초들이 자라 있었고 그 한가운데에는 상냥한 빛으로 빛나는 커다란 벚나무가, 그 만개한 꽃잎들을 공중에 춤추게 하고 있었다.

 

한순간 그 장관에 나는 잠시 넋 놓고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곧바로 그 나무 밑에 기대고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바로 전 기차에서 다 읽은 책을 연속으로 두 번이나 읽어서인지, 몇 분 읽자 졸음이 나를 공격해왔다. 결국 무거워진 눈꺼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나는 수마의 세상에 빨려들어 갔다.


 

 

그리고 개운한 기분으로 눈을 떴을 땐, 눈앞에 모르는 여자아이가 나를 쭉 지켜보고 있었다.

 

힉.

 

하고 무심코 뒤로 내빼려 했으나, 뒤엔 벚나무가.

 

뒤통수를 부딪히고 말았다.

여자아이는 여전히 아무 말도 없었다. 그저 내가 신기한 듯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을 뿐.

 

아픈 뒤통수를 움켜잡으며 나를 쳐다보던 여자아이를 올려다 보았을 때, 나는 처음으로 제대로 그녀의 얼굴을 볼 수가 있었다.

 

여자아이는 정말 예뻤다.

 

이런 식상한 단어만으로는 그녀를 전부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뭐니 해도 내가 그녀를 처음 보자마자 든 생각이 ‘예쁘다’였으니까.

 

굳이 그녀를 표현하자면...

이세상의 인간이 아닌 것 같았다.

커다란 눈에 태양의 따스한 햇살을 그대로 호박으로 굳힌듯한 맑은 금빛 눈동자, 투명할 정도로 하얀 피부 그리고 무엇보다 눈부시게 하얀 머릿결. 햇빛에 비추면 살짝 연분홍빛을 비추는 그 머리는 거의 그녀의 허벅지 중간까지 올 정도로 길어서 내게 소설 속 판타지 세계에 헤매 들어온 것이 아닐까하는 착각을 줄만큼 비현실적이었다. 소녀의 체구는 내 또래정도였으나 그녀에게선 왠지 어른같이 침착한 분위기가 풍기고 있었다.

 

그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 나는 잠깐 동안 빠져있었다.

마치 둘 사이에 조금의 소리도 진동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 한 폭의 풍경화처럼, 나는 그저 멍하니 그 소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갑자기 바람이 불어왔고 정지되어있던 화면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살랑거리는 머리카락과 펄럭이는 하얀 원피스는 나의 의식을 환기시키기에 충분했다.

 

묘한 분위기를 의식하자 나는 문득 정신을 차렸다.

소녀와 나는 거의 1분 넘게 서로 말없이 쳐다보고만 있는, 그런 어색한 상황이었다. 이런 이상하다 못해 기괴한 상황을 어떻게 넘겨야 할 것인가. 필사적으로 고민하던 나는 결국 먼저 입을 뗐다.

 

“아... 안녕...”

 

쭈뼛쭈뼛 인사를 꺼내며 조심스레 소녀의 얼굴을 살폈다.

소녀는 그 커다란 눈을 더욱 크게 뜨고 있었다. 아마 갑작스런 소리에 놀란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떻게든 얼버무리기 위해 아무 말이나 던졌다.

 

“여... 여긴 참 경치가 좋지? 이렇게 커다란 벚나무도 있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장소거든... 여긴...”

 

입밖에 내고 나자 아차 싶은 서늘함이 등골을 달렸다.

 

여기에 처음와서 나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야.

라고 생각하며 황급히 수습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아하하하... 미안... 방금건 농담 농담! 난 여기에 처음 와... 너는 여기 자주오니?”

 

소녀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나는 다시 얼굴을 들었다.

그렇게 바라본 소녀의 표정은 변해 있었다. 굉장히 따스하고 상냥한 연분홍빛 미소가 그 얼굴에 있었다.

이윽고 소녀는 내게 말했다.

 

“너는 이 토지가 마음에 드는구나.”

 

“...에?... 으... 응!”

 

무심코 대답해버렸다.

 

이상한 말투를 쓰는 그 소녀는 쿡쿡 하며 웃기 시작했다.

비웃음 당한듯한 기분이 된 나는 분해져서, 당황했던게 부끄러워져서, 얼굴이 새빨갛게 물드는 것을 자각할 만큼 얼굴이 뜨거워져서는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 이제 가야할 시간이네! 자... 그럼 안녕!”

 

황급히 뒷걸음질 치며 나는 소녀에게 인사했다.

소녀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나는 그대로 돌아서 숲을 달려 나왔다.

 

- 안녕... 또 보자!

 

뒤에서 그렇게 말하는 소녀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그것이 바로 나와 소녀의 첫 만남이었다.

 


 

[그것은, 영원처럼 늘어난, 고작 4분 미만 이라고 부르는 시간의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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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크 [L:5/A:45] 2013-02-14 23:07:02
나는 저 소녀의 말투에 담긴 복선을 어서어서 파헤치고 싶다!!
YCC 2013-02-14 23:12:48
@아르크
뭐... 뭐지!! 이 기대감에 부응해줘야할 것같은 부담감은!! ㅇ_ㅇ;; ㅋㅋ
말투가 생각보다그렇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랍니다ㅎㅎ
darklord [L:6/A:166] 2013-02-14 23:27:43
벗나무 나왔을때 남주가 들고 있는 책 속으로 들어갈 줄 알았는데 예지실패네..ㅋ
아르크 [L:5/A:45] 2013-02-15 00:00:08
@darklord
여주가 책안으로 밀어넣음 ㅇ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darklord [L:6/A:166] 2013-02-15 00:11:18
@아르크
진짜?!ㅋㅋㅋㅋ
아르크 [L:5/A:45] 2013-02-15 00:39:18
@darklord
조크입니다!!!!!!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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