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노래가 들려왔다.
마을 사람들의 활달한 노래와 손박자가 울려퍼지고, 어느새 화롯불 주위에서는 여러 쌍의 남녀가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다.
"저건 마을의 춤인가? 어쩐지 젊은 아이들이 많은 것 같다만....?"
"아, 저건..... 마을의 전통까진 아닙니다만.... 결혼하지 않은 남자가 춤을 추자고 제안하는 건 말하자면 고백이고, 여자가 받아들이면 경사롭게 연인이 될 수 있다는, 뭐 그런 관습 같은 것이 있어서요...."
"호, 호오?"
"오늘은 풍요를 기원하는 축제이니, 혹시 괜찮으시다면 여신님도 추고 가십시오!"
"저희에게 부디 풍작의 은총을!"
돌아온 대답에 헤스티아는 안절부절 못하고 당황하는가 싶더니, 여신의 축복을 원하는 마을사람들에게도 떠밀려 어흠 하고 매우 부자연스럽게 헛기침을 했다.
"아 ――, 벨 군? 나는 갑자기 신으로서의 책무를 다해야만 하게 된 것 같다만... 그래서, 음, 그 뭐냐."
화롯불의 불빛을 받으면서, 여신은 어딘가 침착하지 못한 기색으로 곁눈질을 보낸다.
"나와 함께 춤을 추겠다면.... 그 건은 물에 흘려보내줄 수도 있다만."
그 건, 이란 전에 벨이 말했던 [싸움]을 의미하는 것이라 아이즈는 이해했다.
헤스티아의 발언에 주위의 마을사람들이 소리를 높여 환호하는 중, 연신 눈만 깜빡거리던 벨은 멋쩍은듯이 ――느슨해지려는 뺨을 감추듯이―― 끄덕였다.
아이즈는 왠지, 그 무언의 소통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알았어요.... 춤춰요, 주신님."
"제대로 청해다오, 벨 군. 거기 있는 발렌아무개 군.... 아폴론의 연회에서 저 아이와 췄을 때처럼 말이다."
라고, 뜬금없이 지명당해 아이즈는 어안이 벙벙해져버렸다.
생각지도 않고 약간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여신의 의중을 이해했다.
"분명 젠체하는 말로 춤을 청했겠지? 나는 제대로 너와 춤을 추고싶다."
즉, 그런 것이다.
이전, 어느 연회에서 아이즈는 벨과 춤을 춘 적이 있다. 그땐 헤스티아는 결국 춤출 수 없었던 것 같고, 이번에야말로 그녀의 차례라고 한다면 지당하신 말씀.
빨갛게 되어 당황하는 벨은 신경쓰지도 않고 마을사람들이 끓어올랐다.
아이즈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빤―――히, 눈을 떼지 않고.
땀을 흘리며 아이즈와 헤스티아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던 벨은....... 이내 결심을 한듯, 여신에게 손을 내밀었다.
"......부, 부디, 저와 한 곡 어울려주십시오, 여신님!"
"그래!"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소년과 손을 맞잡고, 활활 타오르는 화롯불 곁으로 향했다.
마을사람들이 박수갈채를 보낸다. 환영해주는듯 불똥이 솟아올랐다.
두 손을 맞잡고, 즉흥 포크 댄스를 춘다. 여신은 표정을 이리저리 바꾸며 웃고, 소년도 쓴웃음을 돌려준다. 어딘가 기쁜듯이.
"........"
여신과 소년이, 사이좋게 춤추고 있다.
조금, 가슴이 아픈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이즈는 용의 비늘을 봤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가슴 속에 감춰져있던 검은 불꽃이 타오르고, 옛날의 사건을 끄집어내버렸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불현듯이 깨달았다.
'아아.... 아니야.'
쓸쓸해.
아이즈는 문득, 가슴 속 공허함의 정체를 이해했다.
'레피야도, 티오나도, 티오네도...... 리베리아네도 없어서, 혼자라서.'
영문도 모르게 괴물의 비늘까지 놓여 있어서. 거기에 심하게 당황해서.
마을의 탄생 배경을 알아서, 캄의 이야기를 들어서, 자신을 놓쳐버릴 만큼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건 그 연장선이다. 활기찬 축제 속에서, 정서가 불안정해지고 있는 아이즈만이 어울리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인형 같은 [검희]의 가면을 쓰는 아이즈는 이물질이다.
지금, 이 순간만은, 아이즈는 [외톨이]였다.
리베리아네와 만나고나서 처음의 1년간, 사무치게 느꼈던 고독의 맛을 떠올린다.
유일하게 의지하고 있던 벨과 헤스티아도 없어져서..... 어찌할 줄 모르고 있었다.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것 같네.....'
아이즈는 벨과 헤스티아의 춤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로, 슬쩍 이동했다.
'응..... 있으면 안 돼."
마을사람들이 이루고 있는 원형에서 벗어나, 숨어들어가듯 가옥에 기대어 벽에 핀 꽃이 되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밝은 불빛의 흔들거림. 아빠와 손을 잡은 휴먼 여자아이, 너무 까불다가 엄마에게 혼나고 있는 수인 소년. 더없이 따뜻한 광경일 것이다. 지금의 아이즈에게는, 마치 책 속의 세계인 것 같다. 가옥의 그림자가 몸을 차갑게 끌어안고 있다.
아이즈를 부르는 목소리는 없다. 오히려 이 사람들의 즐거움을 자기 따위가 방해하지 않도록, 기척을 숨기고 있다.
아무도 자신을 찾지 못하는 것은, 예전부터 익숙했다.
[영웅]조차 자신을 찾아주지 않았으니까.
자신(아이즈)에겐 드물게도, 자학이 들어간 말들을 생각하고 있었더니,
"―――저기, 아이즈 씨."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화들짝, 심장이 떨어질 정도로 놀랐다.
어느새 헤스티아와의 춤을 끝내고 자신을 찾아낸 소년에게, 동요를 알지 못하도록 [검희]의 가면을 얼굴에 눌러썼다.
아이즈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시간을 두고 대답을 했다.
".....응."
소년을 슬쩍 본 다음, 광장의 중앙을 바라본다.
"다들, 즐거운 것 같네......"
여러가지 장소에서 피어나고 있는 마을사람들의 미소에 이끌리듯이 아이즈는 문득 그렇게 말했다.
솔직하게 인정하려고 하지 않고, 숨기고 있던 선망을 드러내면서.
벨 때문이야.
벨 때문에 깨달아버린 거야.
그 선망의 감정을.
애써 스스로 속이고 있었는데.
책 속의 세계를, 눈부신 것을 보기라도 하듯이 눈을 가늘게 뜨던 아이즈는, 결코 벨 쪽은 보지 않으려 하며..... 조금 삐친 듯이 말해버렸다.
".......춤, 잘 추더라."
"어..... 가, 감사합니다."
".....응, 잘 췄어."
"어, 네........"
"......."
"......."
대화가 끊어졌다.
왜, 그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내버린 걸까. 아이즈에게도 잘 이해되지 않았다.
지금의 자신은, 정말로, 조금 이상해진 것 같다.
"저, 저기, 춤 안 추세요?"
"다들, 즐거워하는 것 같고..... 내가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아서."
"그 그럴 리가요!"
"게다가..... 같이 출 사람이 없으니까."
―――애 같아.
마음 속의 또 한 명의 소녀(아이즈)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말대로니까.
아이즈가 눈을 내리깔면서 가슴 속으로 자문자답하고 있었더니,
"저..... 저라도, 괜찮다면....."
긴장한 그 목소리에, 눈을 크게 뜨고, 이제서야 천천히 벨 쪽을 본다.
소년은 뺨을 성대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같이, 출 거야?"
나 따위랑?
이 세계에 녹아들지 못하는 인형 같은 나랑?
눈빛으로 물어보니, 소년은 새빨갛게 변하면서 이상할 정도로 거동이 수상해졌다.
"어――, 그게, 아이즈 씨가 좋으시다면 말이지만요......!?"
시선을 좌우로 흔들고 있던 벨은 아이즈를 보는가 싶더니, 언젠가 있었던 파티 때처럼, 손을 내밀어왔다.
그 루벨라이트 눈동자와 마주보는 아이즈는, 머뭇머뭇, 겁내는 듯이 쭈뼛거리며 손을 잡으려고 하―――――――――.
"――――콰―앙!!"
"아."
"커흑?!"
옆에서 날아든 여신의 태클이 벨의 옆구리에 직격했다.
질투 비슷한 거(?) 하는 아이즈
벨이 안 놀아주니까 자학하는 아이즈
할 거 다하고 온 벨한테 늦게 들어온 남편 갈구는 마누라처럼 삐친 티내는 아이즈
춤추자는 말에 하이패스처럼 수락해버리는 아이즈까지
하 이것은 아이즈빠가 높게 평가
마지막 헤스티아 없었으면 아이즈 감정묘사 어떻게 됐을지도 너무 궁금했던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