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자꾸 내 방을 어질러 놓는것 같아"
술을 한잔 하면서 내가 말을 건냈다.
"너도 알잖아 내가 얼마나 위치에 신경쓰는지"
친구는 고개를 끄덕이며 술만 연신 마신다.
"수화기도 그렇고 조금씩 달라져있다니까"
그렇게 난 내 방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기운을 말했고
친구는 들은체 만체 술만 마시고 있었다.
짜증은 나지 않았다. 원래 이런 놈이였으니까.
그래서 친구가 될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몇잔 더 걸친후 난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고 거실을 지나 방문앞에 섰다.
열쇠꾸러미에서 열쇠를 하나 고른후 방문에 손수 걸어논
자물쇠를 풀고 방안으로 들어섰다.
눈썰미가 없다면 방의 물건들의 위치가 달라졌다는걸 알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결벽증은 아니지만 물건의 위치에 신경을 쓰는 나로서는
수화기의 끈의 꼬임이 달라진것도 보였고
이불이나 의자가 조금씩 비틀어진것도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다행이 장롱은 열리지 않은것 같았다.
"더이상 못참겠어 어떻게 해야할까 뭔가 알려줘봐"
다음날 친구와 술한잔을 더하면서 내가 물어왔다.
친구는 술을 마시려다 말고 진지한 나의 눈빛에 술잔을 내려 놓았다.
"너 컴퓨터 있지? 거기에 웹캠을 연결해서 방안을 녹화해놓고 나가봐"
나쁘지 않은 방법이였다.
그렇게 친구와 몇잔을 더 마신후 집으로 돌아오자
또 나의 눈엔 위치의 바뀐점이 눈에 띄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장롱은 전혀 바뀐점이 없었다.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니 조금 참고 잠을 청했다.
다음날 집을 나서기전 컴퓨터 웹캠을 연결해서 촬영 모드를 켰다.
혹시몰라 화면을 끄고 방을 나선후 자물쇠로 방문을 잠궜다.
거실을 지나 현관문을 열고 깨끗한 공기를 들이 마셨다.
이번 술자리에선 친구에게 웹캠을 해놓았고
오늘은 기필코 원인을 밝혀 낼것이라고 떠들었다.
친구는 다시 술만 마시는 놈으로 바뀌어 있었지만
이런점이 친구가 되는 계기가 되었으니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친구와 해어진후 집으로 돌아와 방문을 열고 들어섰다.
역시 이불, 벽장, 책상, 수화기, 등의 위치가 조금씩 옮겨져 있었다.
대충 옷을 던져 놓고 화면을 틀었다.
그리고 내가 나간후 부터 영상을 틀어 지켜보았다.
한시간 가량 보았을때 전혀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두시간을 버텼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귀찮은 마음에 조금 앞으로 돌리자 갑자기 여자가 방 중앙에 서있었다.
갑작스런 등장에 소리를 낼뻔했지만 시간을 조금 돌리자 여자는 침대 밑에서 기어 나온것임을 알수 있었다.
여자는 어기적 거리면서 기어 나왔고 몸이 불편한지 제대로 서있지 못하는것 같았다.
수화기를 들고 번호 3개를 누르더니 이내 끊는다.
그리고 몇번 더 수화기를 들더니 다시 내려 놓는다.
핸드폰을 산 후엔 전화선을 끊어 놓았으니 안돼는건 당연한거다.
여자는 방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장롱을 쳐다보았다.
순간 난 흠칫할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자는 장롱에서 고개를 돌리고
방을 이리저리 어기적 거리며 다니다 방문앞에 섰다.
문고리를 돌리고 열심히 열어보려 했지만 내가 만들어논 자물쇠는 그리 쉽게 부서지지 않는 놈이다.
여자는 화가 났는지 방문을 새게 두드리다 갑자기 놀란듯 방문앞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책상으로 다가와 두리번 거리더니 뭔가를 집고 자기 얼굴앞에 가까이 들이 댔다.
커터칼이였다. 날을 한번 꺼내보고 날카로운지를 확인한후 돌아서서 침대밑으로 기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순간 누군가가 화면에 잡혔다.
바로 나였다.
나는 방을 둘러보고 옷을 대충 집어 던져 놓고 책상 앞에 앉아 마우스를 잡았다.
영상은 거기 까지였다.
끝난 영상은 검은 화면으로 바뀌었다.
나는 천천히 뒤로 돌아 장롱을 한번 쳐다보고 침대로 고개를 돌렸다.
한마디를 하지 않을수 없었다.
"시발년아 너 어떻게 풀고 나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