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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ch][신장르][괴담] 저 메리라고 합니다만 [전편]
마비노기 | L:32/A:62 | LV26 | Ex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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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 | 2015-06-28 05:57:57 | 10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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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레주)
남자 : 네...
메리 : 죄송하지만 지금부터 그쪽을 찾아가도 될까요?
남자 : 벌칙 게임 같은 겁니까?
메리 : 아뇨, 개인적인 용무라고 해야하나, 일 때문입니다.
남자 : 그렇습니까. 별 상관은 없습니다만. 
메리 : 감사합니다. 15분 정도 후에 도착할 겁니다. 
 
그렇게 말하고 전화가 끊겼다. 전화를 건 쪽에서 끊는 예절은 지키고 있구나 생각하면서 자칭 메리라고 하는 녀석을 기다리기로 했다. 
 
2 (스레주)
그리고 딱 15분 후에 한 번 더 착신음이 울렸다. 
 
남자 : 여보세요
메리 : 나 메리. 지금 당신의 뒤에 있어.
 
돌아보니 거기에는 몸이 푹 젖은 여자가 휴대전화를 들고 정좌하고 있었다. 
 
남자 : ...
메리 : ...놀라지 않는 건가요?
남자 : 놀라고 있어요. 그래도 너무 평범해서. 
 
3
갑자기 찾아오는 거냐. 
 
8 (스레주)
거기에 정좌해 있는 것은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자, 아니 여자애라고 해야할까. 치마를 입고 지금 유행하는 레깅스가 보인다. 옷차림은 zipper 계라고 봐도 좋을까. 여자애의 옷차림은 잘 모른다. 
 
남자 : 메리 양이라는 거 그거죠. 요괴라고 해야하나 유령인...
메리 : 네. 맞아요. 메리 양이에요. 
 
10 (스레주)
"아무리 봐도 일본인으로밖에 안 보이는데요."
 
머리카락은 단발, 검은 머리가 비에 젖어서 검게 반짝인다. 그야말로 까마귀의 젖은 깃털 같다. 메리 양은 까만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아아, 이건 담당 임무라서 제게 주어진 역할이 메리 양이에요."
 
"직업인 거야?"
 
"네, 덧붙여 생전 이름은 야마나카입니다."
 
죽고나서도 여러 가지가 있다고 느꼈다. 
 
14 (스레주)
"그래서 야마나카 양, 어째서 우리 집에?"
 
"아, 메리라고 불러주세요. 오늘 여기에 온 건 당신을 놀라게 하기 위해서였지만..."
 
놀라지 않는 군요. 그렇게 말하며 메리 양은 고개를 숙이며 침울해 했다. 
 
"일이라고 했는데 놀라게 하는 게 일이야?"
 
"네. 그렇지만 뭐 자신을 위한 거지만요. 설명이 길어질 텐데 괜찮나요?"
 
"괜찮아. 어차피 한가하고."
 
모처럼 휴일에 비가 와서 외출할 수 없는 나에게는 시간을 죽일 좋은 기회다. 이 자칭 메리 양과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19 (스레주)
메리 양이 말하길 죽고 난 후에는 이런 구조라고 한다. 성불할까 이 세상에 남을까 고를 수가 있는데 성불하면 사후 세계 같은 곳으로 갈 수 있고 이 세상에 남는 걸 택하면 이 세상에 머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세상에 머물 때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 것이다. 
 
맡은 임무를 맡아 사람을 놀라게 할 것. 
 
유명한 요괴부터 지방의 소문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양한 임무 중 하나를 맡아서 사람을 놀라게 하는 걸로 이 세상의 머물 시간을 맡는 모양이다. 
 
26 (스레주)
"제가 맡은 임무는 메리 양. 한 명 놀라게 하는데 14일의 체류 시간을 받을 수 있어요."
 
"꽤 빡빡한 세계구나."
 
"유명해질수록 주어지는 시간이 적어져요. 화장실의 하나코 양은 한 명 당 3일이에요."
 
"슬프구나. 하나코 양."
 
이 세상에 머무르는 걸 고른 사람은 대개 이 세상에 미련이 있어서 이루지 못한 일, 원한 같은 걸 풀기 위해 필사적으로 사람을 놀라게 하는 모양이다. 
 
31 (스레주)
"그래서 당신을 놀라게 하고 싶어요. 형식상이라도 좋으니까."
 
"하아.. 형식상이라도 좋은 거지?"
 
"네."
 
메리 양은 뒤를 돌아볼 것을 재촉했다. 마지못해 뒤를 돌아보니 휴대전화 착신음이 울렸다. 
 
"여보세요."
 
"나 메리 양. 당신 뒤에 있어."
 
바로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와 휴대전화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아주 조금 어긋나서 들리는 것이 이상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니 메리 양이 아까와 같은 자세로 앉아 있다. 눈을 마주치는 것이 놀라라는 신호일 것이다. 나는 박진감 넘치는 연기로 놀라는 척 했다. 
 
"으, 으악! 깜짝 놀랐다."
 
"..."
 
"..."
 
"네, OK에요. 고맙습니다."
 
"이상한 곳에서 대충 해버리는 구나."
 
놀라게 하는데 어떤 심사 기준을 적용시키는지 물어보고 싶다. 분명히 놀랄만큼 적당할 것이다. 
 
34 (스레주) 
"아, 막 14일 추가되었네요."
 
메리 양은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저 세상에도 전자화가 진행 중인 것 같다. 
 
"그것보다 옷이 젖었는데 괜찮아?"
 
"아, 조금 춥지만 괜찮아요."
 
"잠깐 기다려."
 
그렇게 말하고 1층으로 내려갔다. 수건을 가지고 오기 위해서다. 여자애는 잘 대해줘야 한다. 아버지에게 매일 들었던 말이다. 설령 유령이라고 해도 여자애다. 수건과 함께 덤으로 홍차를 들고 왔다. 홍차는 고급 얼그레이. 내 소소한 취미를 함께 나누기로 했다. 
 
35
왠지 분위기 좋네.
 
39 (스레주)
오른손에 머그컵, 겨드랑이에는 수건을 끼고 내 방에 들어가니 메리 양이 침대 아래를 엿보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눈치챘는지 황급히 메리 양이 처음 앉아있던 위치로 돌아와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로 기다린다. 
 
"뭐하고 있었어?"
 
"아, 아니! 그 남자애 방에 들어오는 건 처음이라서 그그, 역시 그런 것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닷."
 
목소리가 갈라지거나 웅얼웅얼 뒷부분은 듣기 어려웠지만 너무 필사적이어서 말 그대로 하얀 수건을 던져주기로 했다. 어설프군. 내 비밀 장소는 자물쇠 달린 서랍 안이다. 게다가 또 하나의 판 아래 부분. 게다가 특수한 방법으로 열지 않으면 불타버린다. 침대 아래에 숨기다니 참으로 어설픈 짓이다. 
 
44
>>39
얼마나 보여주고 싶지 않은 거야. 
 
45 (스레주)
그건 제쳐두고 한 손에 들고 있던 머그컵을 메리 양에게 내밀었다. 
 
"따뜻한 홍차."
 
"고맙습니다. 친절하기도 하셔라."
 
여기서 이 홍차가 비싼 거라고 말하지 않는 것이 포인트다. 단순히 감상을 듣고 싶다. 홍차 애호가의 피가 끓어오른다. 메리 양은 머그컵을 받아들고 그대로 입으로 가져갔다. 한 모금 머금고 머그컵을 내려놓는다. 
 
"그런데 상담할게 있는데요."
 
맛있다고 한 마디도 안 하는 건가. 유감이다. 빌어먹을, 이라며 혼자서 침울해 했다. 
 
56 (스레주)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닦으면서 메리 양이 계속 말한다. 
 
"실은 놀라게 한 건 당신이 처음이에요. 평소에는 처음에 전화했을 때 끊어버려서..."
 
그거야 그렇겠지. 하나하나 거절을 받아들이지 말고 강제적으로 밀어붙이면 되는데. 올곧은 녀석이다. 승낙한 것은 내가 엄청 외로움을 많이 타는 녀석이라서 그럴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놀라게 할 수 있나요? 체류 시간을 받지 않으면 곤란해요."
 
"따지고 들어갈 부분이 많아서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럼 처음부터 봐주세요."
 
부탁을 받으면 거절하지 못한다. 스스로도 분위기에 휩쓸리기 쉽다고 생각하면서 협력하기로 했다. 
 
61
어라? 스레주의 메리 양에게 반한 건 나뿐이야? 
 
62
>>62
ノシ (손 흔드는 모양) 
 
65 (스레주)
"일단 그 존댓말 좀 어떻게 해봐. 처음부터 저자세로 나가는 유령이 어디 있냐."
 
"부탁하는 입장인데 상대에게 실례잖아요!"
 
생각지도 못한 적반하장. 당황하는 나. 
 
"다음은 옷차림이야. 어째서 최신 유행하는 옷차림이야?"
 
"유령이 멋부리면 안 되나요? 여자애의 취미라고요?"
 
여자애라는 단어에 약한 나. 멋부리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다고 타협하기로 했다. 
 
"위협할 때 미소 짓는 것도 그만두는 게 좋아."
 
"그럼, 어떤 얼굴을 하면 되나요?"
 
"원한에 사무친 얼굴로 위협하는 게 좋지 않을까?"
 
"원망하고 싶지 않다 뭐."
 
"고칠 생각 있는 거냐?"
 
그 후에도 약 1시간 동안 결점을 고쳐보려고 의논했지만 도무지 양보할 생각이 없어서 결국 지금처럼 가기로 했다. 
 
71
>>65
존댓말 금지는 그만둬어어어어
 
69 (스레주)
솔직히 좀 지쳤기 때문에 화제를 바꾸기로 했다. 
 
"그런데 어째서 이 세상에 머물기로 한 거야?"
 
"아... 그건..."
 
아뿔싸, 라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어찌 이렇게 섬세하지 못한 말을 했을까. 
 
"그게 떠오르지 않아서."
 
"뭐?"
 
"제가 죽은 건 아마 교통사고에요. 사고 충격으로 잊어버린 건지도 몰라요. 그래도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다고 생각해서 여기에 머무르는 거에요."
 
"그래도 그러면 계속 일을 끝낼 수 없잖아."
 
73 (스레주) 
"단편적으로는 기억하고 있어요. 비 오는 날 사고였지요. 저는 왠지 들떠서 그래서..."
 
메리 양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역시 지뢰를 밟은 것 같다. 앞뒤 생각하지 않고 나는 당황해서 이렇게 말했다. 
 
"괜찮다면 도와줄게."
 
"...정말로?"
 
"괜찮아. 한가하니까."
 
여자애한테는 친절하게 대해주라는 가훈 때문은 아니다. 게다가 남일 같지 않아서 내버려둘 수 없다. 휩쓸리기 쉬운 나지만 흐름에서 뛰어나오기로 했다. 
 
79 (스레주)
"고마워요."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을 때 그녀의 뺨에 눈물이 흘렀다. 머리카락에서 떨어진 물일지도 몰라도. 그걸 보고 살짝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때, 1층 현관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가족이 돌아온 모양이다. 
 
"아, 슬슬 전 돌아갈게요. 이 이상 폐를 끼칠 수 없으니까."
 
"응. 다시 연락해줘."
 
"네! 그럼 이만."
 
일어서더니 메리 양은 창 밖으로 사라졌다. 나는 그녀를 위해서 노력해서 이루지 못한 일을 찾아주자고 마음 먹었다. 남은 머그컵과 수건을 정리하려고 일어서니 슥 메리 양이 돌아왔다. 
 
"저, 그리고 차 고마웠어요. 얼그레이였죠? 무척 맛있었답니다. 그럼."
 
그 말을 남기고 메리 양은 다시 창 밖으로 사라졌다. 난느 그녀를 위해서 노력하고 이주리 못한 일을 반드시 찾아주자고 마음 먹었다. 
 
138 (스레주)
다음 날도 비가 내렸다. 아침부터 계속 내리고 있다. 어제만큼 많이 내리지 않았지만 몸을 적시기에는 충분한 양이다. 메리 양이 걱정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착신음이 울렸다. 
 
"안녕. 메리 양."
 
두 번 울리자마자 받아서 그렇게 말했다. 
 
"저, 메리... 잠깐, 어떻게 안 거에요?"
 
약속된 대사를 방해하고 말았다. 
 
"어제 전화부에 등록해두었어."
 
착신과 함께 화면에 메리 양의 문자가 나타난다. 
 
"그, 그렇나요... 내 일이..."
 
곤란한 것 같은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141 (스레주)
"그래서 오늘도 집에 올 거야?"
 
"시, 실례되지 않는다면 부탁드릴게요."
 
"괜찮아. 가족도 없고."
 
"고맙습니다. 그럼 15분 정도 뒤에."
 
그렇게 말하고 뚝 전화가 끊겼다. 응, 역시 전화 예절이 숙지하고 있구나 생각했다. 메리 양이 와도 문제없도록 준비하기로 했다. 또 푹 젖어서 올 것을 대비해서 수건도 챙겼다. 덤으로 홍차를 준비하기로 했다. 오늘은 사탕에 밀크티라도 만들어볼까. 시간은 충분해서 15분을 꼬박 들여서 차를 준비했다. 마음에 들었으면 좋을 텐데. 
 
148 (스레주)
차를 들고 수건을 낀 채 내 방으로 돌아갔다. 메리 양은 아직 오지 않은 모양이다. 차와 수건을 중앙에 있는 책상에 올려두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형광등에 매달린 줄을 바라보며 이제부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하고 있으니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을 확인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메리 양. 전화를 받지 않고 돌아보았다. 그러자 메리 양은 이미 거기에 있었다. 역시 젖은 채로 침대 위에 정좌. 이쪽을 보며 조금 토라진 얼굴을 한다.
 
151 (스레주)
"아직 돌아보지 말아주세요."
 
어이쿠, 조금 화내고 있는 건가. 목소리가 낮다. 
 
"미안. 무심코."
 
솔직하게 사과하기로 했다. 우리 집의 가훈 그 두 번째.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사과하면서 생각하라. 아버지의 입버릇이다. 뭐 검토해본 결과 전화를 받은 쪽이 더 좋았을 것이다. 
 
"이미 두 번째니까 별로 상관은 없지만요."
 
그래도 내 존재 의의가... 라고 메리 양이 우울해한다. 
 
159 (스레주) 
"미안하지만 이불이 젖어버리는데."
 
그 방면은 짚고 넘어가자. 잠자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앗, 죄송합니다!"
 
바로 메리 양이 침대에서 내려와 어제 있던 곳으로 갔다. 역시 착한 애다. 준비해두었던 수건과 홍차를 건넨다. 어째서 이 애는 언제나 푹 젖어 있는 건가. 의문이 생겨서 물어보기로 했다. 
 
"우산 같은 거 없어?"
 
"우... 산? 가지고... 있지 않네요."
 
"...?"
 
이 애매한 대답은 대체 뭘까. 잘 모르겠지만 돌아갈 때 우산을 빌려주자고 마음 먹었다. 
 
166 (스레주)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만."
 
메리 양은 홍차를 홀짝거리며 말했다. 
 
"저는 아마도 이 이상 사람을 놀라게 하는 일은 할 수 없을 거에요."
 
응, 왠지 알 것 같다. 그걸로 놀랄 사람은 거의 없을 터다. 
 
"그래서 생각했던 건데 남은 체류 시간 중에 목적을 이루려고 해요."
 
"며칠 남았는데?"
 
"죽은 후로 첫 회 포인트 1개월은 거의 다 써버려서 어제 14일을 합쳐보면 남은 일은 18일이에요."
 
18일인가. 긴 것 같으면서도 짧아보인다. 애당초 첫 회 포인트가 신경 쓰이지만 그냥 무시하자. 
 
"알았어. 그 사이에 목적을 달성하면 되는 거지?"
 
"네. 부탁해도 될까요?"
 
나는 두 말하지 않고 승낙했다. 
 
175 (스레주)
"곤란한 여자를 도와주라고 아버지가 자주 말했으니까."
 
"친절한 아버님이시네요."
 
일단 내일 학교에서 사고에 대해서 조사해보기로 했다. 
 
"일단 기억나는 일을 말해주지 않겠어? 뭔가 단서가 있을지도 몰라."
 
"네. 알겠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상당히 놀랐다. 메리 양은 자기의 이름 이외에 거의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다. 가족에 대해서도 가족이 있었다는 사실밖에 모른다. 거의 기억상실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래도 단편적인 기억은 남아있는 모양이다. 옥상, 강, 신사 등 지명도 몇 개 나왔다. 이 곳에 가보면 목적을 찾을 수 있을까. 생각보다 꽤 어려울지 모른다. 
 
178 
어느 날, 나는 오후 쯤에 몸에 기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그러나 영감의 '영'자도 모르는 나는 몸이 좀 안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길을 가던 사람이 가끔씩 내 뒤를 보고 깜짝 놀라는 걸 보니 얼굴빛이 상당히 좋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이런 때는 술을 마시고 빨리 잠자리에 드는 게 낫다. 
 
편의점에서 질색하는 점원에게 술을 사서 그 날은 10시 전에 잤다. 다음 날 푹 잤는데 몸에 느꼈지는 위화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침 준비를 끝낸 후 문득 어제는 휴대전화를 아침부터 가방에 넣어두어서 한 번도 꺼내지 않고 잤다는 걸 떠올리고 체크했다. 
 
... 부재전화 11건. 일났다. 누군가가 긴급한 용무라도 있었나 싶어서 일단 재생해보았다. 
 
"나 메리 양. 지금 00역에 있어."
"나 메리 양. 지금 00대학 앞에 있어."
"나 메리 양. 지그 00교실 앞에 있어."
"나 메리 양. 지금 당신 뒤에 있어."
"나 메리 양. 아까부터 당신 뒤에 있어."
"나 메리 양. 당신에 있는데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메리 양이에요. 적당히 눈치채주세요."
"으, 보통 하루에 한 번 정도는 뒤를 돌아보잖아요!"
"자자, 저 아저씨 엄청 날 바라보고 있다고요."
"어, 어째서 엎드려서 자는 건가요? 적당히 이쪽 좀 봐요..."
"으엥, 훌쩍... 메, 메리에요. 이 녹음만 들어도 괜찮으니 뒤를 돌아봐주세요."
 
나는 등뒤의 기척을 확인하고 돌아보지 않은 채 집을 나와 대학교로 갔다. 그 날 내 등뒤에는 반쯤 울면서 졸래졸래 따라오는 소녀가 있다고 한다. 
 
184
>>178
반했다. 
 
180
이건 흥미진진해. 두근두근. 
 
188 (스레주) 
대충 이야기를 끝내자 메리 양은 또 울 것 같은 얼굴을 했다. 여자만은 울리지 마라. 이건 최우선 사항이라고 말한 아버지에게 얻어맞는다. 황급히 화제를 바꾸기로 했다. 
 
"메리 양은 식사 같은 건 어떻게 하고 있어?"
 
"네? 어, 딱히 먹지 않아도 살 수(?)는 있지만 먹는 건 가능해요. 저는 꽤 상급령이기 때문에 음식을 먹거나 만질 수 있거든요."
 
호오. 그렇다면 여러 가지로 참고가 되겠군. 나도 언젠가 죽을 테니까 미리 그 구조를 숙지해두는 것도 좋을지 모른다. 
 
그 후에도 두서없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192 (스레주)
"그런데 그 멋지신 아버지는 뭘 하고 계시나요?"
 
"아, 작년에 돌아가셨어."
 
"아... 죄송해요..."
 
아버지는 작년에 돌아가셨다. 병이었지만 죽기 직전까지 간호사에게 집적거려서 병실은 언제나 핑크빛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는 성불했을까. 대충 이 세상에 남아서 마쿠라가에시1 같은 걸 하고 있을 것 같다. 여자의 방에 들어가 베개를 뒤집고 즐거워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버지다워서 절로 웃음이 났다. 
 
196 (스레주)
"그런데 메리 양은 이 주위에서 그... 죽은 거야?"
 
"그런 셈이 되겠네요. 자기가 죽은 곳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곳으로는 갈 수 없으니까요."
 
"그런 거야?"
 
"네. 덧붙여 저는 N현 O시 담당 메리 양이에요. 담당 구역 이외에는 나갈 수 없어요."
 
그런 건가. 각지에서 목격되는 유령이나 요괴가 지역마다 모습이나 형태가 다른 건 그 때문인가. 즉 메리 양만으로도 꽤 많이 있다는 셈이 된다. 꽤나 엄격한 세계다. 
 
232 (스레주) 
그 후에도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메리 양에게 일방적으로 질문한 것 뿐이지만. 
 
정리하자면 이렇다. 약 1개월 전에 비 내리는 날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기억은 거의 다 날아갔지만 단편적인 건 남아있다. 옥상, 신사, 크레이프 가게, 강 같은 키워드. 나와 똑같은 17살. 좋아하는 음식은 메밀 국수. 남은 날짜는 18일.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조그만 마을이니까 범위는 좁힐 수 있다. 애매한 단서밖에 없는 건 불안하지만 그녀를 구하기로 마음 먹었으니 노력할 수밖에 없다. 
 
애당초 어째서 나는 이렇게 필사적으로 도와주려고 하는 걸까. 메리 양이 귀여운 것이 그 이유 중 하나겠지만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239 (스레주) 
문득, 시계를 보니 3시간 정도 지났다. 슬슬 가족이 돌아올 무렵이다. 오늘은 듣기만 하기로 했다. 본격적으로 행동하는 건 내일부터다. 그러나 학교에도 가야하기 때문에 방과후부터 찾으려고 해도 시간이 촉박하다. 실질적으로 주어진 시간은 18일보다 짧을 것이다. 
 
"슬슬 돌아갈게요."
 
"알았어. 아, 잠깐만."
 
나는 현관으로 향했다. 가랑비지만 아직 밖은 비가 내리고 있다. 우산을 빌려주자. 우산대를 보니 우산이 하나밖에 없었다. 내 우산은 전에 누군가에게 빌려준 채 돌려받지 못했다. 마지막 하나는 아버지의 우산이다. 유품 같은 거지만 여자애를 돕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아버지라면 이해해 줄 것이다. 아니, 빌려주지 않으면 저주 받을 것 같다. 검고 커다란 우산을 들고 2층으로 돌아왔다. 
 
244 (스레주)
"우산 쓰고 가."
 
메리 양에게 내미니 놀랐다고 해야하나 뭐라고 해야하나 미묘한 얼굴이다. 
 
"우산... 괜찮나요?"
 
"괜찮아. 내일은 갤 거고 게다가 빌려주지 않으면..."
 
아버지에게 저주 받을지도 몰라. 그렇게 말하니 메리 양은 웃었다. 
 
"유령에게 우산을 빌려주다니 이상한 사람이네요. 그래도... 빌리도록 할게요."
 
도중에 웅얼거려서 잘 들리지 않았다. 
 
"응. 다시 연락해줘. 다음 번에는 꼭 받고나서 돌아볼 테니까."
 
그렇게 말하니 메리 양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산은 벽을 통과하지 않기 때문에 창문을 열고 메리 양은 빗속으로 사라졌다. 
 
자, 내일부터는 바쁠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막 연 창문을 닫았다. 그와 동시에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가족이 돌아온 것이다. 오늘 저녁밥은 뭘까. 
 
메밀 국수라면 좋겠다. 
 
256 (스레주) 
다음 날 잠에서 깨어 커튼을 여니 일기예보대로 날씨가 맑았다. 언제나 빗나가는 일기예보도 노력하면 잘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마음 속으로 칭찬했다. 얼굴을 씻고 아침 식사를 하고 학교로 갈 준비를 했다. 교복 넥타이를 매는 도중에 메리 양은 어디에 있을까 막연히 생각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메리 양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자신이 좀 쑥쓰러웠다. 
 
집을 나와서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학교까지 조금 멀어서 버스를 타고 10분, 그 다음에 걸어서 10분 정도 가야 도착한다. 평소처럼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가 도착해서 안에 들어가니 똑같은 교복들 속에서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278 (스레주)
"여."
 
"안녕."
 
한 발자국 늦게 인사를 나누었다. 맨 뒤에 5명이서 앉는 자리를 독차지 하고 있다. 이 안경을 쓴 녀석은 친구인 코헤이다. 솔직히 내가 봐도 잘생긴 녀석으로 성적도 우수하다. 선생님도 신뢰하고 있으나 이 녀석이 중학교 때부터 담배를 피우고 있는 걸 아는 건 나밖에 없다. 담배 냄새 난다고 내가 지적했다. 
 
"뭐? 정말이냐. 밖에서 피우려고 주의하고 있는데 따라올 건 따라오는 법이로군."
 
평소처럼 연극조인 말투로 그렇게 말한다. 이 녀석의 부모님이 가부키 공연자이기 때문이다. 전에 집에 가보았는데 무진장 큰 일본 정원이 달린 대저택에서 살고 있었다. 
 
280
이것은...
 
장편 스레의 예감. 
 
281
>>280
나도 읽고 그렇게 생각했어. 
 
284 (스레주)
가볍게 잡담을 나누고 있으니 바로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우르르 버스 안에서 3분의 2가 내린다. 그 흐름에 몸을 맡겨 나와 코헤이도 내렸다. 여기서부터 나는 자전거로 가지만 코헤이는 걸어서 간다. 자전거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같다. 코헤이에게 먼저 가도 좋다는 말을 듣고 자전거를 몰았다. 
 
잠시 가고 있으니 휴대전화 진동이 울렸다. 매너 모드이기 때문에 소리는 나지 않는다.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어 화면을 확인하니 역시나 메리 양이었다. 
 
291 (스레주)
나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저 메리 양. 지금 당신 뒤에 있어."
 
이봐이봐. 뒤를 돌아보니 자전거 짐받이 칸에 메리 양이 앉아 있다. 
 
"으악!"
 
"꺄악!"
 
나는 자전거와 함께 쓰러질 뻔했지만 어떻게든 붙잡을 수 있었다. 
 
"하아... 하아.. 이번에는 진짜 놀랐다."
 
"저, 저도 놀랐어요."
 
이것은 예상 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자전거를 몰았지만 거의 무게가 없었다. 역시 유령이라고 새삼스럽게 느꼈다. 
 
303 (스레주)
"놀라게 해서 죄송해요."
 
"아니, 그게 일이잖아."
 
나는 유령에게 면박을 주었다. 
 
"도중에 발견해서 그대로 탔어요."
 
겨우 평정심을 되찾은 나는 평소대로 메리 양과 대화했다. 
 
"아까 놀랐는데.. 14일 추가된 거야?"
 
"아뇨, 한 명 당 한 번이기 때문에 똑같은 사람은 안 돼요. 그래도 놀라서 기뻐요. 조금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거 다행이군."
 
다른 사람이 본다면 뭐라고 생각할까. 여자애를 뒤에 태우고 학교에 등교. 연인으로 보일까. 
 
메리 양이 말하길 지금은 나 이외의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메리 양은 한 방에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귀여운 애랑 같이 등교하는걸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주고 싶었으나 그건 아쉽게도 못할 것 같다. 
 
"조금 유감이네."
 
"네?"
 
"아무것도 아니야."
 
315 (스레주)
마침내 교문이 보였다. 이 동행이 끝나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자전거용 주차장에 자전거를 세우고 교실로 향한다. 여기서 메리 양하고는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메리 양하고 이야기를 해도 다른 사람들이 보면 그저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정신나간 사람 취급 받고 싶지는 않다. 
 
교실에 도착해서 전날 자리를 바꾸어 새로 얻게 된 창가 자리에 앉았다. 
 
"그럼 잠시 친구 좀 만나고 올게요."
 
학교에 친구 같은 게 있는지 물어보려던 찰나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고 나는 입을 다물었다. 
 
317
메리 양에게 빠질 수 있는 스레가 여긴가요?
 
330 (스레주)
메리 양이 작별을 고하고 교실 문으로 향한다. 그녀와 스쳐지나가듯이 코헤이가 들어왔다. 그리고 내 앞에 있는 자리에 앉았다. 
 
"자전거는 좋아하지 않지만 도보는 불편하군."
 
"자전거를 사면 되잖아."
 
"자전거는 좋아하지 않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담임 선생님이 들어왔다. 짧게 전달사항을 전하고 바로 조회 시간은 끝난다. 내가 유일하게 담임 선생님을 좋아하는 부분이다. 자, 그럼 오늘 1교시는 싫어하는 영어인가. 싫다 싫다하며 코헤이와 입을 모아 그렇게 투덜거렸다. 
 
402 (스레주)
지루한 수업도 4교시가 지나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점심시간. 메리 양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부터 좀 조사할 일이 있었는데.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내가 먼저 연락하기로 했다. 기록의 마 행에서 메리 양을 골라서 발신. 3번 착신음이 흐르고 메리 양이 받았다. 
 
"네, 네! 나카야... 아니, 메리에욧."
 
"왜 그래. 그렇게 당황해서."
 
"아, 전화가 오는 일은 여태껏 한 번도 없어서 그만."
 
아아. 전화를 건 적은 있어도 받은 적은 없구나. 조금 귀엽게 느껴졌다. 
 
"지금부터 승강구 앞에 와줄래?"
 
"네, 바로 갈게요."
 
그럼 이만. 그렇게 말하고 나는 전화를 끊었다. 점심을 10초 만에 다 해치우고 나는 승강구로 향했다. 
 
412 (스레주)
승강구에 가니 메리 양이 신발장에 있었다. 시간 관념 좋고. 생전에는 틀림없이 우등생이었을 것이다. 메리 양은 나를 발견하고 가볍게 목례를 했다. 
 
"그럼 가볼까."
 
"어디에 가나요?"
 
"도서관."
 
도서관에는 과거 신문이 3개월 분 정도 보관되어 있다. 1학년 때 도서위원을 하면서 알게된 사실이다. 병사라면 신문에 실리지 않겠지만 사고라면 아마도 실려 있을 것이다. 도서관은 교실이 있는 건물과 바로 반대쪽에 선생님들이 쓰는 문화동에 있다. 지금은 학생들이 점심을 먹고 있을 테니 주위에 학생은 없다. 
 
"그럼 가자."
 
나는 혼잣말로 오해 살 염려도 없기에 메리 양과 대화하면서 도서관으로 향했다. 
 
417 
언제부터인가 미스터리 소설이 되었군.
 
 
 
 
하지만 그게 좋아. 
 
421 (스레주)
"그러고 보니 친구라는 게 누구야?"
 
나는 아침에 들었던 의문을 물어보았다. 
 
"아아, 하나코 양이에요. 교실동 3층 화장실에 있어요."
 
"있는 거야?"
 
"있어요. 이 학교만 해도 하나코 양이 4명 있는 걸요."
 
"많아!"
 
현기증이 났다. 이렇게 가까이 하나코 양이 있을 줄 몰랐다. 게다가 4명이라니. 뭐 사람이 죽어서 미련이 남아 남는 거니까 어찌보면 그렇게 신기한 일도 아닐지도 모른다. 
 
"호오. 만나보고 싶지만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는 건 좀 그렇네."
 
"남자 화장실인데요?"
 
다시 현기증이 일어났다. 그 화장실은 자주 이용하고 있다. 설마 보고 있었던 건 아닐까. 
 
"다음에 소개해 드릴게요."
 
그다지 내키지는 않지만 일단 고맙다고 해두었다. 그런 대화를 하고 있으니 도서관 문이 보였다. 낡고 커다란 목제 문. 잘 안 열기로 유명했지만 문이 열린 걸 보니 개관 중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447 (스레주)
안에 들어가니 특유의 종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조금 그리웠다. 여기에 오는 건 도서위원을 그만두고 처음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책을 읽는 학생은 한 명도 없다. 그러나 카운터 의자에 앉아있는 익숙한 얼굴은 보였다. 도시락이 볶음밥인 녀석은 한 명밖에 없다. 
 
"여, 네가 도서관에 오다니.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뜨는 거냐?"
 
코헤이는 진부한 예를 들며 그렇게 말했다. 현재 도서위원이니까 이 녀석이 여기에 있는 건 그렇게 이상하지 않다. 
 
"과거에 모아둔 신문은 어디있어?"
 
그렇게 가볍게 빈정거림을 무시하고 코헤이에게 물었다. 
 
"음. 그거라면 그 보관실 안이야. 상자에 들어가 있지만 날짜가 적혀 있으니까 너라면 바로 찾을 거야."
 
고맙다고 말하고 보관실로 갔다. 낡은 책들을 모아두며 창고 대용으로 쓰고 있는 이 방은 곰팡내가 장난이 아니다. 
 
459 (스레주) 
불을 켜니 상자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3개월이 지난 신문을 버리는 게 도서위원의 임무인데 그 녀석, 일 전혀 안 하는 것 같다. 메리 양과 함께 적힌 날짜를 토대로 상자를 찾았다. 
 
"아, 이 근처인 것 같아요."
 
메리 양이 그렇게 말했다. 보니 4층으로 쌓여 있는 상자탑 가장 아래에 약 1개월 전의 날짜가 적힌 상자가 있었다. 
 
"크고... 아름답습니다."
 
이걸 어디에 치우지 않으면 안 될까 둘러보는 중에 메리 양이 면목 없다는 듯 이쪽을 보고 있는 게 보였다. 
 
"좋아. 치울까."
 
여자애의 기대는 배신하면 안 된다. 나는 훌륭한 아버지의 아들이었다. 
 
481 (스레주) 
가장 위에 있는 상자는 발돋움해서 겨우 닿았다. 제길. 좀 더 키가 컸으면 좋을 텐데 하고 마음 속으로 생각했지만 그런 생각을 할 여유는 없다. 기합을 넣고 가장 위에 있는 상자를 빼냈다. 나는 안에는 신문지만 들어 있다고 생각했으나 그게 아니었다. 안에 들어있는 건 무거운 책이었다. 그것도 중량급. 나는 생각지도 못한 무거움에 쓰러져서 등으로 땅을 찍었다. 틈도 주지 않고 상자가 얼굴을 향해서 떨어진다. 
 
"아."
 
"위험해요!"
 
나는 얼굴에 바로 쏟아질 거라고 생각했으나 바로 코앞에서 상자의 모서리가 딱 멈추었다. 상자가 공중에 떠있었던 것이다. 식은땀을 닦으면서 일어섰다. 
 
"어떻게?"
 
"다행히다. 늦지 않아서."
 
메리 양이 한 건가? 
 
"근처에 있는 부유령에게 도와달라고 했어요. 여기는 늘 닫혀 있기 때문에 축축해서 꽤 많이 있거든요."
 
493 (스레주)
마침내 상자가 천천히 마루에 놓인다. 그리고 남은 상자탑도 차례대로 아래로 내려와 맨 밑에 있는 상자를 꺼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것도 할 수 있는 거야?"
 
"물론 아무 보상없이 해주지 않아요. 이렇게 말했어요. 체류 시간 1일을 줄 테니 상자를 치워달라고."
 
"그럼 설마..."
 
"네. 4명이 도와주었으니 체류 시간이 4일 감소했어요."
 
이 무슨 돌이킬 수 없는 일인가. 내가 주의했다면 이런 일은 하지 않아도 되는데. 중요한 체류 시간을 쓸데없이 날려보냈다. 
 
"미안..."
 
"괜찮아요. 절 위해서 애써주시는 거니까."
 
메리 양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남은 시간은 13일이 되어버렸지만 나는 반드시 이 애가 성불하도록 도와주기로 마음 먹었다. 
 
497 
>>493
착한 애다. 
 
498
>>493
훈훈해지는군.
 
512 (스레주)
마음을 다잡고 가장 아래에 있는 상자를 꺼냈다. 그 안에서 지금부터 1개월, 플러스 마이너스 1주일 간의 신문을 꺼내어 펼쳤다. 메리 양은 1주일 전부터 나는 1주일 후부터 읽기 시작했다. 신문을 넘기는 소리와 시간만이 흐른다. 5장 째 신문의 조그마한 공간에 교통사고에 관한 기사를 발견했다. 
 
4월 26일. 5시 50분 무렵. 모 시 서구 교차점 부근에서 동 시내에 통학하고 있는 고등학생 나카야마 준(17)이 차에 치여서 병원에 데려갔지만 사망했다. 
 
"이거다."
 
"이거네요."
 
신문 기사를 발견한 것은 상당히 기뻤지만 다음 줄을 보고 그 기쁨이 깨끗이 사라졌다. 
 
나카야마 준 씨가 치인 후, 30분 방치되었다가 근처에 사는 주부에 의해서 발견되었다. 아직 범인은 잡히지 않은 채 경찰은 뺑소니범으로 판단하고 조사하고 있다. 
 
527 (스레주)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분노와 안타까움으로 가득 찼다. 
 
"바로 도움을 요청하면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조금 생각났어요. 비 오는 날에 인도를 걷고 있었는데 차가 앞에서... 그래서 튕겨나가 강 밑으로..."
 
메리 양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걸 보고 나의 분노는 사라졌다. 화내고 있을 때가 아니다. 단서는 찾았다. 그리고 내가 할 일은 두 가지로 늘었다. 메리 양이 이루지 못했던 걸 이루어주는 것. 그리고 범인을... 찾는 것. 
 
시간은 13일. 한정된 시간. 나는 성공할 수 있을까. 
 
638 (스레주) 
그렇게 결심하고 있으니 점심시간이 끝나는 걸 알리는 종이 울렸다. 점심시간 50분을 완전히 다 써버린 것이다. 
 
"여기까지 할까."
 
"네."
 
다음은 10분 간 교내 청소 시간. 일단 신문 기사를 오려낸 뒤 보관실을 나왔다. 도서관을 나올 때 코헤이에게 말을 걸었다. 
 
"청소할 시간이야."
 
"도서 담당은 도서실 청소를 해야 해. 미안하지만 뒷일은 맡긴다."
 
결국 나 혼자서 하는 건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청소할 구역이 어딘지 생각해보았다. 아마 오늘은 월요일이고 청소 장소가 바뀌는 날이니까...
 
"아."
 
"왜 그러세요?"
 
타이밍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오늘부터 1주일 간 청소할 구역은 하나코 양이 있는 교실동 3층 남자 화장실이다. 
 
684 (스레주)
이미 청소할 시간이라서 서둘러 청소 구역으로 갔다. 화장실 문을 여니 남자 화장실 특유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화장실에 왔지만 청소를 할 마음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뒤에 따라온 메리 양이 말했다. 
 
"하나코 양. 전데요."
 
그러자 아무도 없을 안쪽 칸막이에서 소리가 들렸다. 
 
"오, 메리냐."
 
천천히 칸막이에서 여자애가 나왔다. 담배를 피우고 있고, 어쩐지 나른한 얼굴에다 머리모양은 뒤로 묶은 머리고 옷차림은 단순한 검은 스웨터에 반바지라는 터프한 차림이었다. 그리고...
 
"작아!"
 
"작다고 하지 마! 너, 누구야?"
 
나도 그렇게 키가 큰 편은 아니나 키가 작은 메리 양보다 더 작다. 
 
716 (스레주)
"하나코 양. 이 사람이 아까 이야기했던, 도와주겠다고 하신 분이에요."
 
"핫, 너냐. 믿음직스럽지 못한데."
 
하나코 양은 세모눈을 뜨고 연기를 들이마시면서 말한다. 
 
"초등학생이 담배를 피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
 
"난 20살이다!"
 
엄청 진지하게 반박이 들어왔다. 그 차림, 그 키. 아무리 봐도 초등학생으로밖에 안 보인다. 일단 이 이상 번거로워질 것 같으니 일단 믿어주기로 했다. 
 
"이 자칭 20살이 하나코 양이야?"
 
"자칭 붙이지 마. 열받는 놈이네."
 
세모눈을 한 하나코 양은 화난 것 같다. 
 
"맞아요. 그 사람이 하나코 양이에요."
 
메리 양이 변호해주었다. 
 
"그러고 보니 너 오늘 아침에 봤어. 좀 귀 좀 대봐."
 
나는 곁에 다가가서 하나코 양 옆에 섰다. 하나코 양이 뭔가 말하고 싶은 표정을 짓는다. 내가 영문을 몰라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으니 하나코 양이 체념한 듯 말했다. 
 
"... 몸 좀 숙여."
 
755 (스레주)
아아, 귀까지 닿지 않는 거구나. 나는 그 자리에서 쭈그려 앉았다. 하나코 양은 입을 내 귀에 가까이 대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오늘 아침에 봤다고. 이 00."
 
순간 내 심장이 크게 뛰었다. 이 꼬맹이가 가장 신경쓰고 있었던 걸! 난 남자로서 이 자칭 20살 초등학생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가하하! 꼬맹이라고 말한 벌이다. 체류 시간 3일 감사."
 
"... 아무래도 적이 될 수밖에 없군."
 
그때 여기서 시합 종료를 알리듯 청소 종료 종이 울렸다. 
 
"이 승부는 나중에 미루자."
 
그렇게 말을 남기고 문으로 향한다. 메리 양을 선두로 밖으로 내보냈지만 하나코 양이 불러세웠다. 
 
"야! 꼭 좀 찾아줘라."
 
"안 그래도 그럴 거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화장실 문을 닫았다. 
 
"지금, 뭐라고 말했나요?"
 
메리 양이 그 검은 눈동자로 물어본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821 (스레주)
5, 6교시 때는 메리 양은 주위에서 산책하고 있겠다고 한다. 헤어진 뒤 메리 양은 중앙뜰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졸음에 몸을 맡기고 자기로 했다. 고전 문법 같은 걸 대체 어디에 써먹느냐고 생각하다가 정신차리고 보니 꿈 속이었다. 
 
메리 양이 있다. 꿈 속에서 메리 양은 나카야마 준으로 살고 있었다. 평범하게 교복을 입고 책을 읽고 있다. 책을 읽으며 싱글벙글하는 걸 보니 즐거운 것 같다. 하지만 난 왠지 슬퍼졌다. 꿈에서밖에 만나지 못하는 나카야마 준. 
 
그때 갑자기 꿈에서 깨었다. 꿈에서 깨고 보니 울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스스로 눈물 흘린 것 때문에 깨는 건 또 무슨 경우냐면서 속으로 투덜거렸다. 그런데 어째서 운 걸까. 아까 전에 꾼 꿈을 떠올리지 못한 채 방과후를 맞았다. 
 
861 (스레주)
방과후, 승강구를 향하던 도중 중앙뜰 벤치에서 자고 있는 메리 양을 발견하고 열심히 깨워서 자전거용 주차장으로 갔다. 다시 메리 양을 짐석에 태워서 오늘 아침과 달리 가벼운 경사길을 내려갔다. 메리 양, 나카야마 준이 다니던 학교로 향하기 위해서다. 사고 현장과 학교 어디를 먼저 갈지 망설였지만 나는 학교를 선택했다. 
 
T 고등학교는 진학교로 버스를 타서 우리 학교에서 내리지 않고 10분 정도 가면 도착한다. T 고등학교로 향하는 비탈길 도중, 메리 양이 물었다. 
 
"어째서 제가 다니던 학교를 알았나요? 신문에도 자세하게 실려있지 않았는데."
 
"...어라, 왜지."
 
그러고 보니 그렇다. 어째서 나는 알고 있는 걸까. 게다가 상당히 확신하고 있다. 
 
"교복이 똑같으니까 그런 거 아닐까. 아니, 잠깐만. 만났을 때 교복 안 입었지?"
 
"네. 사복이었어요."
 
어디서 그녀의 교복을 보았을까. 의문이 풀리지 않은 채 T 고등학교 교문 앞에 도착했다. 
 
902 (스레주)
"여기가, 나의 학교..."
 
터벅터벅 메리 양은 관사 안으로 들어갔으나 나는 교문에 남았다. 해야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교 시간은 지났지만 아직 간간히 교문에서 나오는 학생이 있다. 자주색이 3학년, 붉은색이 2학년, 푸른색이 1학년 배지인 것 같다. 노리는 건 붉은색, 그것도 여자. 메리 양, 나카야마 준에 대해서 물어보자. 그렇게 생각하고 교문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가끔씩 나오는 여자애들의 가슴의 배지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6번 연속으로 푸른색 배지가 나온다. 
 
이번에야말로 라고 생각했을 때 뒤에서 누군가가 어깨를 두드렸다. 돌아보니 거기에는 목에 휘슬을 건 우락부락한 체육 선생님 같아보이는 남자가 서있었다. 
 
"교문에 서서 여학생들의 가슴을 보고 있는 것이 너냐. 잠깐 따라올래?"
 
나는 마음 속으로 망했어요, 라고 생각했다. 
 
951 (스레주) 
나는 교무실로 끌려 갔다. 다른 선생님은 없고 야구부 목소리만 들린다. 문을 닫으려고 하니 메리 양이 문을 통과해서 왔다. 
 
"어, 어떻게 된 거에요?"
 
나는 소리를 내면 안 되기 때문에 입을 뻐끔거려서 괜찮다고만 말했다. 거기서 앉으라고 말해서 순순히 앉았다. 
 
"후우, 여학생에게 신고가 들어왔더군. 교문 앞에 변태가 있다고 하던데. 가슴을 보고 있었지?"
 
"그, 그랬던 건가요?"
 
"아니야!"
 
메리 양까지 날 의심하는 건가. 아군도 없는 이 사면초가 신세란. 
 
"그럼 뭐냐."
 
어설프게 숨기는 것보다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나는 찾아오게 된 경위와 나카야마 준의 주소를 알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975 (스레주)
체육교사는 후우, 하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 너와 나카야마의 관계는?"
 
"전부터 계속 좋아했습니다!"
 
망설이지 않고 그렇게 대답했다. 뒤에서 메리 양이 뭔가 말했지만 무시하기로 했다. 체육 선생님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는 말이지. 나카야마의 담임이었다. 주소를 가르쳐주지. 선향이라도 올리렴."
 
그렇게 말하더니 책상에서 생활기록부를 꺼내어 자그만 메모지에 주소를 베껴 적었다. 메모를 보고 놀란 건 의외로 글자가 둥글어서 귀여웠다는 점과 그 주소가 내 집과 상당히 가깝다는 것이었다. 
 
체육 선생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아무도 없는 교문을 나온다. 그때 메리 양의 얼굴이 새빨간 것은 왠지 이상했지만 특별히 신경쓰지 않았다. 
 
원본 : http://minnanohimatubushi.2chblog.jp/archives/152912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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