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잉~ chuing~
 | 다크모드
 | 로그인유지
국수 - 백 석
크리스 | L:57/A:444 | LV171 | Exp.9%
313/3,430
| 0-0 | 2019-11-06 05:42:26 | 151 |
[숨덕모드설정] 게시판최상단항상설정가능

국수

- 백 석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멕이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보다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꿩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사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이다.

이것은 어느 양지귀 혹은 능달쪽 외따른 산 옆 은댕이 예데가리 밭에서

하로밤 뽀오얀 흰김 속에 접시귀 소기름불이 뿌우현 부엌에

산멍에 같은 분틀을 타고 오는 것이다.

이것은 아득한 녯날 한가하고 즐겁든 세월로부터

실 같은 봄비 속을 타는 듯한 녀름 속을 지나서 들쿠레한 구시월 갈바람 속을 지나서

대대로 나며 죽으며 죽으며 나며 하는 이 마을 사람들의 의젓한 마음을 지나서 텁텀한 꿈을 지나서

지붕에 마당에 우물 둔덩에 함박눈이 푹푹 쌓이는 여늬 하로밤

아베 앞에 그 어린 아들 앞에 아베 앞에는 왕사발에 아들 앞에는

새기사발에 그득히 사리워오는 것이다.

이것은 그 곰의 잔등에 업혀서 길러났다는 먼 녯적 큰 마니가

또 그 집등색이에 서서 자채기를 하면 산넘엣 마을까지 들렸다는

먼 옛적 큰아바지기 오는 것같이 오는 것이다.

 

,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끊는 아루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과 살틀하니 친한 것은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枯淡)하고 소박한 것은 무엇인가

개추
|
추천
0
반대 0
신고
    
[숨덕모드설정] 게시판최상단항상설정가능
30일 이상 지난 게시물, 로그인을 하시면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츄잉은 가입시 개인정보를 전혀 받지 않습니다.
즐찾추가 규칙 숨덕설정 글15/댓글2
[시 문학] 국수 - 백 석
크리스 | 2019-11-06 [ 151 / 0-0 ]
[시 문학] 밤바다에서 - 박재삼
크리스 | 2019-11-06 [ 179 / 0-0 ]
[시 문학] 소작인(小作人)의 딸 - 박영준
크리스 | 2019-11-06 [ 140 / 0-0 ]
[시 문학] 달나라의 장난 - 김수영
에리리 | 2019-11-05 [ 168 / 0-0 ]
[시 문학] 병풍 - 김수영
에리리 | 2019-11-05 [ 149 / 0-0 ]
[시 문학] 공자의 생활난 - 김수영
에리리 | 2019-11-05 [ 132 / 0-0 ]
[시 문학] 목계장터 - 신경림
크리스 | 2019-11-05 [ 130 / 0-0 ]
[시 문학] 고향길 - 신경림
크리스 | 2019-11-05 [ 148 / 0-0 ]
[시 문학] 겨울밤 - 신경림
크리스 | 2019-11-05 [ 236 / 0-0 ]
[시 문학] 패강 무정 - 조지훈
에리리 | 2019-11-04 [ 127 / 0-0 ]
[시 문학] 이별가 - 박목월
에리리 | 2019-11-04 [ 82 / 0-0 ]
[시 문학] 유전도 - (수석열전) - 박두진
에리리 | 2019-11-04 [ 114 / 0-0 ]
[시 문학] 묘비명(墓碑銘) - 김광규
크리스 | 2019-11-04 [ 199 / 0-0 ]
[시 문학] 젊은 손수운전자에게 - 김광규
크리스 | 2019-11-04 [ 174 / 0-0 ]
[시 문학] 우리가 물이 되어 - 강은교
크리스 | 2019-11-04 [ 82 / 0-0 ]
[시 문학] 봄 - 곽재구
크리스 | 2019-11-03 [ 284 / 0-0 ]
[시 문학] 네가 살던 집터에서 - 김용택
크리스 | 2019-11-03 [ 136 / 0-0 ]
[시 문학] 보리씨 - 김용택
크리스 | 2019-11-03 [ 225 / 0-0 ]
[시 문학] 기상도 - 김기림
에리리 | 2019-11-03 [ 112 / 0-0 ]
[시 문학] 남으로 창을 내겠소 - 김상용
에리리 | 2019-11-03 [ 89 / 0-0 ]
      
<<
<
301
302
303
304
305
>
>>
enFree
공지/이벤 | 다크모드 | 건의사항 | 이미지신고
작품건의 | 캐릭건의 | 기타디비 | 게시판신청
PC버전 | 클론신고 | 정지/패널티문의 | HELIX
Copyright CHUING Communication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huinghelp@gmail.com
개인정보취급방침 | 게시물삭제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