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원인불명의 대화재가 일어났다.
죄 없는자, 죄 있는자 할것 없이 고통에 몸부림 치며
겁화에 타들어갔다.
비명과, 울음이 더해진 절규가 울려퍼지는 지금 이곳에
불합리한 심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얼마나지났을까, 지옥 활화산 같은 불길의 분노를 잠재우기라도 하듯
이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비는, 죄를 징벌하는 홍염을 사그라들게 만들었다.
불합리한 심판의 지옥불 같은 열화, 그리고 그런 흔적을 감추기라도 하듯이 내리는 비였다.
그리고 그 현장에 있던 하율은 강한 열기에, 정신이 나가버릴 정도로 뜨거웠지만, 뒤늦게 내린비는 그간의 열기를 잠재우는듯했다.
하지만 불에 난 상처는 여전히 쓰라림을 남긴채, 씻을수없는 원죄를 남기기라도 한듯이 그의 내면 깊숙히 타들어갔다.
하율은 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자신이 이방인이라는 이유로 타인의 위기를 외면했다.
어쩌면 추악하기 까지한 자신의 망설임에 손끝하나 움직이지 못했지만
그 사람을 뿌리칠수있었던것은, 부여잡는 손이 마치 자신마저 죽음으로 인도하는것 같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