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닙니다."

 

혁이 정색했다.그는 고개를 양 옆으로 마구 흔들지는 않았지만 진심으로 수연의 말을 부정하고 있었다.

 

그렇게 술자리가 이어졌고 주로 혁이 수연에게 술을 따라주고 그녀가 술고래마냥 소주를 퍼마셨다.시간이 제법 흐르고 혁은 수연에게 자리를 파하자고 말했다.

 

"검사님.많이 취하셨고 시간도 늦었는데 그만 일어나시죠."

 

그러나 수연은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남자친구랑 헤어진게 그녀에게는 크나큰 충격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시러."

 

'의외로 애 같은 구석이 있군.'

"이미 혀도 꼬이셨고 많이 드셨습니다.집에 가셔야죠."

 

"실타고~!"

 

그녀는 어린애처럼 땡깡을 부렸다.혁은 골치 아픈 탓에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후우...그럼 전 먼저 갑니다."

 

"가라 가! 남자시끼들이 하나 가치 다 날 버리고 떠나넹!"

 

"...하아."

 

수연이 발음도 제대로 못하는 혀로 역정을 내자 혁이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하소연 하듯이 말을 실컷 쏟아내고는 기운이 다 빠졌는지 테이블 위에 엎어졌다.

 

"검사님."

 

혁이 수연을 흔들어 깨우려고 했으나 그녀는 이미 인사불성이었다.잠에 든 수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

 

혁이 말 없이 인상을 쓰더니 가게 밖으로 나왔다.그는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었다.

 

"후우..."

 

그는 입으로 연기를 몆 번 뿜어낸 뒤 다 핀 담배를 밟았다.그리고 다시 술집 안으로 들어가자 그의 눈에 여전히 잠들어 있는 수연이 보였다.

 

"검사님."

 

또 다시 수연을 불러보았지만 묵묵부답이었다.결국 혁은 수연을 부축해 일으켰다.그는 계산을 마치고 수연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일할 때는 완벽하던 여자가 이럴 때는 쓸데없이 인간적이네.'

 

그는 수연을 등에 엎고 발걸음을 옮겼다.

 

"채검사님.집이 어디에요?"

 

"..."

 

혁은 그녀를 집에 데려다 줘야 하는데 문제는 집 위치를 몰랐다.그는 수연의 핸드백에서 그녀의 휴대폰을 꺼냈다.

 

'휴대폰의 연락처를 뒤져서 검사님의 집 위치를 알만한 사람에게 연락을...'

 

그러나 휴대폰은 잠금 상태였다.

 

"..."

"검사님.휴대폰 비밀번호가 뭐에요? 검사님."

 

대답할리가 없는 수연이었다.혁은 어쩔 수 없이 근처 모텔로 향했다.그는 모텔로 향하던 도중 약국에 들려 숙취해소제를 한 병 샀다.모텔에 도착해 방의 키를 받은 그는 방으로 올라갔다.

 

혁은 방문을 열고 수연을 침대 위에 내려놓은 뒤 이불을 덮어주었다.그리고 침대 옆에 있는 서랍 위에 숙취해소제를 놓고 방 밖으로 나왔다.

 

※※※

 

다음 날.

 

"으음."

 

수연이 잠에서 깨어났다.그녀는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상체를 일으켰다.수연은 주변을 둘러본 뒤 무슨 상황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그녀는 서랍 위에 있던 숙취해소제를 마신 후 핸드백을 뒤적였다.핸드백 안에 있던 휴대폰 화면에는 문자가 왔음을 알리는 표시가 떠있었다.수연이 문자를 확인했다.

 

[전 검사님을 안 버렸습니다.]

 

혁에게서 온 문자였다.수연은 피식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