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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귀(劍鬼) - 시작의 장(프롤로그) -
손조심 | L:22/A:357 | LV17 | Exp.92%
322/350
| 0 | 2014-11-20 23:07:02 | 8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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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uclear launched, 3...2...1.. Go ! ”
거대한 악마의 무기가 지상위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붉은색의 저주스런 불꽃을 뿜으면서 그 거대한 무기는 곧잘 북한을 향해 날아갔다. 그 피해는 남한까지 다다를정도의 거대한것임을 알았지만, 미국은 단호한 방침을 선택했다.

“ Good Luck, South Korea ”
미국의 대통령은 그런말을 남길 뿐이였다. 핵탄두의 앞부분에 설치된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미국 본부로 영상을 송신했다. 그리고 그 카메라에 반도가 보일쯤에 미국 대통령은, 신에게 기도를 하듯 두손을 모았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듯이 정숙해졌다.

“ What the FXXK !!! ”

핵을 발사한 본부에서 욕이 흘러나왔다. 미국 대통령은 눈을뜨고 영상으로 눈을 돌렸다. 핵 탄두에 비치되어있을 카메라는 핵탄두가 미국을 향해 돌아오는 모습을 촬영하고 있었다.

“ !!!!!"

미국 대통령이 당황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누군가 카메라만을 분리해서 핵탄두를 돌려보냈다는 소리가 되는것..

그리고 그 영상은 차례로 한국땅을 비추고 그리고 어떤 사내의 얼굴을 비췄다.

“ 귀명 검귀(劍鬼).. 그런 조잡한 무기로는 우리의 땅을 침범할수 없을것이다. ”
그날. 미국이 쏜 핵이 북한을 향하고 있을때, 오히려 그게 반사되듯 돌아와 미국의 상공에서 거대한 방사능을 뿌린 그날,

세계의 정세는 새롭게 돌아갈 준비를 맞추고 있었다.

 

“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봄.. 여름.. 가을.. 겨울.. ”
“ 봄.. 여름.. 아.. 여름인가.. 그렇다면 벌써 같은 날에 세 번째라.. ”

챙그랑 -

“ 앗차차.. 넣는걸 잊어버렸네. ”

“ 오늘밤은.. 잡귀의 냄새가 나는군 ”

 

달렸다. 이미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도저히 도망칠수가 없고 다리에 힘이 풀려 당장 넘어질것만 같았다. 마라톤 선수들이 말하는 세컨드 윈드 라고 말하는 단어에 도저히 공감이 가지 않는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순간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는 그런 헛소리는 당장 집어치우라고, 내가 살아서 만날 수 있다면 그런 말을 한 사람의 뺨에 “ 거짓말쟁이 ” 라는 인장을 남겨주겠다고 결심하고 있었다.

내 나이 17살 평범한 고등학교 1학년생, 이제 막 중학교를 졸업하고 조금 철이 들었으려나 라는 느낌이다. 중학생들이 어려보이는 그런 시점을 가지게 되어버린 여고생.

그런것보다 중요한건, 지금 내 상황이였다.

우리 집은 시골이다. 산과 산이 겹쳐있는 곳에 작은 길이 나있고, 그 산의 중턱부근에 우리집이 있다. 우리 집 뒷산에는 밤에 절대로 들어가지 말라는 간판이 있는데, 물론 성실한 나는 한번도 들어가본적이 없다. 애초에 무섭기도하고.

평범하게 야자를 맞추고 막차를 겨우겨우 타서 마을 앞 정류장에 도착해 터벅터벅 시골길을 걷고있는데, 등에 오한이 느껴져서 뒤를 돌아봤다니. 양손에 칼을 들고있는 검은 넝마를 뒤집어쓴 남자가 나를 쫓아오고 있었다.
공포랄까, 그런건 느껴지지 않았다. 왠지 온화한 느낌까지 들었지만, 내 자신이 미쳤다고 섣불리 판단하고 우선 도망치기로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가면 집이 보이지만, 집이 산중턱인 만큼, 평지를 쭉 달려왔는데 언덕을 다시 달려오르기란 쉬운일이 아니였고, 아무도 없는 집에 도망쳐봤자, 쫓아오지 않는다는 확신도 없었다.

뒤를 돌아봤다. 빠른속도로 검은넝마를쓴 남자가 쫓아오는게 보였다. 반드시 살인범 또는 강간범 아니면 단순한 소매치기, 아니 단순한 소매치기가 소매치러 왔다가 강간을 하고 돌아가도 아무도 증명해줄수 없고 어떤 증거도 남지 않는 시골길이니, 지나가는 아저씨라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내 속도가 떨어지는게 차차 느껴진다, 그렇기에 저 남자가 더더욱 빠르게 달려오는 듯한 느낌이 드는것이겠지, 일단 집이다 집에 들어가서 문들 다 잠그고 경찰에 신고하자, 아무리 시골이라해도 근처에 있는 대학교 정문앞에 경찰소가 있으니 십분정도만 버티면 경찰이와서 날 도와줄거다. 안돼면 119라도 부르자, 119로도 모자라면 127에 전화라도 하자 내가 마약을 먹은것 같다고, 내가 모르는 사이에 먹은것 같다고, 미친남자가 쫓아오는것 같다고 신고를 하면된다.

쿵 -

“ 꺄악 - ”
뒤를 보고 뛰다가 앞에있는 사람과 부딪혔다. 돌덩어리 같은 남자였다. 엉덩이를 매만지고 고개를 들어올렸다. 한번 넘어지니 다시 무릎을 필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덩치가 거대한 사람이였다. 남자였다. 이 사람도 믿을수 있을까 ? 덮수룩한 수염과 깔끔하지 못한 용모가 수상해보였지만, 속세의 욕망을 모두 버리고 산에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믿을만 할수도있다고, 아니 적어도 뒤에 쫓아오는 저 남자 보다는 믿을수 있을꺼라고 생각했다.

“ 제발 저좀 살려주세요 누가 계속 쫓아와요 ”

남자는 날 보더니 불안하게 씨익 웃었다. 그 남자는 내 뒷목을 잡고 들어올려서 어깨에 들쳐맸다.

“ 아아아 잠깐만요 ! ”
“ 곧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 주지 몸도 따듯하게 데워줄게 ”

걸쭉한 목소리로 남자는 대답했다. 나는 그 대답에 안심을하고 몸에 힘을 풀고 남자가 날 옮겨줄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도착한곳은 근처의 폐가였다. 나를 들쳐업고온 남자는 폐가의 방한쪽에 나를 내던졌다. 골반이 땅과 부딪혀서 꽤나 아팠지만 그래도 여기라면 안전할거란 생각에 안심을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 고맙습.. 꺄악 !? ”

“ 고맙긴 무슨.. ”
그 남자는 다짜고짜 던진 내게 다가와서 상의를 찣어발겼다. 블라우스 한 장 입고있어서 맨살이 적나라하게 들어났다.

“ 이제 천국을 보여줄 텐데 흐흐흐.. ”

남자는 기분나쁘게 웃었다.
“ 저기 왜 이러시는 거에요.. ? ”
“ 하아 .. 이 마을에 얽매인채 몇 년만에 이런 젊은 여자를 먹을수있다니 흐흐흐흐. ”

남자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얼굴을 들이댔다. 내 목을 혀로 햝았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겨우 그 칼을 든 남자에게 도망쳤다고 생각했는데, 엎친데 덮친격 이 남자마저 나를 노리고있었다.

아니 그것은 우연일까, 내가 앞을 보고 달리지 못한탓에 부딪혀서 홧김에 이러는걸까..

나는 영문을 모른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 남자의 손은 내 온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공포란게 느껴졌다. 온몸을 더듬는 거친 손마디마디가 치욕스러웠다.

“ 이러지마세요! ”

나는 남은 힘을 다해서 한번 남자를 밀어냈다. 그 남자는 어둠속에서 씨익 웃더니

“ 저항해야 조금 더 재미가 있지 ! ”

그렇게 말을 하고 내 배를 걷어찼다. 바로 뒤에 벽이있어서 통증이 배로 느껴졌다. 그리고 내 목을 잡아 올리고 바닥에 다시 내던졌다.

등뼈가 부러지는 느낌이였다. 나는 그래도 힘을내서 기었다. 이 남자에게서 도망가고 싶었다. 여자에게 목숨만큼 중요한 순결을 지키고 싶었다. 찣기고 싶지 않았다 안전하게 돌아가고 싶었다.

“ 아아아악 ! ”
온몸에 경련이 일어났다. 남자가 기어가는 내 등을 짖밟았따. 힘이 빠진 무릎은 이제 더 이상 움직이지도 못하고 상대에게 엉덩이를 내밀고 있는 꼴이 되어버렸다.
온몸의 관절이 비명을 지르는듯이 아팠다. 욱신거리는 허리는 부러져버린듯이 아팠다.

“ 제법 보기 좋은 꼴이 되었잖아 ? ”

모든 힘을 잃고 저항할 의지조차 잃어버린 나는 그저 엎드려서 눈물을 흘릴수밖에 없었다. 그 남자의 두터운 손길이 치마를 내리는것을 느꼈다. 엉덩이를 매만지는것을 느꼈다. 이제 모두 글렀다고 생각했다.

살수있다면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온몸이 능욕당해 치욕스러움에 묻혀서 내 남은 인생을 살지라도 살수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다시금 혓바닥이 내 몸을 햝았다. 이제 모든걸 포기하고 기절해버렸으면 좋겠다. 이 상황을 어떻게든 아무런 느낌없이 끝내고 싶었다. 그 후가 어떤 결과가 있더라고 이 치욕스러움을 잊어버리고 싶었다. 느끼고 싶지 않았따 눈물이 흘러나오는걸 부여잡았다. 살려달라고 빌었다.

"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 "
" 흐흐흐흐 그래 애원해라 그래야 조금더 흥분이되지 "
남자는 내 두 다리를 그 거친손으로 부여잡았다. 먹기 좋은 꼴이 되어버린 나를 잘먹겠다고 말을 하고싶었나보지, 그렇게 밥상을 손에 쥔듯한 표정일 것이다.

아..

그렇게 마음속으로 탄식하고 온몸에 힘을 빼고 무엇인가 내 몸에 들어오려는 그 직전의 순간에.

“ 오늘밤은.. 잡귀의 냄새가 진하군.. 숨을 못쉬겠어. ”

“ 뭐하는 녀석이냐 ! ”

나를 범하려던 남자가 나를 내동댕이 치고 일어섰다. 그 남자의 손엔 날카로운 칼이 들려있었다. 반항이라도 했다가는 그 자리에서 죽을수 있었다는 사실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 진한 잡귀의 냄새가 밖까지 요동치길래 들어와 봤더니.. 평범한 산적녀석이군.. 그리고 그칼은.. ”
나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올려 이 장소에 난입한 남자를 봤다. 검은넝마를 뒤집어쓰고 두손에 칼을든 남자였다.

아..

나는 극도로 치솟아오르는 공포 때문에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어머니도.. 그렇게 돌아가셨다.. 아버지도 똑같이 돌아가셨다. 남동생도 아버지와 같이 죽었다.

재작년 여름에 있었던 일이다. 훈련을 끝내고 집에 돌아왔는데, 집은 피바다였다 아버지와 동생의 목과 몸이 분리되어있었다. 원통한 표정을 짓고 비명을 지르는 듯한 얼굴로 목은 떨어져 나가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무릎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엄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현관문을 들어올때 선명하게 남아있던 핏자국이 있었다. 그 핏자국을 따라가면 엄마를 볼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그 핏자국을 따라갔다.

결과는 처참했다.

시신이 누구것인지 알아볼수 없을정도로 찣겨있었다. 알몸으로 차가운 대지를 뒹굴고 있었다.

으.. 으으으으..

마지막 희망을 부여잡은 내 마음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폭포수 같이 흐르기 시작한다. 가슴이 아팠다. 아아아.. 하는 신음조차도 원활하게 나오지 않았다. 제발 제발 꿈이였으면, 꿈이였으면 하고 기원했다. 그리고 눈을 질끔 감았다. 신에게 빌었다 평소엔 교회도 가지 않은 내가 하나님에게 빌었다. 절실했다 제발 꿈이라고, 모두 사라지고 다음 날 아침 일어나고 싶다고.. 제발..제발.. 다시 눈을떳다, 그 광경은 변하지가 않았따.  찣어지듯이 아팠다. 친족을 잃어버리는 기분은 드라마에서나 볼수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얼굴이 일그러지는게 느껴졌다. 그 일그러지는 얼굴을 조금이라도 부여잡아 보려고 두손으로 감쌋는데 그것조차도 소용이 없었다.

지금 내 마음대로 움직일수 있는건

목소리 뿐이였다.

“ 으아아아아아아악 !!!!!!!!!!!!!! ”

 

“ 하아.. 하아.. ”
땀이 비오듯이 흘렀다. 덮고있던 이불은 내가 집에서 사용하는 것이였다. 다행이다.. 꿈이구나, 집이라는 사실에 안심을 했다. 꿈인건 알았지만 그래도 이 집에 사는것은 나혼자라는 사실은 제대로 직감했다.

그건 되돌릴수 없는 현실이기에.

이불을 걷어내고 핸드폰을 쥐려고 손을 움직였는데 핸드폰이 잡히지가 않았다. 할수없이 거실까지 나가서 시간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난 몸을 일으켜서 방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가는데 제일먼저 보이는것은 검은 넝마를 뒤짚어쓴 남자.

그리고 그 다음 시선이 돌아간 곳은 내 몸이였다. 속옷까지 전부 찣어져 거의 나체 상태였다. 나는 온몸을 두팔로 감싸고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검은넝마를쓴 남자가 그제서야 나를 돌아봤다.

“ 괜찮아 ? ”

어린아이같은 목소리였다. 중학생정도로 되보이는, 아직 변성기가 오지않은 남자의 목소리.

“ 여기서 너의 기운이 나길래 이곳으로 옮겼어. 어젯밤은 호된꼴을 당한것 같던데, 안심해 외상빼곤 그다지 당한것도 없으니까, 그래.. 뭐라 해야하지..

아.. 너의 처녀도 멀쩡하니까. “

“ 뭐.. 뭐...뭐무머무머무뭣..!!! ”

얼굴이 화끈거리는게 느껴졌다. 그남자는 나를 보고 안절부절 못한듯이 그리고 마치 옆에 누군가 있다는듯이 여러 가지 제스쳐를 취하면서 혼잣말을 하기시작했다.

“ 아.. 미안 내가 말을 잘못했네.. 어쨌든 아무일도 없었으니까 안심하고 ! ”

나는 안심했다. 지난밤 나를 쫓아오던 남자에게 공포감이 느껴지지 않았던건 이런 이유에서 였구나.. 라는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몇분이 지났을까, 그 동안 그 남자는 내 옆에 조용히 서있었다.

 

“ 감사합니다 .. 저를 도와주셨네요. ”
“ 아니 뭐.. 그건 그렇고.. 당신은 술자가 아닌거야 ? ”

“ 네.. 저희집은 대대로 술자의 재능이 없어서요. ”

“ 하긴.. 술자였다면 그런 조잡한 잡귀는 쉽게 날려버렸을 테니.. ”

술자, 또는 술사라고 불린다. 세계의 구도가 귀신들의 힘에 의해서 돌아가게 되버린 10년전의 그 사건, 그 사건이후로 귀신을 부리는 사람들을 술자 또는 술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검귀의 등장을 처음으로, 유럽의 마녀 잉카문명의 마하드 등 강력한 귀신들이 나타나서 세계의 패권은 그 세 나라를 중심으로 돌기시작했다.

선진국이라고 불리던 나머지 나라들이 그 귀신을 따라잡기 시작한것은 바로 그 직후였으나, 그 숫자와 개개인의 능력은 인정하지만, 강력한 귀신이 없었다.

예를 들자면, 대한민국 10년전 그날을 기점으로 통일이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귀신 검귀는 일반 술사들이 부리는 귀신의 백, 천, 그 이상의 능력을 가진 귀신이다. 그런 귀신이 없는 타국은 열세를 띌수밖에 없는 상황.

각 나라의 모든 인재들은 술자를 지향하고 있는 판국에, 우리집은 대대로 술자의 재능이 없었다는것 때문에 시골로 몰리게 되었다. 그 후에 우리는 끔찍한 일을 당했다.

“ 내이름은, 검.. 아니.. 음.. 손호영 이라고해. ”
“ 보시다시피, 나도 귀신이야 ”

“ 감사합니다.. 도와주셔서.. ”

“ 뭘 당연한 일인걸.. 게다가 잡귀냄새는 지독하거든.. "

손호영이라고 자신을 말한 사내는 코를 부여잡고 냄새를 날려보내는 듯한 제스쳐를 취했다. 그 남자는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 그나저나, 어젯밤은 똑같은 날에 잡귀의 냄새가 삼년째 나길래 나와봤는데, 작년이랑 재작년에 대해선 알아 ? "

" 으으.. "
나는 말을 꺼내려다가 말문이 막혀서 신음만을 흘렸다. 재작년이라고 하면 우리 가족이 몰살당한 날, 그리고 작년이라고 하면 가족들의 제사를 지내고 친척들이 돌아가서 잠을 이루려고 하는 날에 집안의 모든문을 두드리는 소리 때문에 공포에 질려 잠을 자지 못했던 날이다,

나는 숨을 한번 쉬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손호영에게 그 일을 설명했다.

" 같은 잡귀의 짓이구나, 너 첫 번째 그 일을 당한후에 술자를 불렀었어? "

" 네.. 아무래도 귀신의 짓이라고.. 그렇게 친척들이 말씀하셔서 불렀었습니다. "

" 흐음.. 그렇게 된거였군, 이거 봐볼래 ? "

그 남자가 품에서 꺼내듯것은 난폭한 칼이였다. 잘 다듬어지지도 않아 칼날이 나가있었고, 오랜세월 베기만을 위해 사용된듯했지만, 그 시푸런 칼날빛은 아직도 피를 머금고 싶어하는듯이 생생했다.

" 히익.. "
나는 겁에 질려서 뒤로 물러났다. 그 칼은 분명히 어젯밤 나를 범하려던 그 산적같은 남자가 손에 쥐고있었던 칼이다.

" 결계도, 타계(打界) 오랜 시절 술자들이 술자들과 싸우기 위해서 만들어진 대(代) 술자용 도중에서도 정점에 이르는 도지, 이건 내가 만든거야. "
" 네 ? "

" 하하, 놀라지마 겁내지도 말고, 나도 이래뵈도 2천년이상 살아온 귀신이니까, 나는 고조선 무렵에 살던 검의 장인이야. 어떤 연유로 그런 산적에게 이 도가 넘어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네가 부른 술자도 상당히 강력한 술자였나보지, 아마 작년의 그날밤은 그 술자가 설치한 결계를 부스려다가 실패한듯하고.. "
" 그리고 아직도 그 결계는 건재한듯해, 물론 내가 들어오면서 부숴버렸지만 "

천연덕스럽게 웃으면서 그런말을 하는 호영에게 나는 처음엔 남일인듯 방관하는 모습으로 대했지만, 그 후에 어처구니 없는 감정이 몰려오면서 소리를 질렀다.

" 그.. 그ㄱ건! 이 집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거잖아요 !? "
" 하하, 그건미안하게 됐어 하지만 걱정마. 내가 있으니까. "

호영은 웃으면서 그 칼을 품안에 다시 넣었다. 아니 품안에 녹아드는 느낌이였다.

" 자 이거. "

그리고 다시 품안에서 녹아든칼이 몸의 일부가 분리되듯이 나왔다. 방금넣었던 칼과 같은 칼이였지만 날이 살아있었다. 새 검의 모습을 띄고있었다. 시푸런 살인마의 미소같던 칼날이 조금은 온화하게 변해있었다.

" 결계도는 결계를 부스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결계를 만들기도 하지. 지맥에 이걸 박아넣으면 이 결계도의 능력을 뛰어넘는 결계도를 가져오지 못하면 부수지 못해, 단언컨대 아직 이 결계도를 뛰어넘을 도는 없겠지만. 아마 내가 일년에 단 하루만 잡귀의 냄새를 느꼈던건 그 남자가 지맥에서 이 도를 뽑아들고 사냥을 나섰기 때문이겠지. "

" 자, 이걸로 안심. 어때? "

" 가.. 감사합니다. "

나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말문이 막힐뿐이였다. 새로 갈아입은 잠옷자락을 왠지 민망해져서 매만지고 있을뿐이였다.

" 그런데, 어젯밤엔 왜 도망간거야 ? 분명 처음엔 정상적으로 말을 걸었는데.. "

" 아.. 그게.. "

공포.

두려움..

" 아직.. 귀신이 두렵습니다. "

그날, 우리 가족이 몰살당한 그날. 그 일이 귀신의 짓이라는걸 알고서부터 귀신이 무서워졌다. 귀신은 상용화되어서 이제 상품같이 팔리는 이 시대에 귀신이 무섭다니 언어도단 이지만, 나같이 술자의 재능이 없는 사람에게 한낱 상품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결코 간과하고 넘어갈만큼은 아니다.

" 그날밤.. 저희 가족을 무참하게 살해하고 행복한 나날을 앗아간 귀신이.. 무섭습니다.. "
처음엔 이 남자가 우리집에 앉아있는것만으로도 두려웠다. 하지만 지난밤 나를 도와줬다는 사실 하나로 안심하고 앉아있을수 있었다. 그런데 이 남자도 귀신이란걸 인지하는 순간 다시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위가 쑤셔왔다. 진땀이 흘러나왔다. 불안정하게 되어버린 감정을 부여잡을수 없게되었다.

귀신,

나는 귀신이라는 단어 하나로도 사실 발작을 일으킬정도로 귀신을 두려워한다. 우리 학교에도 술자의 재능이 있는 애들이 있어서 장난삼아 귀신을 다루는 녀석들이 있긴하지만 그 자체를 두려워했다.

언제부턴가 내 앞에선 귀신을 다루면 안된다는 암묵적인 룰이 만들어진건 눈치채고 있었다.

하지만 지나가다 우연히 귀신을 보는것만으로도 두려움에 떨었다.

" 흐음.. 중증이구나.. "
호영은 웃으면서 말했다.

" 나는 사실 인간이 두려운데.. "
" 네 ? "

" 하하, 그게 말이지.. 나는 전승형 귀신이야, 아무리 귀신이라고 할지라도 2천년은 살지 못해, 나는 살아있는 인간의 몸에 전승해가면서 지식과 인격을 쌓고있지, 이번에 전승된 이 남자도 지금은 내가 장악하고 있지만, 아주 끔찍한 일을 당했어. "
" 말해줄까? "

호영은 비밀이라도 말하는듯한 모습으로 미묘한 웃음을 띄우면서 내 귓가에 속삭여줬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물론 내 이름은 손호영이야, 아 귀명 말하는거야. 이 몸의 주인의 이름은 다를지도 모르지. 나같은 전승형 귀신은.. 그래 예를 들어서 검귀보단 약해, 하지만 전승형 귀신은 그 지식만으로도 방대한 전투력을 자랑하지. "

검귀, 우리나라의 대표, 최강의 귀신이라고 불리는, 몇천년간 나라를 지키며 희생해온 수많은 장수와 병사의 의지가 모여서 형성된 귀신.

" 그래서.. 인간들은 내 전대의 몸이 죽고나서, 후대의 몸을 찾았다는걸 눈치채고 그걸 탐색했고, 결국 이 몸의 주인이란걸 알아낸거야. "

" 그 후엔 어떻게 됬을까? "
호영은 문제라도 내듯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 답은, 모두 죽었다. 입니다. "
처음에는 그 말이 실감이 나지 않아서 멍하게 호영을 바라볼 뿐이였다. 호영은 그런 기색을 내게서 눈치챘는지 답을 알려줬다.

" 나를 나라 기관에 구속시키기 위해서 요원들이 감언이설로 꼬드겼지, 그때 당시 13살에 불과하던 아이는 당연히 넘어갔고, 부모님들도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어. 그런데 말이야, 정신적으로 덜 성숙된 아이가 갑자기 부모라도 만나고 싶다고 한다면 어떻할까? 인간들은 생각했지. 그래서 내린 방침이.

그 아이의 가족을 모두 죽이고, 귀신으로 만들어진 허상을 만들자. 였습니다. "
" 우욱.. "

헛 구역질이 나왔다. 끔찍한 일이란것을 드디어 실감하게 되었다. 하지만 위장이 텅비어서 위액만 입안에 고였다. 입에서 위액이 새어나오지 않게 부여잡고, 무릎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한차례 발이 꼬였지만, 다시 일어나서 나는 화장실 변기에 토해냈다.

" 어떻게.. 그런.. 짓을.. "

" 그들에겐 파리같은 생명이였나보지, "
손호영은 씁쓸하게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 하지만 그때 나온 요원중에 이제 갓 합류한 신입이 있어서 말이야, 동정심에 아이를 허술하게 데려가다가, 아이가 우연히 뒤를 돌아봐 버린거지. 자신의 가족이 무참히 살해당하는 꼴을. 그리고 그의 누나가 강간당하는 모습을 "

그리고,

하면서 손호영은 정말로 증오하는듯한 표정으로 그 말을 이었다.

" 모두 죽였습니다. 자신을 자상하게 대해주던 그 신입 요원과, 간부 한명을 제외하고. "

이를 갈았다. 그 소년의 원한이 귀신의 얼굴에 적나라하게 들어났다.

" 그대로 폐인의 되어버린 의식을 전대 주인인 나의 의지가 이어받아서 지금의 내가 된거야. "

라고, 손호영은 다시 표정을 풀고 웃었다.

" 당신은.. 인간에게 복수하고 싶지 않습니까? "

나는, 그렇게 손호영에게 말했다. 현대의 의지가 지금 살아있지 않더라 하더라고, 호영의 말에 따르면 그 의식은 전대에게도 남아있는것이다.

그렇다면..

" 지금까지는.. 그럴수 없었지. "

라고 호영은 미소를 지었다.

" 3년장, 부모가 죽은뒤로 3년간 무덤의 옆에서 사는 이 나라의 전통. 그걸 이 소년은 지킨거지, 부모가 둘이나 죽었으니 6년. 6년동안 묘 옆에서 지냈어. "

" 이제.. 나설 생각이거든. "

" 그렇다면..!! "

나는 호영의 손을 붇잡았다. 그 기세에 넝마의 두건이 확실하게 벗겨졌다. 지금껏 안보이던 얼굴이 드러났다.

단정한 이목구비에 확실히 어려보이는 얼굴이였다. 그 소년이 13살에 당하고 6년후의 모습 19살의 모습인듯했다. 젖살이 덜빠져서 아직 통통한 감이 남아있는, 덜성숙한 얼굴이였다.

눈은 동그랗고 입술을 연했다. 콧날도 그리 높지 않아서 온순해보이는 얼굴이였다. 도저히 증오를 품고있는 남자의 얼굴로는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피부는 한국인이라기엔 지나치게 색감이 없었다.

무채색의 피부빛깔.

" 아하아하. 무슨말을 하려는지 알겠어. "

" 나야뭐 말릴 생각은 없고, 술자노릇이 꼭 필요할 정도의 약한 잡귀가 아니니까. "
" 앞으로 잘부탁해 ! "
라면서, 호영은 웃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손을 잡고 일어났다.

" 어짜피 저에게 이미 학교란 의미가 없어요. 성적이 그닥 좋지도 않고, 추억도 별로 없고. "

" 분명 술자들 중엔 용병이란게 있죠 ? "
" 그래 그렇지.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게 신분을 감추는게 수월할거고. "

" 잘부탁드립니다! "

나는 허리를 숙여서 인사했다. 귀신이 두렵다 아직도 이 남자의 앞에 서있는게 두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매일같이 피하기만 해선 안된다는것을 안다. 물론 귀신에게 복수하겠다는 생각은 아니다, 그 점만은 이 남자와 다를것이다. 내게 공포를 준 귀신은 단 한명, 다른 귀신은 아무런 죄도 없을것이고.

그래, 그게 내 지표가 되겠지.

무익한 귀신, 인간에게 해를 입히는 잡귀들을,

모두 싸잡아 찣어버리겠노라고 -

조금은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 그런데 내가 두렵지 않아? 나도 귀신이잖아. "

" 하하 - "
하면서 나는 웃음을 흘렸다. 전날밤 나를 쫓아와서 도망쳤다는 의무감보다 강한 온화함이 이런것이였구나.

" 왠지 모르게 당신은 무섭지가 않거든요 "
" 그건.. 다행이네 "

손호영은 근사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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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마루쨩 2014-11-21 11:10:16
헤에... 잘 봤습니다. 이번 네이버 웹소설 공모전 노리는 느낌이 드네요ㅋㅋ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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