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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스름달이 뜨는 밤 -두번째 밤- 계약 관계
아낙네 | L:23/A:126 | LV2 | Exp.24%
12/50
| 0-0 | 2014-11-15 22:16:44 | 5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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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쯤이야?"

 
"조금만 더 가면 돼."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잘못되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여름이는 혼자 살아?"
 
싱긋 웃으면서 말을 걸어오는 여자. 아니, 귀신. 비록 방금 전까지는 치고박으며 싸웠.....아니 일방적으로 사냥 당했지만, 지금은 둘이서 나란히 걸으며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누구의 집으로 가냐고? 그런 것은 상관없다. 100일 동안 같이 산다는 계약을 맺은 이상, 내가 가는 곳이 그녀의 집이고, 그녀가 가는 곳이 나의 집인 것이다.
 
"아니, 기본적으로는 엄마, 아빠, 동생 하고 같이 살고 있어."
 
"기본적으로?"
 
"응. 부모님 두 분은 일 때문에 안 들어오시는 경우가 많거든. 그래서 거의 집에서 지내는 사람은 나와 동생, 이렇게 둘 밖에 없어."
 
"헤에....동생이라면 남동생?"
 
"여동생."
 
"이름은??"
 
"......한겨울인데."
 
"우와아-! 계절별이네?"
 
"반쪽이지만."
 
하, 하고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확실히 내 이름인 한여름과 여동생 한겨울의 이름은 사계절에서 따온 것이다. '한' 이라는 성을 이용하여 그 계절의 중간, 즉 계절의 특성이 가장 잘 나타날 때를 사용함으로써 어느 곳에 있든 빛이 나라. 라는 뜻이다. 비록 봄과 가을은 없지만 뭐, 겨울만으로도 버거우니 내 쪽에서 사양이다.
 
"부모님 성함이 봄하고 가을 아니야?"
 
"그럴리가. 그 사람들은 지극히 평범한 이름이야."
 
여우란은 내 대답을 듣더니 아쉬운 듯한 목소리로 치, 재미없어. 라며 말했다. 그 부분에서는 반론을 제기하려고 했지만, 그냥 관두는 게 좋을 것 같다. 일일이 그런 것에 태클을 걸었다간 걷는 30초마다 태클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우란이라는 여자(아니 귀신)는 태클을 싫어한다.
 
그렇게 서로간의 의미없는 잡담을 계속하다보니 어느새 집 현관에 도착해 있었다. 옆에 서 있는 여우란은 무척 기대된다는 눈빛으로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지만, 막상 현관 앞에 서니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길에서 주웠다고 하는 게 좋을까......얼추 비슷하긴 하지만 그런 소리를 믿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친구 집에 며칠 묶는다는 설정으로......더욱 믿을 리 없다. 친구의 ㅊ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가족 모두가 알고있다. 심지어 남자도 아닌 여자. 게다가 무척이나 미소녀인 여자를 데려와 친구라는 소릴 했다간 납치범으로 몰릴 지도 모른다. 몰리는 거냐. 몰리는 거냐고.
 
"그럼 어디....."
 
하지만 여우란은 그런 내 걱정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내 손을 잡고서는 현관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누구세요? 라는 여동생의 목소리가 문 건너편에서 들려왔다. 여동생이 여기까지 와서 문을 열기까지 대략 30초. 그 30초안에 이 상황을 납득시킬만한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아마 사회적으로도, 가정적으로도, 매장당할 수 있다.
 
"네, 누구세요?"
 
철컥,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면서 아담한 체구의 소녀인 한겨울의 모습이 드러났다. 나하고는 4살 차이가 나는 초등학생. 하지만 나이에 안 맞게 허리에는 앞치마를 차고 있으며 왼손에는 국자를 쥐고 있었다. 부모님이 늦게 들어오시는 것이 일상다반사라 요리는 거의 전적으로 한겨울이 맡고 있다. 도와주겠다고 하는데도 거절하는 것을 보면 나름 요리를 재밌어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만큼 나이에 맞지 않게 성숙하며, 성격도 붙임성이 좋아 사람들마다 누굴 닮았는진 모르겠지만 오빠랑은 전혀 닮지 않았다고 불린다. 물론 나에게 있어서도 자랑스러운 여동생이며, 사랑스럽고 귀여운 하나뿐인 여동생이지만........오늘만큼은 한겨울이 집에 부재하기를 바랬다.
 
".......오빠?"
 
"아.....아아, 다녀왔어."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여자하고는 관련이 요만큼도 없었던 오빠가 갑자기 미소녀를 데리고 온다면 당연히 당황할 수밖에 없다. 동공이며, 입이며, 놀라서 커질대로 커진 한겨울의 모습을 보고 나는 다시 한번 고뇌에 빠졌다. 이토록 당황해 하는 여동생에게 어떻게, 무엇을, 어찌하여, 설명할 것인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답이 나오기는커녕 머리만 아팠다.
 
하지만 그런 고민도 잠시, 굳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듯한 목소리로 한겨울은 나를 불렀다.
 
"잠깐 나 좀 봐."
 
그리고 한겨울은 내 손을 갑자기 잡고선, 나를 집 안으로 끌고 왔다. 그리고 현관문을 다시 닫은 후, 왼손에 쥐고있던 국자로 나를 때리면서 말했다.
 
"미쳤어 정말! 아무리 친구가 없다고 해도 사람을 납치해오면 어떡해! 그것도 저런 이상한 코스프레까지 시켜놓고!"
 
코스프레? 무슨.....아, 한복 말하는 거냐. 하긴, 평상시에 입는 사람은 없으려나. 아니, 그것보다 국자 진짜 아프네! 
 
맞으면서 몇 번 비명을 지르자, 한겨울은 이내 국자 총난타를 멈췄다. 하지만 나에게 향한 잔소리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빠가 이 정도로 구제불능인지 몰랐어. 도대체 어디서 멘탈○웃 같은 기술을 배워가지고 온 거야?"
 
"내가 어느 중학에 다니는 레벨 5의 초능력자냐. 그런 기술 쓸 리가 없잖아."
 
"그럼 대체 뭐야 저 사람은?"
 
".......치, 친구."
 
나로서도 도저히 믿기지 않는 단어가 입에서 튀어나왔지만 마땅히 다르게 변명할 거리가 없었다. 연인 사이라고 할까.....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친구도 못 사귀는 녀석이 애시당초 여자친구를 사귄다는 애기는 어불성설이다.
 
"하아......오빠가 평소에 말했었지, 나는 나쁜 여자한테 절대 안 걸린다고."
 
"응, 그랬지."
 
"걸렸어 오빠! 분명히 속고있다고!"
 
"여름아, 멀었니~?"
 
한겨울과 대화를 하고 있던 도중(대화라기보다는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쏘아 붙인 거지만) 여우란의 목소리가 갑자기 현관문 바깥쪽에서 들려왔다. 목소리의 친근감이 묻어나는 그 말투에, 한겨울은 더욱 더 분개하며 말했다.
 
"봐봐! 뭔지 모르게 친근하게 부르고 있질 않나! 동생이 있는데 친근감을 어필하는 사람은 분명 뻔뻔한 사람이라고 난 생각해!"
 
붙임성이 좋은 한겨울이 이런 평가라니. 그 묘한 평가에 조금은 놀랐지만, 한편으론 자신을 챙겨주는 것에 조금 가슴이 뭉클해졌다.
 
"음, 뭐랄까.....나쁜 사람은 아니야."
 
"말에 성의가 없어!"
 
납득을 하지 않는 한겨울을 일단 제쳐두고 문을 열어 여우란을 들여보내기로 하였다. 귀신이라도 한겨울 밤에 서있는다는 것은 꽤 추울 것이다. 옆에서 한겨울이 계속해서 쫑알쫑알 불만을 터뜨렸지만, 나는 문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었다.
 
"미안, 기다렸지."
 
문을 열자 그 앞에는 여우란이 미소를 지으며 서있었다. 코스프레라고 오해 살만한 기괴한 복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아름다운 자태에는 잠깐 이성을 잃을 뻔 했다. 하지만 그것은 외관일 뿐이다. 그녀의 본성을 다시 머릿속에 상기시키고, 곧 정신을 차려 한겨울과 여우란에게 서로를 소개시켜줬다.
 
"자, 한겨울."
 
좋은 인상이 심어지기를 바랬다. 100일 동안 같이 살 것인데 서로 으르렁 거릴 필요는 없지 않나. 하지만 그런 내 바램과는 반대로, 한겨울은 여우란의 앞으로 쿵쾅쿵쾅 소리를 내며 다가오더니 여우란을 향해 이를 드러내며 위협을 하기 시작했다. 나와 키가 비슷한 여우란이니 한겨울과 비교한다면 머리 하나는 차이가 난다. 하지만 한겨울은 그런 것에 굴하지 않는 듯 여우란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비록 신창 차는 났지만 한 발자국도 뒤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그 의지는 여봐란 듯이 느껴졌다.
 
하지만 상대는 그 여우란이다. (자칭)구미호 귀신이라는 여자. 그녀는 한겨울을 내려 보고는 점점 미소를 짙게 지으며.....
 
"귀여워라!"
 
임전태세인 한겨울을 무시하듯이 끌어안고는 머리를 다소 억세게 쓰담기 시작했다. 한겨울은 거칠게 항의를 하는 목소리를 울리지만 그런 건 상관없다는 듯한 행동이었다.
 
여동생이 구미호한테 잡아먹히고 있다.......라는 표현이 올바르려나. 단순한 애정표현일지도 모르는 그 행동에 이런 비유는 좀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내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보였다. 아니, 제 3자의 입장에서 봐도 그렇게 보이지 않을까.
 
그렇게 고민하고 있던 사이 어느 샌가 한겨울이 얌전해지기 시작했다. 여우란의 손길을 그저 받고 있는 것이다. 뭔가 기분 좋아 보이는 간드러지는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나는 겨우 개입을 결심하고 한겨울을 여우란에게서 떼어냈다.
 
"이 녀석은 내 여동생이거든. 그쯤 해줘."
 
"여름이 치사해~, 이렇게 귀여운 동생이라고 왜 말하지 않은 거야?"
 
"여동생이 있다고 말 했었잖아."
 
"그렇긴 하지만......여름이의 동생이라고 하니까 무뚝뚝하고, 재미없고, 장난도 안 받아주는 애라고 생각 했었는걸!"
 
나는 귀여운 여동생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말했다.
 
"기대랑 달라서 다행이겠네 그럼."
 
"봐, 이렇게 돌려서 자기 욕하고 있는데도 못 알아듣고! 여름이 진짜 재미없어!"
 
날 욕했던 거였냐.
 
"저, 저기......"
 
여우란과 나 사이에 있던 한겨울이 말을 꺼냈다. 이번엔 또 무슨 반대가 나올까, 라고 생각하자 조금 긴장 되었다.
 
"언니.....라고 불러도 돼요?"
 
"뭐?"
 
나는 당황했다. 아니, 여우란도 당황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여우란의 얼굴을 보니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이 녀석, 매혹이라도 당해버린거냐.
 
방금 전까지는 씩씩 거리던 한겨울의 어조가 무척이나 친근해졌다. 이유는 모른다. 진짜로 매혹을 썼을 수도 있고 단순히 우리 둘의 대화를 보고 마음이 바뀐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더 이상 적의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우란도 역시 미움보단 이쪽을 더 선호하는지 흔쾌히 웃으며 응, 이라고 대답하였다. 순식간에 바뀌어버린 상황에 적잖이 놀란 나였지만, 둘이 친해진다면 나로서도 오케이다. 여우란과 한겨울이 친구가 된다면 나는 다시 고독의 길을 걸을 수 있다. 그냥 한겨울의 친구가 놀러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계약이란 것이 100일 동안 같이 사는 것이지 100일 동안 한시도 빠지지 않고 붙어 있으란 애기는 아니다. 같이 살되, 남남처럼 살아도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같은 집에 살기만 하면 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하던가. 사라진 것만 같았던 희망이 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나는 마음속으로 한겨울과 여우란의 친목다짐의 꼭 협력하겠다고 다짐하였다.
 
그 후, 서로의 자기소개를 마치고 나서 여우란을 내 방으로 데려갔다. 한겨울은 곧 있으면 저녁을 먹을테니 그때까진 군것질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며 우리의 방문으로 멈춰진 요리를 다시 하기 위해 주방으로 들어갔다. 가기 전 여우란에게 손으로 인사를 하는 것으로 보아 둘의 사이가 꽤 가까워진 것 같다. 이대로라면 히키코모리 생활로 돌아가기까지 얼마 안 걸리겠군. 자신의 계획성 높음에 장래가 염려된다.
 
"여기가 여름이의 방이구나~. 신기해, 나 남자 방은 처음 와 봐!"
 
2층에 위치한 내 방으로 들어온 여우란은 마치 처음보는 세계에 온 것 마냥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내 방을 둘러보았다. 평소와는 다른 순수한 어린아이 같은 모습에 조금은 놀랐지만, 다시 한번 그녀의 본성을 생각한 뒤, 마음을 다잡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흠~, 흠~."
 
여우란은 내 방을 둘러보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렇게 보면 철딱서니 없는 소녀이다. 도저히 귀신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기괴한 복장이나 방금 전에 보았었던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괴력, 스피드 등,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행동이 그녀가 귀신이라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괴생물체라는 선택지도 있긴 하지만.......뭐, 그게 무슨 상관인가. 이미 100일 동안을 같이 살기로 하였다. 지금와서 그런 것을 따져봤자 머리만 아파질 뿐이다. 그리고 애초에 그런 것을 따질려면 우선 구미호가 요괴인가, 귀신인가, 이것부터 해결해야 될 것이다.    
 
"우리 여름이 무슨 생각해?"
 
여우란은 소리 없이 내 옆에 다가와 앉아 물었다.
 
"별로. 그것보다 계약이라는 것에 대해 설명해 주었으면 하는데."
 
"흐음~, 중요해?"
 
"당연하지. 이 계약을 맺은 이유, 너의 정체, 그리고........"
 
"묶이기 전에 네가 보았던 광경 말이구나."
 
여우란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그곳에 언제나처럼의 미소는 없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우란의 눈은 진지했다. 이런 여우란은 처음 본다. 만난 지 하루조차 안됐지만 나는 여우란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만이었다. 교만이었다. 그저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을 뿐 이었다. 여우란에게는 웃는 것 말고도 다양한 표정이 있다. 이 사실이 여우란의 대한 나의 경각심을 느슨하게 만들었다.     
 
여우란은 자신의 앞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
 
".......미안하지만 그건 아직 말 해줄 수 없어. 조금 더,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말 할게."
 
.......그런가.
 
"응."
 
나는 여우란에게 대답하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도 나름 자신만의 생각이 있으리라. 굳이 말해주지 않겠다면 이쪽에서도 딱히 재촉하진 않는다. 물론 궁금하긴 하지만 평생 말해주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기다리면 된다.
그녀 또한 내가 그 광경을 목격했기 때문에 피해를 본 것이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문득하고 들었다.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올게."
 
등을 돌아보지 않고 여우란에게 말했다. 
 
"응...."
 
응....인가. 어째 갑자기 활기가 사라졌군. 나로서는 이쪽이 더 시끄럽지 않고 좋지만........여자가 우울해 있는데 기분이 좋을 정도로 나는 몹쓸 녀석이 아니다.
조용히 방을 나가기 위해 방문으로 다가갔다. 흘깃하고 여우란을 향해 살며시 뒤를 돌아보았다. 여우란은 침대에 시무룩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민감한 주제였나 보군."
 
그녀도 귀신이기 이전에 사람이었다. 그것을 잊어선 안 된다. 지금까지 보아온 여우란이라는 여자는 자기 마음대로에, 장난기 많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그런 여자였지만, 이번 대화를 통해서 생각이 바꿔야만 한다. 그녀도 사람이다. 그녀 또한 고민을 안고 있다. 그리고 그 고민은 분명 나와, 자신과, 그 광경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100일 이라.....'
 
길 것 같지만 짧을 것 같기도 한 날짜군.
손을 들어 문손잡이를 잡는다. 한겨울에게 가서 상담해보고 싶지만 여우란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하였다. 그럼 그렇게 해야 한다.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다.
 
"흥."
 
어차피 누구의 도움도 바라지 않았다. 히키코모리 생활 17년. 혼자서 하는 것은 질릴 정도로 많이 경험해 보았다. 혼자 하기의 달인이 누군지 진정으로 보여주지. 나는 문을 열었.....
 
"내가 나타났다아아아-!!!!"
 
쾅, 하는 폭발음과 함께 뒤에서 시끄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려던 나는 행동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여우란의 짓인가? 아냐, 목소리가 틀려. 그럼 누구의 짓이지?
 
뒤를 돌아보자 강한 바람이 내 얼굴을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방금 전 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벽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나 있었고, 부서지거나 찢어진 각종 물건들이 바람과 폭발에 의해 사방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그런 것들보다도 더 명확하게, 돋보이게 내 주위를 끈 것은 따로 있었다.
 
"뭐, 뭐야....."
 
어느새인지 자리에서 일어나 전투태세를 취하고 있는 여우란과, 그 여우란과 대치 중인 꼬마 소녀. 아마 큰 구멍은 저 꼬마의 등장으로 인해 생긴 것 같다. 근데 무슨 등장을 했길래 내 방이 산산조각이 나있냐!
 
"우, 우란, 이게 대체 무슨....."
 
"냐하하하하!! 내가 등장 했도다-!"
 
고양이 같은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고 있는 꼬마 소녀는 명백히 하늘에 떠있었다. 몸집은 한겨울보다 조금 더 작았다. 하지만 꼬마의 손에는 나와 여우란의 키를 합쳐도 한참 못 미칠 것만 같은 큰 크기의 지팡이를 쥐고 있었다. 아니, 지금 묘사를 하고 있을 때냐! 도대체 이게 무슨....
 
"안심해 여름아. 컴퓨터가 망가져도 사용할 수 있도록 네 비둘기 파일은 백업시켜 놨어."
 
"아, 그래 고맙.....아니 그게 아니잖아! 그리고 비둘기 파일이라니! 그건 언제 찾은 거야? 방금 전까지 진지한 분위기 아니였냐!"
 
"구미호에게 연기정도야 식은 죽 먹기죠. 데헷☆"
 
이러면서 뒤를 돌아 나에게 윙크를 하는 여우란. 뭐야 나, 방금 전까지 중2병처럼 진지하게 오글거리는 대사를 했던 나는 어떻게 되는 거야. 돌려줘. 내 순수한 마음 돌려줘!
 
아냐.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일단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책상에 끼어져 있어야 할 책들은 이미 무중력 상태로 날아다니고 있었다. 폭발이 난 쪽에 있었던 컴퓨터는.......이미 소멸된 지 오래다. 안 돼, 내 비둘기가......아, 백업해놨댔지. 고맙다 여우란. 처음으로 네가 좋아지는 구나......아니, 그것보단.
 
"어이 우란! 그러니까 상황 설명을 좀-"
 
"냐하하하하!!! 내가 등장 했도다아!!"
 
".......그러니까 저 계속 같은 말만 반복하고 남의 말만 끊는 녀석은 대체 누구야?"
 
"누구랄까.......음, 그러네."
 
여우란은 내 쪽을 돌아보고 말했다. 이번에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 웃고 있는 얼굴 위에는 식은땀이 맺혀 잊었다.
 
"저건 『그슨대』 야."
===================================================================================================================
<그슨대>
 어린아이처럼 생긴 귀신. 칼에 베이거나 때려도 피해를 받지 않으며 외려 몸이 불어나 자신을 공격한 사람을 공격한다. 어둑서니와 비슷한 데, 어둑서니와는 달리 그슨대는 몸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또 그슨대는 어둠이 없으면 힘을 못 쓰며, 가재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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