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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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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 | 2021-01-17 17:38:45 | 1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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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 저는 입시를 치르기 위해 일본에 가 있었습니다.
날짜도 확실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12월 19일 새벽.

입시는 이틀간 계속되는 일정이었고, 19일은 그 두 번째 날이었습니다. 전날의 소논문(한국으로 말하자면 논술) 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해 불안감은 극도에 달해있었고, 결국 우황청심환을 마시고서야 제대로 잠이 든 참이었습니다.

당시는 꿈이란 것도 몰랐지만 꿈속에서 숙모님이 나오셨습니다.
꿈속의 배경은 여름 낮이었고, 저는 평상에 누워 있었죠.
숙모님이 옆을 지나가시기에 저는 몸을 반쯤 일으키며 물었습니다.

"숙모, 어디 가세요?"
"니도 올래?"

보나마나 하릴없이 뒹굴 거리고 있었을 게 뻔해서 꿈속의 저는 숙모를 따라가기 위해 급히 평상에서 내려오려 했고, 그러다 아차 하는 사이에 굴러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눈에서 불이 번쩍하며 순식간에 주위가 검게 변하더군요.
네, 전 실제로 침대에서 굴러 떨어져 잠에서 깬 것이었습니다.
우스운 상황이었지만 어디를 어떻게 부딪쳤는지 눈물 나게 아프더군요. 어디 삐끗하기라도 한 건 아닌지, 내일 시험은 치를 수 있을지……. 별 걱정을 다 하며 일단은 계속 자기로 하고 침대에 기어 올라가 잠을 청했습니다.

꿈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다시 여름 낮, 저는 평상에 누워 있었죠.
아까워 같이 누워 있는 제게 숙모님이 다가오셨습니다. 또 어딘가 가시려는 모습이었죠. 저는 꿈속에서도 아까 떨어져 부딪힌 곳이 아팠지만, 그것은 평상에서 떨어진 것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숙모, 저 아까 숙모 따라가려다가 굴렀어요, 아파요."
"조심하지 그랬노. 이리 온나!"

네, 하고 대답한 저는 이번엔 평상에서 굴러 떨어지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 내려왔습니다. 마당을 조금 걸어 대문 앞에 도착했죠. 그런데 이상하게 문이 눈앞에서 사라지더군요. 저는 순식간에 벽으로 변해버린 그 앞을 더듬어가며 다른 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또 다른 문 하나는 손을 뻗으면 닿는 자리에 있었습니다. 문고리를 찾은 저는 그것을 잡아당겼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밀어보니 문이 열리긴 했지만, 무슨 일인지 주먹 하나 들어갈 정도로밖에 열리지 않는 겁니다.

저는 답답해서 문을 힘껏 밀어보았지만 문은 더 이상 열리지 않았습니다. 숙모는 한 마디도 말씀하시지 않고 뒤에 서 계셨지만, 왠지 절 재촉하는 느낌이 전해져 왔습니다. 전 울상이 되어 소리쳤습니다.

"숙모, 이 문 안 열리는데요……."

숙모는 그런 절 빤히 바라보시다가 말씀하셨습니다.

"마 됐다."

예? 하는 사이 숙모는 몸을 돌리셨습니다. 웬걸, 그러자 그 앞에 흰 문 하나가 부옇게 나타나는 게 아니겠습니까. 숙모는 그 문으로 휑하니 나가 버리셨고, 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다가 다른 문을 찾기 위해 주위를 더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찬바람이 느껴지더군요.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왜 한여름 낮인데 주변이 이렇게 어둡고 추운지,
왜 나는 눈으로 보지 않고 손으로 더듬어서 문을 찾고 있는 건지…….

순간 퍼뜩 정신이 들었습니다. 제가 더듬고 있던 건 방 벽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열고 나가려 밀어대던 것은 창문이었습니다.

안전장치 때문에 더 이상 열리지 않았던 것이죠.
그때 제가 묵고 있던 방은 8층에 있었습니다.

안 그래도 몸이 약하신 숙모님이 왜 꿈에 나와서 가자고 하셨는지 걱정이 되어, 아침에 전화로 안부를 여쭙고 갔지요. 다행히 숙모는 건강하셨기에 제 걱정은 기우로 판명이 났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친구들과 농담조로 그때 떨어졌으면 분명 신문에선 '한국인 유학생, 입시를 비관해 자살' 이런 식으로 기사를 썼을 거라며 웃고 말지만, 그땐 정말로 섬뜩한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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