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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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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 | 2021-01-23 14:16:50 | 1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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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편집 일을 합니다.

한 때 작은 잡지사에 잠시 다니다가 그만둔 적이 있습니다.
사실 말이 잡지사이지 직원이라고는 서너 명 밖에 안 되는 곳이었습니다.
(언론 출판계 쪽에는 그런 곳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 곳에서 일하던 중에 겪은 일입니다.

어느 날, 거기서 회계로 일하다가 그만둔 여자 직원 한명이 찾아왔습니다. 체불된 임금 문제로 사장을 보러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장실에 들어가서 이야기를 하는가 싶더니 잠시 후 언성을 높여 싸우는 소리가 들리고 무언가 박살나는 소리까지 들렸습니다.

곧이어 그 아가씨가 살기등등하게 나와서는 그대로 밖으로 나가습니다. 놀라서 사장실로 가니 사장실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고 사장님이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서는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싸우다가 그 아가씨가 물건을 집어던졌답니다. 그리고는 나가려는 것을 붙드니까 다시 발길로 걷어차 버렸다고.

회사에 있을 때 워낙 얌전했던 사람이라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을 믿기 어렵기는 했지만 (사실 그 아가씨가 소리 지르는 것을 듣고는 기겁했습니다.), 어쨌든 구급차를 부르고 경찰을 불렀습니다.

그런데 정말 무서운 일은 따로 있었습니다.
며칠 후, 경찰서에 가니 그 아가씨는 그날 다른 곳에 있었고 알리바이가 너무나 분명하다고 하는 겁니다. 그리고는 당사자를 불러서 대질하며 제대로 본 것이 맞느냐고 확인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 피해자인 사장님도 분명히 헛것을 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건물 지하 주차장에 찍힌 CCTV에도 어렴풋이 그 사람이 나타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아가씨는 그날 (새로 들어간) 회사에서 하는 행사 때문에 하루 종일 멀리 떨어진 지방에 있었고. 그것을 본 사람이 100여명 넘게 된다는 겁니다. 목격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증거들도 있었습니다.

CCTV로는 얼굴까지 제대로 분간되지 않으니, 도리어 우리가 거짓말쟁이가 될 판이었습니다. 실제로 그 아가씨는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고 길길이 뛰었습니다. 다행히 그 자리에 있던 형사님과 변호사님이 '오해할만한 상황'이라고 설득해주시는 바람에 거기까지는 가지 않았습니다만…….

결국 경찰의 결론은, 누군가 그 아가씨로 꾸미고 나타났던 것으로 내려졌습니다. 하지만 처음에 언급 드렸듯이 작은 회사였기에 우리들은 서로에 대해 잘 알던 처지였습니다. 그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가까이서 얼굴을 보여도 속일 수 있을 만큼 완벽한 위장이 가능할까요?

그리고 누군가 그 정도로 완벽한 위장을 하고 나타났다면, 그 목적이 겨우 사람을 두들겨 패는 것이었다는 것도 좀 이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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